(1) <반지>와 관련해 재미있는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논문 중 가장 흥미있었던 부분은 <반지>를 4원소설과 결부시킨 내용인데, <라인의 황금>은 라인강 속에서 노래하는 라인의 처녀들로 시작해(물) 한탄하는 라인의 처녀들로 끝나고 있다(역시 물). <발퀴레>는 폭풍우 속에서 쫓기는 지그문트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공기) 보탄이 로게를 시켜 만들어 낸 불 속에서 영원히 잠드는 브륀힐데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불). <지크프리트>는 니벨룽족이 거처하는 지하 니벨하임에 거처하는 난쟁이 미메의 대장간에서 시작해(흙과 불) 브륀힐데를 둘러싼 화염을 지크프리트가 뚫고 들어가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장면으로 끝난다(불). <신들의 황혼>은 세계수 앞에서 운명의 실을 꼬는 3명의 노른이 하는 지혜의 샘 이야기로 시작해(물) 불타는 발할성과 황금의 반지를 되찾은 라인의 처녀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불과 물).

 

 (2)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지만, <라인의 황금> 전주곡은 동기발전의 측면에서 바그너가 1850년대에 작곡한 음악 중 가장 뛰어난 부분이다(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곡의 중요성은 <트리스탄> 전주곡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바그너는 이 곡에서 '동기의 발전' 자체에 초연하다. 악곡은 화성적 조직의 가장 기본적인 틀인 저음의 공허 5도로 시작해 E♭ 호른을 8분할 시킨 상승 음계로 이어진다. 화성적인 뼈대는 E♭의 주3화음(E♭-G-B♭)에서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는다. 아마 이렇게 화성적 변화가 없는 곡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저음이 지속적으로 연주하는 두 음, 즉 E♭음과 B♭음을 토대로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 올라가는 풍성한 배음렬의 향연은 보기 드문 견고함을 낳는다. 바그너는 이 전주곡을 통해 베토벤이 '공허 5도'로 제시한 '음악으로 낯설게 하기'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제시했다.

 

 (3) 보물도 뺏기고 타른헬름도 뺏기고, '목숨만큼이나 소중한' 반지까지 빼앗긴 알베리히가 퍼붓는 저주를 들으면서 느낀 감정은 섬뜩함이 아니라 불쌍함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알베리히는 셰익스피어의 반유대주의적인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만큼이나 불쌍하다. 샤일록은 주위 사람들이 모두 그를 별다른 이유없이 혐오하고, 가까운 지친들마저 자신을 배신하려 하며, 자신의 정당한 권리마저 행사하지 못하는 불운과 안타까움의 아이콘이다. 알베리히도 마찬가지다. 저주가 끝나고 알베리히가 사라지자마자 로게가 내뱉는 비야낭거림은 눈쌀이 찌푸려질 정도다. 생각해보면 바그너가 <라인의 황금> 피날레에 그토록 과장되고 허세 가득한 음악을 배치한 것도 이해가 간다. 강탈과 속임수와 협박을 동원해 재물을 빼앗고, 그것을 영구히 자신들의 소유로 만들고 싶어하며, 정당한 자들의 간청을 일거에 무시하는(<라인의 황금> 피날레에서 라인 처녀들의 한탄을 보탄이 어떻게 대하는지 생각해 보라) 신들의 작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은 바로 허세와 과장으로 가득한 행진곡풍 음악일 것이다.

 

 (4) 현악기 연주자들이 가장 연주하기 싫어하는 곡에 반드시 들어갈 - 하지만 이 음악을 뛰어넘는 R.슈트라우스의 <돈 후안>이 나올 줄은 현악기 연주자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 <발퀴레> 3막 피날레 <마법의 불 음악>은 바그너의 가장 감동적인 엔딩 음악으로 손꼽히기에 모자람이 없다. 보탄도 브륀힐데도 이것이 영원한 이별이 될 것임을 알고 있다. 보탄은 주신主神의 위엄과 아버지의 자애로움을 겸비한 모습을, 브륀힐데는 특유의 통찰력과 기백을 가진(내가 생각하기에 바그너 오페라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여성은 브륀힐데이며, 가장 '지적인' 여성은 이졸데다), 그러나 한 명의 '여인'으로 그 엔딩에 임한다. 로게는 보탄을 비롯한 신들의 운명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나, '불'의 형태로 최후의 순간까지 보탄의 권력 밑에 남아 있게 된다. 허나 '닫힌 이야기'인 지그문트와 지클린데의 이야기기 아니라, '열린 이야기'인 브륀힐데를 엔딩 장면에서 다룬다는 점에서 <발퀴레>의 끝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5) 지크프리트가 새의 인도를 받아 숲을 빠져나가는 장면을 끝으로 <지크프리트>의 2막은 막을 내리고, 바로 <지크프리트> 3막 전주곡이 흐른다. 2분 가량에 지나지 않는 이 전주곡은 사실 바그너 작곡 과정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을 차지한다. 바그너는 <지크프리트> 2막을 작곡하고 난 후 무려 12년 동안 <반지>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 '단절'의 기간을 거치고 난 뒤 바그너가 <지크프리트> 3막에 손을 대기 시작했을 때, 그는 자신이 일관되게 지켜오던 원칙 하나를 밀어냈다. 원래 바그너는 서곡을 통해 극의 중요한 내용을 미리 음악으로 전달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우리가 <라인의 황금> 전주곡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것은 쉼없이 굽이치는 라인의 물결뿐이다. <발퀴레> 전주곡도 마찬가지다. <트리스탄> 전주곡은 잘 알려져 있듯 극이 시작하기 전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전달할 뿐,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 그러나 <지크프리트> 3막 전주곡을 듣고 있으면 3막이 어떻게 진행될 지 눈 앞에 훤히 보인다. 보탄의 정교한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지크프리트. 방랑자의 모습을 한 보탄과 지크프리트의 대결. 그리고 불을 뚫고 브륀힐데 앞에 선 지크프리트. 이 모든 것이 그 짧은 전주곡 속에 응축되어 있다.

 

 (6) 보탄이 항상 들고 있는 창 궁니르는 그 위협적인 모습과 권위를 보장하는 신화(<신들의 황혼> 초입에서 노른이 말하기를, 보탄이 세계수 가지를 꺾어 그 창을 만들었다 하더라)와는 달리, 실제로 사용하는 장면을 보기가 힘들다. 그 창으로 누군가를 죽인 적은 오직 한 번, <발퀴레>에서 지그문트를 죽였을 때다. 그것도 보탄이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 아니라 프리카가 그것을 강하게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크프리트>에서 궁니르는 지크프리트와 붙자마자 무참하게 두 동강이 나버린다. 당연한 결과다. 보탄의 궁니르는 실제 사용하는 무기가 아니라 고대 로마 집정관 호위자들이 들고 다니던 권표, 즉 파스키스(Fascis. 단어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파시즘의 어원이다)와 비슷한 권위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7) '라그나뢰크Ragnarøkkr.' 원래 '신들의 운명', '신들의 몰락'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던 고대 노르드어를 '신들의 황혼'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바그너다. '신들의 황혼'이라는 시적인 표현은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 확실해 보이나, 바그너는 이것을 온전히 자신의 표현으로 만들었다.

 

 (8) <신들의 황혼>에서 지크프리트, 군터, 구트루네, 하겐, 그리고 브륀힐데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원전을 찾아보면 그 재배치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게르만 고유의 전설인 벨숭 사가에서 브륀힐트(브륀힐데)는 오딘의 명을 어겨 타오르는 불길에 둘러싸인 채 영원히 잠들어 있지만, 불의 벽을 돌파한(또는 뛰어넘은) 지크프리트가 그녀에게 키스에 깨어나고, 그의 연인이 된다. 지크프리트는 그녀를 잠시 떠나 여행하다가 기우키왕의 궁전에 머물게 되는데, 그곳의 왕녀인 구드룬의 구애를 받지만 거절한다. 구드룬의 어머니인 그림힐트의 마법약으로 지크프리트는 기억을 잃고 구드룬의 오빠인 군나르의 신하가 된다. 그리고 구드룬은 그와 약혼한다.

 군나르는 브륀힐트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지크프리트는 군나르로 변장하고 불의 벽을 넘어 브륀힐트에게 청혼하며, 이로 인해 지크프리트-구드룬과 군나르-브륀힐트의 결혼식이 치러지기에 이른다.

 하지만 브륀힐트는 지크프리트가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은 것에 대해 의심을 가지며, 남편 군나르와의 합방을 거부한다. 의심은 질투와 증오로 변하고, 결국 브륀힐트는 구드룬과 말다툼을 하던 중 분노한 구드룬에게 모든 것을 다 듣게 된다. 브륀힐트는 군나르의 밑에 있던 호그니를 끌어들여 지크프리트의 약점을 캐내고, 그를 죽이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녀는 지크프리트의 장례식 날, 불 속에 뛰어들어 지크프리트와 함께 죽음을 맞는다.

 중세 서사시 <니벨룽의 노래>에서 인물들의 성향은 약간씩 바뀐다. 지크프리트는 크림힐트(여기서는 벨숭 사가의 구드룬에 해당한다)와의 결혼을 위해 자신의 주인인 군터왕을 도와 여왕 브륀힐트의 난제들을 해결하고, 브륀힐트는 군터가 영웅이라고 생각하여 그와 결혼한다. 그리고 지크프리트는 크림힐트와 결혼한다.

 이후 브륀힐트는 크림힐트와 말다툼을 하던 중 지크프리트가 군터를 도와 그녀의 난제들을 해결했다는 폭로를 듣게 된다. 분노한 브륀힐트는 용사 하겐(사가의 호그니에 해당)을 부추겨 지크프리트를 죽인다. 니벨룽의 노래에서 브륀힐트의 이후 이야기는 전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벨숭 사가에서의 브륀힐트는 불행하고 비극적인 여인이며, 중세 서사시에서의 브륀힐트는 카리스마적인 악녀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바그너는 이 두 원전을 참고해 <신들의 황혼>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물론 알베리히와 하겐의 연관성은 바그너의 창작이다. 애당초 선악의 구분이라고 할 것이 없는 호그니(또는 하겐)가 바그너의 손에 의해 악역이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재미있다. 그리고 앞의 두 원전에서도 브륀힐트(브륀힐데)가 판본에 따라 주인공이 되었다가 악역이 된다는 것도 재미있다. 바그너는 두 원전을 혼합해 <신들의 황혼>의 브륀힐데를 만들었을 것이다.

 

 (9) <신들의 황혼>의 대피날레가 히틀러를 자극했다는 것은 유명한 역사적 사실이지만, 바그너는 피날레를 통해 신과 영웅들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들이 스스로 일어서는 시대를 넌지시 암시한다. 바그너의 악극에서 너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반유대주의적 모티브들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바그너 음악의 한 쪽 얼굴 때문에 이제 완전히 가려질 지경에 놓인 또다른 바그너 음악의 모습, 예술을 통해 이상에 도달하고 불평등한 사회적 모순을 지적하는 바그너의 모습이다. 바그너 음악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은 너무도 쉽기 때문에 이제 바그너 음악을 단 1초도 듣지 않은 사람들도 바그너 음악의 잘못된 점을 기계처럼 술술 외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바그너 음악의 다른 면을 지적하는 사람들, 또다른 바그너 음악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비난받기 일쑤다. 그러나 예술가의 얼굴은 결코 평면적이지 않다. 우리는 바그너 음악의 한쪽 얼굴만을 집중해서 바라보느라, 그 얼굴이 다른 각도에서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10) 사족 : 항상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반지>는 너무 길다. 전체 길이가 두 시간 정도만 짧았더라도 집중력이 두 배로 뛰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았다 해도 다 들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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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의 <센트럴 파크>와 짝을 이루는 이 음악을 알지 않고서는 <센트럴 파크>를 온전하게 알 수 없다. 두 음악은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다.

 

1906년 7월경, 아이브스는 《대답없는 질문 The Unanswered Question》을 스케치한다. 이 작품은 아이브스의 또 다른 실험적인 작품으로 3개의 선율층들로 만들어졌다. 각각의 층들은 나름대로의 조직과 악기 편성을 갖고 서로 병행하는 스타일로 진행한다. 배경이 되는 현들은 들어서는 거의 알 수 없게 천천히 순환하며, 서로 신비스러운 소리의 동형진행을 만들어간다. 이것은 전통적인 화성으로 진행하지만 거의 조성음악처럼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진행 방법은 아이브스가 이후에도 계속 사용하고자 했던 방법은 아니었다. 선율층들은 너무 불명확하고, 정적이며, 서로의 진행 과정에만 집착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브스는 이를 보완하여 곧 더욱 통합적인 선율층 음악을 작곡하게 되는데, 이것이 《어둠 속의 센트럴 파크 Central Park in the Dark》이다. 이렇게 《대답 없는 질문》과 《어둠 속의 센트럴 파크》가 모여 《두 개의 명상들 Two Contemplations》이라는 작품을 이룬다. 이 작품 이후에도 아이브스는 이러한 선율층들에 대하여, 더 나아가 여러 그룹의 음향층들에 대하여 골똘히 생각했다. 마치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혹성들처럼, 각각의 그룹은 자신이 속한 공간의 음악 안에서, 자유롭게 일종의 초대위법(super contrapunctal)인 진행을 한다. 이러한 방법은 아이브스가 처음부터 의도한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는 그는 이 방법을 통하여 전례에 없던 여러 대위법적 층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 20세기 작곡가 연구. 이경미

 

《대답없는 질문》은 현악기와 목관악기, 독주 트럼펫을 위한 곡이다. 현악기는 G장조의 변동 없는 화음을 계속 연주한다. 약간의 변주로 제한된 변화만을 허용할 뿐이다. 현악기는 곧 이 곡의 배경이다. 그 틈을 비집고 트럼펫이 6개 음으로 구성된 프레이즈를 던진다. 작곡가의 설명에 의하면 ‘실존이라는 영원한 질문’이다. 반대로 현악기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것도 보거나 듣거나 알지 못하는 드루이드 사제들의 침묵’이라고 썼다.

트럼펫은 틈을 벌리고 소동을 키운다. 혼란을 끌고 온다. ‘싸우는 답변자들’ 이라는 설명이 붙은 플루트는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고는 반음계적/다조적 헤테로포니를 연주한다. 마치 이것이 답변이라는 것 마냥. 현악기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트럼펫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오직 목관악기들만이 자기 답변을 변형시킨다. 그러다가 마지막 질문이 끝나고, 현악기만이 처음과 같은 고요한 화음을 계속 연주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질문과 대답은 평행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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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센트럴 파크> (Central Park in the Dark)

작곡 시기 : 1906년 완성

악기 편성 : 피콜로, 플루트, 클라리넷(E♭), 바순, 트럼펫, 트롬본, 타악기, 피아노 2, 현악 5부

(역대 모든 작곡가들을 통틀어 가장 효과적이며 파격적인 음악 교육을 받으면서 자란 아이브스는 난삽하지만 열정적인 미국음악의 개척자로 남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는 끊임없이 창조적이면서 동시에 실험적인 문제에 직면했고 그때마다 재치 있는 방식으로 난제들을 돌파하거나 회피해나갔다. 20세기의 음악언어 중 몇 개는 온전히 그의 손에서 나왔고, 또 다른 몇 개는 그가 독창적으로 고안해 낸 것이며, 또 다른 몇 개는 그의 손에 의해 필수적인 것으로 자리 잡았다. 그에 대해 내려질 평이 무엇이건 간에 그는 진정한 의미의 20세기 미국 음악을 썼다.

그는 1906년에 <대답 없는 질문>과 이 곡을 썼다. 두 곡은 하나의 짝을 이루고 있다. 그의 가장 중요한 형식으로 여겨질 누적 형식이 바로 이 곡에서 나타난다. 아이브스는 두 곡을 <두 개의 명상>이라는 제목으로 묶었다. 아이브스의 많은 작품들이 그렇듯 이 작품도 1946년, 작곡가의 나이 72세가 되어서야 초연을 치를 수 있었다(5월 11일).)

 

(Molto adagio)

(전반의 지리한 현악 반주는 고요한 센트럴 파크의 모습이다. 그리고 중간부의 시끄러운 다조성적 음악은 뉴욕의 번화가로 접어든 모습이다. 번화가에서는 축제의 행진이 지나간다. 휘파람으로 부는 유행가(오보에),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되는 래그타임, 시끄러운 밴드의 나팔 소리(트럼펫), 덜컹거리는 마차 바퀴 소리(타악기. 1906년의 뉴욕은 아직 마차의 도시였다)가 들린다. 이것들에서 벗어나면, 다시 처음의 분위기로 돌아온다. 아이브스는 대조적인 여러 리듬들을 포개어져 만들어지는 리듬 층을 즐겼는데, <센트럴 파크>의 중간부도 하나의 예로 볼 수 있다. 중간부의 시끄러운 음향 층은 처음과 끝의 고요한 현악 파트와는 거의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토록 상이한 파트를 있는 그대로 배치하는 콜라주 효과는 논리적인 전개에 의해 구축되는 이전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효과를 들려준다. 더 이상 연속적인 흐름은 없고 날카로운 단절만 있을 뿐이며, 기존의 음악적인 관행과는 상관없이 잘라낸 듯 날카로운 단층면은 음악의 불연속성을 더욱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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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Quatuor pour ls fin du Temps)

작곡 시기 : 1940년 완성

악기 편성 :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헌정자 : 작곡가는 표지에 “묵시록의 천사들에게 바친다.”라고 썼다.

"나는 또 큰 능력을 지닌 천사 하나가 구름에 휩싸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의 머리에는 무지개가 둘려 있고 얼굴은 해와 같고 발은 불기둥 같았습니다. / 그는 손에 작은 두루마리를 펴 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른발로는 바다를 디디고 왼발로는 땅을 디디고서, / 사자가 포효하듯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가 외치자 일곱 천둥도 저마다 소리를 내며 말하였습니다. / 그렇게 일곱 천둥이 말하자 나는 그것을 기록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때에 하늘에서 울려오는 어떤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일곱 천둥이 말한 것을 기록하지 말고 봉인해 두어라." / 그러자 내가 본 천사 곧 바다와 땅을 디디고 서 있던 천사가 오른손을 하늘로 쳐들고서는, / 영원무궁토록 살아 계신 분을 두고, 하늘과 그 안에 있는 것들, 땅과 그 안에 있는 것들, 바다와 그 안에 있는 것들을 창조하신 분을 두고 맹세하였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일곱째 천사가 불려고 하는 나팔 소리가 울릴 때, 하느님께서 당신의 종 예언자들에게 선포하신 대로 그분의 신비가 완전히 이루어질 것이다."

-  <요한묵시록> 10:1~7

(팔레스트리나, 바흐와 견줄 만한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작곡가 메시앙을 대표하는 이 실내악곡은 특이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다. 포로수용소(폴란드의 실레지아 괴를리츠, 당시에는 독일 영토였다)에서 수용소 안에 남아있는 악기(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를 총동원했고, 수용자 5천 명이 초연의 청중으로 연주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다(1941년 겨울 초연). 초연 때 피아노를 맡았던 메시앙은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강렬한 체험이었을 이 초연 광경을 이렇게 회고했다. "수용소는 눈에 파묻혀 있었다. 첼로는 줄이 3개밖에 없었고, 피아노는 건반을 한 번 누르면 다시는 올라오지 않았다." 곡을 관통하는 사상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남겼다. "하느님이 6일 동안 천지를 창조하신 뒤에 제7일은 안식일로 완벽한 숫자가 되지만, 7일은 다시 영원 속으로 뻗어서 마침내는 불멸의 광명과 평화를 뜻하는 8이 된다. 이 작품을 8악장으로 만든 이유가 이 때문이다." 마지막 악장이 예수의 영원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흔히 제목이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라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가 맞다. 작곡가는 요한묵시록 10장에서 힌트를 얻어 시간 너머에 있는 영원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려 했고, 그 표현의 결과는 단순한 간주곡에서 광폭한 스케르초 풍 악장을 거쳐 심오한 두 곡의 송가까지 포괄하는 심원한 세계를 다루고 있다.)

 

1악장 <수정의 예배> (1.Liturgie de cristal)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 새들의 깨어남. 많은 소리와 나무 사이를 빠져나와 멀리 사라지는 빛의 트릴에 싸여 꾀꼬리 또는 개똥지빠귀의 즉흥연주가 펼쳐지며 피아노의 화성과 첼로의 하모닉스,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이 새의 노래를 연주한다. 이것을 종교적인 플랜으로 바꿔보기 바란다. 하늘의 해학적 조용함이 얻어질 것이다.”)

(곡은 신과의 접점을 뜻하는 예배로 시작한다. 곡은 처음부터 시간 너머의 기적과도 같은 현상, 즉 비일상 속으로 빠져나간다. 자연스럽게 곡은 종말에 대한 환시와 내면의 침잠으로 빠져든다. 화성에 의한 프레이즈 구분이 없으니 현세적인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마디에 의한 형식 구분도 희미해 한계를 긋는 벽도 존재하지 않는다. 클라리넷이 주선율을 담당하며 바이올린과 함께 새소리를 모방하는데, 이것은 2악장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2악장 <시간의 종말을 고하는 천사를 위한 찬송> (2.Vocalise pour l'ange qui annonce la fin du temps)

(“제1, 제3부분(모두 극히 짧다)이 강한 천사의 힘을 나타내며 천사는 머리에 무지개를 이고, 몸은 구름에 쌓였다. 한쪽 발은 바다에, 또 한쪽은 땅 위를 밟고 있다. 중간부는 하늘이 지각하지 못할 아르모니(해조)다. 피아노에 주어진 블루 오렌지 화음의 감미로운 폭포가 멀리서 들리는 종의 울림으로 바이올린과 첼로의 성가 풍의 멜로디를 감싸준다.”)

(총 55마디.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1부(1-18마디)와 3부(49-55마디)는 빠른 부분, 중간부(19-48마디)는 느린 부분이다.)

 

3악장 <새들의 심연> (3.Abime des oiseaux)

(“클라리넷의 독주, 심연, 그것은 슬픔과 권태의 ‘때(Temp)’이다. 새들, 그것들은 ‘때’에 대립한다. 이것은 별과 무지개, 환희의 보칼리스로 향하는 우리의 바람이다.”)

(메시앙의 음악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새의 노래.’ 음악이 새의 노래를 음악 속에 종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의 노래가 음악을 미묘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

 

4악장 <간주곡> (4.Intermede)

(“스케르초. 다른 악장들에 비해서 외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개의 멜로디를 순환시키면서 연관성을 맺고 있다.”)

(이 악장에서는 피아노가 빠져 있다. 작곡가의 설명대로 다소 내면적인 성격의 선법을 사용하는 다른 악장들과 달리 외면적이고 활발한 스케르초다. <투랑갈릴라 교향곡>의 5악장과 마찬가지로 장3화음에 의한 조성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는 악장이기도 하며, 주요 음계는 E음상의 2선법이지만 자연스럽게 E장음계로 전환하며 온음음계도 나타난다.)

 

5악장 <예수의 영원성에 대한 송가> (5.Louange a l'Eternite du Jesus)

(“예수는 여기에서 ‘말씀’으로 여겨진다. 하나의 한없이 느린 첼로의 프레이즈가 사랑과 존경으로 이 힘차고 감미로운 ‘말씀’의 영원성을 찬양하고 있다. 세월이 조금도 고갈되지 않는(영원성), 위풍당당하게, 일종의 멀리 있는 사랑과 주권자로서 선율이 펼쳐진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라.”)

(첼로의 독주에 피아노 반주가 붙은 조용하고 느린 곡이다. 첼로의 악구와 피아노의 16분음표가 끝까지 지속된다. 박자표기 없이 마디만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강박의 개념은 사라지고, 저음부의 피아노가 5도와 6도를 지속적으로 연주해 텅 빈 느낌을 더한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다만 부유하는 것이다. 시간은 지나가지 않고 ‘말씀’은 영원히 남는다.)

 

6악장 <7개의 나팔을 위한 광란의 춤> (6.Danse de la fureur, pour les sept trompettes)

(“율동 면에 있어서 이 악장은 전 악장 중 가장 독창적이다. 4개의 악기는 유니즌으로 공과 나팔을 모방한다(계시록의 여러 가지 파국을 차례로 알리는 6개의 나팔과 하나님의 비밀의 성취를 알리는 일곱째의 나팔이다). 부가된 음가, 확대 또는 축소의 리듬, 비역행 리듬의 사용, 돌의 음악, 소리가 무거운 화강암, 강철의 붉은 색의 열광하는 거대한 덩어리가 얼어붙은 도취에 저항치 못하는 리듬, 무엇보다도 악장 마지막 부근에서 확대와 몇 개 음의 음역 변경을 받는 주제와, 공포의 포르티시모를 들어보라.”)

(작곡가의 설명대로 부가리듬과 비역행 리듬을 빈번히 사용하고 있다. 음가의 축소와 확대 리듬은 곡에 비정상적인 흐름을 더하고, 힘 있는 옥타브 음향은 돌과 강철의 느낌을 더한다. 바야흐로 나팔 소리에 맞춰 세상이 무너지는 광경에 대한 묘사인 셈이다. 여덟 악장을 통틀어 가장 독창적인 악장이다.)

 

7악장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천사를 위한 무지개의 착란> (7.Fouillis d'arcs-en-ciel, pour l'ange qui annonce la fin)

(“여기에서 두 번째 악장의 어떤 구절들이 다시 돌아온다. 힘으로 가득 찬 천사가 나타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천사를 덮고 있는 무지개가 나타난다(그 무지개는 평화와 지혜와 빛을 발산하고 소리를 내는 모든 바이브레이션의 상징이다). 나의 꿈 속 에서 나는 정리된 노래와 멜로디를 듣고 색깔과 형태를 본다. 그 후에 일시적인 이러한 단계 후에 나는 비현실을 통과하고 황홀경의 느낌으로 초인적인 소리와 색깔의 선회하는 소용돌이에 빠진다. 이 불의 검, 파랑과 오렌지 색, 용암의 분출, 난폭한 별; 여기에 뒤죽박죽이 있다. 여기에 무지개가 있다.”)

(형식은 총8부분(A[1-12]-B[13-26]-C[27-38]-B'[39-54]-A'[55-60]-C'[61-81]-A''[82-93]-B''[94-97]). 7악장에서 우리는 2악장의 색조를 다시 본다. 화성은 선법과 장음계 사이에서 여러 조 사이를 순회하며 다조적인 느낌을 불어넣는다. 피아노를 제외한 세 개의 악기가 주선율을 연주하고 피아노는 반주를 맡는다. 여섯 번째 파트인 76마디부터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바이올린이 음을 서서히 하나하나 소거하며 상승하는데, 결국 A음과 C#음을 제외하면 어떤 음도 남지 않는다.)

 

8악장 <예수의 영원성에의 송가> (8.Louange a l'Immortalite du Jesus)

(“다섯 번째 악장의 첼로 독주에 대비하여 행해지는 바이올린의 독주 라르고, 두 번째 천사는 예수의 두 번째 측면, 즉 인간으로서의 예수, 살을 입고 오셔서 우리에게 그의 삶을 알리려고 영원히 부활하신 면을 특별히 강조한다. 두 번째 천사는 전적인 사랑이다. 고음역의 정점에 이르는 온화한 고양은 인간이 ‘신’에게, 신의 아들이 ‘성부’에게, 피창조물이 ‘천국’을 향하는 상승이다.”)

(여기서 피아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리듬을 사용한다. 화성적으로는 각조 VI화음(단3화음)의 연속진행으로 화성을 해결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동한다. 바이올린이 제시하는 선율은 E장조 위에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음들을 포함하고 있다.)

 

참고문헌

정윤미, <메시앙의 작품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의 분석연구>, 경희대학교 대학원,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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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 5중주 (String Quintet in C major, D.956)

작곡 시기 : 1828년 8월에서 9월(?)

초연 : 1850년 11월 17일 빈에서 헤르메스베르거 현악 4중주단과 요제프 스트란스키의 첼로로 연주함.

출판 : 1853년(C. A. 슈피너)

악기 편성 : 바이올린 2, 비올라, 첼로 2

(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실내악곡이다. 현재 자필악보는 사라져 정확한 작곡시기를 알 수 없지만 출판사인 프로푸스트 앞으로 보낸 1828년 10월 2일자의 슈베르트 편지 중에는 현악 5중주곡을 작곡한 사실을 서술하였다. 다시 말해, 사망하기 약 2개월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이야기지만 장대한 스케일과 숭고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 이 5중주곡은 마치 슈베르트가 마지막으로 도달한 위대함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악상을 가지고 전개하는 독자적인 서법에는 최후에 만든 3곡의 피아노 소나타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만년 슈베르트의 양식이 단적으로 나타나 있지만 일단 이 5중주곡에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 시기 3곡의 현악 4중주곡 이후 그가 실내악에서 요구한 관현악 규모의 울림이 5개의 현악기로 커진 편성에 의해 훌륭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슈베르트가 현악 5중주곡을 작곡함에 있어서 자신이 좋아했던 모차르트의 5중주곡(비올라가 2대)을 모방하지 않고 2대의 첼로를 편성한 것은 이러한 관현악의 울림을 추구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2대의 첼로를 사용하는 수법은 이미 보케리니의 예가 있지만 슈베르트는 아마도 보케리니를 모델로 했다기보다는 큰 울림을 구하기 위한 필연적인 결과로 2대의 첼로를 사용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2대의 첼로를 통해 사용한 서법을 보면 단순히 서로를 보조하듯 짝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많은데, 한 대가 저음부를 담당하고 있고 다른 한 대는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연결시키거나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슈베르트는 2대의 첼로를 교묘하게 사용함으로써 저음 음역을 풍부하게 표현할 뿐 아니라 여러 음역에서의 변화와 음색의 다양성을 가능하게 하였다.

또한 이 작품은 화성적인 어법 면에서도 만년의 슈베르트다운 독자적이면서도 특이한 울림을 만들고 있다. 나폴리 관계조의 정교한 용법은 후기 슈베르트의 작품 곳곳에 침투해 있지만 특히 이 곡에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2악장의 주부(E장조)와 중간부(F단조)의 극적인 대비나 3악장의 스케르초(C장조)와 트리오(D♭장조)와의 선명한 대비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음색의 변화는 후기 슈베르트만의 훌륭한 표현법이라 할 수 있겠다. 으뜸음 C음에 대해 D♭음을 강조하면서 음색의 세분화와 긴박한 울림을 표현하는 것도 매우 상징적이다. 이러한 울림의 세계가 독자적인 전개와 다섯 개 악기의 미묘한 용법과 맺어지면서 이 5중주곡은 슈베르트의 전체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수작이 된 것이다.

동시에 이 작품은 당시의 실내악 상식을 초월한, 너무나 독창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에(또는 현악 4중주에 비해 그리 일반적이지 않은 5중주라는 편성 때문에) 자필악보를 소유하고 있던 디아벨리 출판사가 출판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긴 세월 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초연을 치른 것은 작곡가의 사후 22주년을 기념한 1850년 11월 17일의 일이었다(요제프 헤르메스베르거 4중주단과 요제프 스트란스키의 첼로, 빈의 악우협회에서). 출판은 더욱 늦어져서 3년 후인 1853년이 되어서야 디아벨리 출판사를 계승한 C. A. 슈피너 출판사에서 Op.163을 달고 출판이 이루어졌다.)

1악장 (1.Allegro ma non troppo 4/4) (C major)

(일반적인 소나타 형식을 취한다. 서주부 없이 바로 2첼로를 제외한 4개의 악기가 긴 으뜸화음을 시작하면서 1주제를 진행한다. 주제는 코랄풍의 청량한 멋이 있지만 3마디의 감7화음(딸림조의 도미넌트)이 제시하는 것처럼 아주 낭만적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이 주제가 낮은 음역으로 옮겨진 상태에서 응답(1바이올린을 제외한 4개의 악기)이 이루어진 후 2대의 첼로에 의한 주제를 연주하면서 1바이올린이 강하게 하행 펼침화음을 연주하고, 더욱 셋잇단음표의 움직임을 넣어가면서 곡을 고조시킨다. 2주제는 2첼로에 바싹 달라붙으면서 1첼로가 노래하는 E♭장조의 선율로 2대의 바이올린에 이어진다.

이 주제로부터 G장조의 3주제를 유도하여 1바이올린이 노래하는 진행을 취한다. 중간마침에서 두 가지 음악 소재가 등장하는데, 이 소재는 발전부의 중심적인 소재로 쓰이며, 특히 위의 악보의 A(붉은 사각형) 리듬은 발전부 전체를 통틀어 집요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또한 B(푸른 사각형)로부터는 새로운 선율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어떤 길이의 부분을 조옮김하여 반복(다시 말해, 203~238마디는 167~202마디를 장2도 낮춘 것)하는 슈베르트가 즐겨 사용하던 수법도 이 작품의 발전부에서는 장황함에 빠지지 않고 반대로 긴장을 높이는 방향으로 효과적인 쓰임을 보여주고 있다. 재현부는 정석대로 으뜸조인 C장조로 시작하여 하행 펼침화음 주제는 F장조로 옮겨오고, 그 이후는 제시부를 대체적으로 그대로 5도 아래로 옮긴 형태로 진행한다. 코다는 1주제에 의해서 순간적으로 긴장감을 높이지만 계속해서 2주제가 나타나고 평안한 분위기에서 1악장을 마친다.)

2악장 (2.Adagio 12/8) (E major)

(3부 형식. 슈베르트의 가장 깊은 영혼의 노래로 손꼽힌다. 아름답다기보다는 사라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처절한 몸부림 같기에 더욱 서글프다. 1부는 2바이올린의 선율과 2첼로의 피치카토가 어우러지면서 깊은 정취를 가진 주제가 풍부한 감정을 가진 채 나타난다. 대조적으로 F단조인 중간부에서는 불안정한 리듬의 움직임 위에서 1바이올린과 2첼로가 어두운 주제를 연주하면서 격렬한 조바꿈을 거듭하며, 비극적인 클라이맥스를 구축해 간다. 주부의 재현에서는 주제를 장식하는 1바이올린과 2첼로가 1부보다 더 세밀한 움직임을 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안식을 찾기 위한 조용함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3악장 (3.Scherzo. Presto 3/4 - Trio. Andante sostenuto 2/2) (C major / D flat major)

(상당히 복잡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힘찬 활기가 넘치는 스케르초의 교향악적인 취급은 때때로 실내악의 범위를 초월하고 있다. 트리오는 스케르초와 대조적인 안단테 소스테누토 2/2박자(구 전집에서는 4/4박자). 비올라와 2첼로의 하행적 선율에 끌려 나타나는 코랄풍의 겸허한 주제는 내면적인 성향을 깊게 드러낸다.)

4악장 (4.Finale. Allegretto 2/2) (C major)

(명확한 구성이 나타나지 않은 피날레 악장. 2개의 주제를 사용하지만 론도 형식이나 소나타 형식, 론도-소나타 형식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자유로운 형식의 곡도 아니다. 도식화하면 A-B-A-발전부-B-A'-코다라고 할 수 있다. 1주제는 이른바 ‘헝가리풍’의 춤곡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C단조로 시작하여 E♭단조, E단조를 경유하여 결국 원래 조성인 C장조를 강조하는 점이 매우 독특하다. 이 과정에서 주제를 3번 반복한다. 2주제는 G장조로 진행하는데 1악장 1주제와 관련이 있다. 이 반주의 셋잇단음표가 나중에 중심이 되어 2주제부가 크게 발전하고 마지막으로 첼로의 2주주로 노래하는 폭넓은 선율이 나오며, 자연적으로 경과부로 옮겨진다.

계속해서 1주제를 처음과 거의 동일한 형태로 연주하면서 1주제에 의한 전개를 폴리포닉한 서법으로 확장한다. 이 세력이 약간 약해진 뒤에 2주제를 C장조로 재현하여 전과 동일하게 진행한다. 경과부를 경유하여 이번에는 피우 알레그로라는 빨라진 템포로 1주제가 상당한 변화를 거쳐 등장한다. 이것은 격렬한 고조를 거치면서 그대로 피우 프레스토의 코다 부분으로 들어가 긴장감이 사라지기 전에 강하게 전곡을 마무리한다.)

 

참고 자료

음악지우사간 작곡가별 뮤직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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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의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소나타 (Sonata for Two Pianos and Percussion, Sz.110)

작곡 시기 : 1937년 8월 완성

악기 편성 : 두 대의 피아노, 세 개의 팀파니, 실로폰, 두 개의 작은북, 두 개의 심벌즈, 큰북, 트라이앵글, 탐탐

※ 타악기 연주자는 기본적으로 두 사람이 하되, 경우에 따라 실로폰 주자를 따로 둘 수 있다

(버르토크는 1937년 국제 현대음악 협회 바젤(Basle) 지부의 위촉을 받아 이 곡을 썼다. 피아노와 타악기를 결합시킨 편성은 거의 전례가 없던 것이며(솔직히 말하자면 전무후무하다), 음악의 타격감이나 다이내믹함도 이전의 음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던 것이다. 작곡가는 피아노협주곡 1번과 2번을 통해 실험한 피아노와 타악기의 앙상블을 이 곡에서 완성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던 피아노와 타악기 앙상블을 완성한 탓인지는 몰라도, 이후에 쓴 관현악 곡이나 협주곡 - 바이올린 협주곡 2번,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피아노 협주곡 3번 - 에서 타악기 앙상블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그뿐 아니라 타악기의 목소리도 거의 듣기 힘들어졌다. 피아노 협주곡 3번에서 타악기의 역할은 2번에 비하면 너무 적어서 거의 존재감이 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고 나면 더 이상 그것에 관심을 주지 않는 버르토크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인 셈이다.

버르토크는 이 곡을 2대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형태로 만들었고, 그 곡을 1943년 1월 4일 뉴욕에서 초연한다. 협주곡 버전에서는 위의 편성에 목관악기 2, 호른 4, 트럼펫 2, 트롬본 3, 첼레스타, 현악기군을 추가한다.)

 

1악장 (1.Assai lento 9/8) (C chord)

(1악장은 총 연주 시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나머지 두 악장과는 다른 주제의 풍요로움과 다채로운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음은 C위에 놓이지만, 3온음을 강조해 F#을 두드러지게 만든다. 작은북의 트릴과 피아노로 서주 아사이 렌토를 시작하는데, 7개의 반음계를 포함하는 3온음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도입 모티프는 어떤 변화를 동반하든 자신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바로 곡의 주요 모티프라 할 수 있는 나머지 세 개의 모티프가 이 도입 모티프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그것이 야성적인 느낌을 던져주는 주부 시작 부분의 모티프이든, 아포지아투라를 통해 묘한 엇박의 느낌을 주는 두 번째 모티프이든, 6도의 도약이 두드러지는 세 번째 모티프이든지간에 말이다. 주부는 그야말로 풍부한 동기 발전과 대위기법의 연속이다. 음향의 병진행, 수많은 카논들, 동기 패턴과 도치형의 결합 등 버르토크가 그동안 연구한 음악적 기법들이 마구 쏟아진다. 그러나 그 기법들을 이끌고 가는 것은 모티프와 리듬의 어마어마한 활력이다. 이 악장에서 타악기는 악절을 강조하는 역할을 맡으며, 중요한 악구는 피아노와 실로폰이 주로 도맡는다.)

 

2악장 (2.Lento, ma non troppo 4/4 - 3/2)

(흐릿하게나마 3부 형식을 취하고 있는 중간 악장 렌토는 담백한 느낌 속에 음향적인 화려함을 담고 있다. 버르토크의 음악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불안한 느낌의 ‘밤의 음악’이 여기서는 종소리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종소리는 다섯잇단음으로 이루어진 주요 모티프를 안개처럼 감싼다. 이것들을 카논으로 반복하는 과정에서 모티프는 점점 가라앉아 마침내 드럼들만이 이 모티프의 윤곽을 나타낸다. 그리고 작곡가는 서두의 주제로 돌아가는데, 이 때 몽롱한 느낌의 스케일과 흑건과 백건 양 건반을 모두 연주하는 겹음 글리산도가 겹치며 안개는 더욱 짙어진다. 그 때 갑자기 타격과도 같은 크레셴도 속에서 다섯잇단음 모티프가 나타나면서 곡은 끝난다.)

 

3악장 (3.Allegro non troppo 2/4) (C chord)

(1악장의 기본음과 같은 C를 중심음으로 하고 있지만, 이 악장은 앞의 두 악장과는 전혀 다른 활달하고 귀여운 느낌을 준다. 실로폰에서 나타나는 주제는 베토벤의 콩트르당스 1곡과 너무나도 닮았는데, 기본음인 C에서 시작하여 F#과 B♭을 포함하며 바로 E♭, A♭, D♭, C♭을 갖는다. 음정들은 점점 더 확대되며 마침내 열한 개의 음을 갖는데, F#음만 여기에서 빠진다. 1악장 서두가 C와 함께 F#을 강조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일이다.

민속적인 활달함이 곡을 앞의 두 악장과는 정반대 분위기로 몰고 간다. 일단 기본적인 주제는 3개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 가능하며, 따로 16분음표의 부주제가 있다. 발전부 직전에 1주제를 한 번 언급해준 후 발전부로 넘어가는 것이 독특한데, 발전부는 기본 주제를 바탕으로 전개를 해 나간다.

코다는 서두 모티프를 계속해서 끝까지 몰고 나가며, 사이드 드럼이 집요하게 리듬을 고수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음량을 어찌 할 수는 없다. 정교한 기계 장치들이 점점 활력을 잃고 멈추기 시작한다. 피아노가 모티프를 하행 리디아 4음음계(E♭, D♭, B, A)에서 교대로 내놓는 가운데 피아니시모로 스타카토를 연주하게 하는 작곡가의 짓궃은 지시와 함께 모든 음악은 G음의 딸림화음적 코드와 C음의 3화음 위에서 멈춘다. 하지만 아직 모든 움직임이 멈춘 것은 아니다. 태엽이 다 감긴 상태에서도 기계는 그 동안 받았던 운동의 반향을 그대로 적용해 드럼과 심벌을 몇 마디 더 연주하게 한다. 그리고 그 운동들마저 정지하면 비로소 곡은 완전히 끝난다. 포가 언급한 멜첼의 자동인형이 그 움직임을 멈추는 것처럼.)

 

참고문헌

헐시 스티븐스, <버르토크의 음악과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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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브라운의 글을 참고함.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은 폐쇄공포증에 걸린 사람의 정신상태와 비슷한 상황을 유도한다. 실제로 소비에트의 정치적 현실도 인민들에게 폐쇄공포를 불러일으킬 만한 상황을 제공하고 그런 현실을 구축했으니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필연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제한된 진보성, 제한된 불협화음, 숨어있는 장치들이 얽혀 있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은 마치 암호문과도 같다. 한 사람의 비밀을 감추는 장소로는 그 틀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쇼스타코비치는 거기에 많은 것들을 감추는 동시에 드러낸다. 비명소리, 신음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국가권력이 개인을 짓누르던 시기에 문 두드리는 소리는 처형장이나 굴라그로 자신을 끌고 갈 전주곡이었다), 학살을 의미하는 총격, 간간이 나타나는 ‘소수자’들의 목소리(13번과 14번 교향곡은 분명 ‘소수’의 목소리를 교향악 장르에 끌어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리고 집요할 정도로 반복되는 군홧발 소리. 이 군홧발 소리는 쇼스타코비치의 개인 서명 모티브인 ‘DSCH' 못지않게 곳곳에서 집요할 정도의 반복으로 청자들을 세뇌시키기 직전까지 가며, 쇼스타코비치의 다른 모티브들도 그 군홧발 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집요한 반복으로 가득하다. 그 반복이 때로는 중요한 것들을 가려버리기도 한다.

4번 교향곡은 오페라 <맥베스 부인> 사건으로 정치적 생명과 함께 육체적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해 있던 시절에 완성한 곡이다(작곡은 1934년부터 진행하고 있었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의 초연을 오래도록 미루었다가 1961년에야 세상이 이 곡을 듣게 했다.

1악장에서 악상은 무엇인가 그럴듯한 형태를 갖추기도 전에, 주제의 전개를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에 끌어올리기도 전에, 폭발한다. 그 폭발은 곡을 이끌고 나갈 추동력인 동시에, 이 추동력이 사라지면 곡은 모든 융합을 끝낸 항성처럼 차갑게 죽어갈 것이라는 선언인 셈이다. 폭발이 더 큰 폭발을 이끌어내고, 폭발 사이에서 발작적인 현악 패시지가 나타난다. 얄궂게도 이 패시지는 에스프레시보 지시를 달고 있다. 1악장이 절반 정도 진행되었을 때 청중들은 감정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현악 푸가토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생명이 걸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와중에도 쇼스타코비치의 작곡 상황은 큰 변화가 없지만, 그가 받은 거대한 압력은 내면에 응어리로 남아 있다가 본인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 밖으로 불거져 나오는 것 같다. 푸가토의 폭발을 끝으로 곡은 불균형적이고 짤막한 코다로 끝을 맺는다. 공허한 바순의 울림 - 차이코프스키 <비창> 이래로 하나의 전통이 되어버린 - 은 무엇을 암시하고자 하는 것일까.

2악장은 1악장과 3악장을 잇는 불안한 간주곡, 즉 부교浮橋다. 세 개의 악장이 모두 불균형적이고 어딘가 맞지 않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작곡가가 지탱할 수 있는 기반이 불안정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2악장의 코다는 계속 무엇인가 말을 하려 하지만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들리는 것은 알듯 모를듯 속삭이듯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들뿐이다.

음울한 라르고에 이어 알레그로에서 곡은 다시 폭발한다. 가차 없는 동기들의 전진이 이어지면서 계속 곡을 극한으로 몰고 가기 직전, 갑작스럽게 부드러운 춤곡이 그 전진을 잘라버린다. 악장은 이제 다채로운 콜라주로 채워진다. 한 가지 색상이 지배하던 곡에 온갖 음악이 끼어든다. 그러나 그 음악들은 하나같이 불안해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다. 팀파니의 강주를 앞세운 금관악기 코랄은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을 압살해버린다. 이 금관악기 코랄은 주조성인 C단조에 도달할 때까지 오로지 파괴를 위한 파괴를 반복한다. 이 코랄이 지나가고 나면 어떤 모티브도 온전히 남아 있을 수 없다. 토막 난 사지가 잘려나간 후에도 잠시나마 꿈틀거리는 것처럼, 코랄이 끝난 후의 남은 부분들은 발작적으로 꿈틀대다가 곧 움직임을 멈춘다. 마지막에 향긋한 첼레스타의 음향이 들려오지만, 이 교향곡의 마지막 부분을 생각하면 참으로 역설적인 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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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기를 위한 교향곡 (Symphonies pour instrements a vent)

작곡 시기 : 1920년 11월 30일 완성. 1947년에 출판하면서 개작.

출판 : 처음에는 「르뷔 뮤지칼」지 소재의 코랄 부분만의 피아노 편곡판. [루리에에 의한 전곡의 피아노 편곡판] 1926년. [1947년 개정의 총보] 1952년, 부시 & 호크사. 원곡의 악보는 미출판.

악기 편성 : 플루트 3(3플루트는 피콜로 겸), 알토 플루트, 오보에 2, 잉글리시 호른, 클라리넷(B♭) 2, 알토 클라리넷(F), 파곳 3(3파곳은 콘트라파곳 겸), 호른(F) 4, 트럼펫(B♭) 3, 트롬본 3, 튜바. 총 연주자 24명

1947년 버전은 연주자가 한 명 줄고 편성이 약간 바뀌었다. 플루트가 피콜로를 겸하지 않고 알토 플루트가 없어졌으며, 클라리넷이 3대로 늘고 알토 클라리넷이 없어졌다.

(프랑스의 음악잡지 르뷔 뮤지칼이 드뷔시 추도 특별호를 개재하면서 10인의 작곡가를 선별, 드뷔시의 추도음악을 싣게 했을 때, 스트라빈스키는 코랄을 실었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중 7번째 코랄을 발전시켜 이 교향곡을 만들었다. 결국 굳이 이 교향곡의 헌정자를 찾자면 이 곡의 원형인 코랄을 헌정 받은 고故 클로드 드뷔시가 되는 셈이다. 클라리넷이 리듬과 악센트의 지표를 담당하며, 소리가 매우 두드러진다. 스트라빈스키의 특징인 차가움과 객관적인 성향을 모두 갖추고 있으나, 툭툭 튀어나오는 거친 소재들은 리듬에 대한 작곡가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도록 돕는다. 작곡가는 이 교향곡을 ‘동종의 악기들의 서로 다른 모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짧은 연도(Litaniae)로 풀어 가는 엄숙한 의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 편 음악학자 막스 해리슨은 “3개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들의 대비”라는 문장으로 이 곡을 설명하고 있다. 두 개의 파트로 나뉜 악기군은 같은 악기라도 다른 위치와 다른 악기 사이에 놓였을 때, 그리고 다른 패시지를 연주할 때 전혀 이질적인 음향을 들려주고 있다. 제목은 교향곡이지만 1부와 2부로 나눠 볼 수 있는 이 악곡은 전통적인 교향곡의 구성과 닮은 점이 전혀 없다. 1921년 6월 10일, 세르게이 쿠세비츠키의 지휘로 런던 퀸즈 홀에서 초연했다.)

(《관악기를 위한 교향곡》을 작곡하기 전해인 1919년에 스트라빈스키는 디아길레프의 권유로 페르골레지(1710~1736) 외의 악보에 의한 발레음악 《풀치넬라》를 작곡했다. 이 곡에서 들을 수 있는 남국적인 정취, 투명함과 단정함은 그 때까지의 스트라빈스키 작풍과 선을 그었고, 나아가서는 후의 《관악 8중주곡》(1923)에서 선언하게 되는 <신고전주의>를 예고하는 작품이 되었다. 그러나 스트라빈스키뿐만 아니라, 양식의 변천 및 수립은 단번에 또한 직선적으로 이행ㆍ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 곡은 과도기에 위치하면서도 그 민족적 분위기, 율동과 음향운동의 격렬함에서 오히려 《봄의 제전》과 《결혼》의 계보에 속하는 작품이다. 현악기를 생략한 편성은 순조로움과 표정의 풍부함을 배제하며, 때로는 메마르고 거칠며 장중하다.

단일악장 전체는 2부로 크게 나눌 수 있고, 전반에서는 선율 소재의, 후반에서는 동적 및 정적 음향소재의 각각의 교체, 대조가 구성요인을 이룬다. 서로 소재 사이에는 음정, 화성, 율동의 여러 요소에 동일 또는 근친성을 지니게 하여 전곡을 통일하고 있다.

1부(연습번호 (42)의 앞까지)의 구성을 도식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도입부 (연습번호 (6)까지)

주부 A ((6)~(8))

주부 B ((8))

삽입부 : Ep. Ia((9)~(11)) - Ep. Ib((11)~(15))

주부 C ((15)~(26))

Ep. II ((26)~(29))

주부 C ((29)~(37)) (재현)

Ep. III ((37))

주부 B ((38)~(39)) (재현)

Ep. IV ((39)~(40))

주부 A ((40)) (재현)

Ep. V=d' ((41))

1부(도입부 및 각 에피소드의 주체를 이루는 소재는, 조는 일정하지 않지만 모든 것에 균등하게 마디마다 교체하는 박자의 변화와 주선율을 담당하는 클라리넷의 날카로운 음색을 특징으로 한다(밑의 악보).

도입부에서는 위의 악보에 이어 바로 밑의 악보를 투티로 연주한다.

이것은 그 코랄 양식과 화성 및 동기 X에 의해 끝의 코랄과의 관련성을 얻는다.

서두 악구의 반복에 이어 나타나는 1/2음가의 짧은 소악구(밑의 악보)는 코랄과 함께 2부를 지배하는 악구의 요약이다. 이같이 II부의 두 주요 소재는 미리 도입부에서 나타난다.

다시 투티 악보를 반복한 후, 밑의 악보가 도입부를 닫지만, 이 프레이즈는 접미 또는 접두구로서 이후 가끔씩 쓰인다.

주부 A(바로 밑의 악보) 및 B(그 밑의 악보)는 모두 목관악기로 계속해서 연주하고, 주제의 성격은 《불새》 이후 스트라빈스키가 지속적으로 인용한 러시아 민요를 연상케 한다.

 

A는 핵을 이루는 장2도 음정에 의해 후반부의 두 소재와 또 연관된다. 에피소드 Ia는 도입 악보와 동기 X로 이루어지고, Ib에서는 약간 움직임을 지닌 셋잇단음 동기가 이 부분의 특징을 이루며 전개가 이루어진다. 여기에서도 동기 X는 저성부에서 들린다.

주부 C의 선율도 다시 민요적 성격을 갖추고 목관으로 연주하지만, 표기법은 다성적인 경향이 농후하며 후반에서는 역시 2도가 핵을 이루는 상황에서 동기가 대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선율 소재는 A-B-C 순으로 점차 도약 횟수를 늘린다. 도입부를 닫는 악구를 접두 및 접미 악구로 하는 에피소드 II는 역시 도입 악구와 동기 X로부터 형성한 것이며, 여기까지가 제시부에 해당한다.

아래의 재현이 에피소드를 끼워 제시와는 반대 순서, 즉 C-B-A의 순서로 이루어진 점에 주목하기 바란다. 이것은 면대칭을 이루는 활 모양 형식의 일종이다. 2부의 구성은 다음 도식에 따른다.

e((42)) - d' - d((44)) - d' ((45))

주부 D((46)~(56))

e((56)) - d' ((57))

주부 D ((58)~(64)) (재현)

d' ((64))

주부 E ((65)) 이하

d', d 및 e는 2부의 주부를 이루는 동적 악구 D, 코랄 E의 각각에서 파생한 악구로 예고 또는 간주의 역할을 맡는다.

1부에서의 에피소드와의 차이는 주부와의 근친성이 짙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1부의 선율의 우위에 대하여, 여기에서는 음향체가 구조를 주도한다. 그러나 2가지 소재 D와 E는 음정 Y에 의해 느슨하게 맺어졌다고 하지만, 전자의 격렬한 율동적 움직임과 후자의 숙연한 화음형의 정지성은 현저하게 대조를 이룬다. 특히 클라이맥스의 거칠고 불협화적인 울림과 파행적 악센트의 강한 타격은 마치 《봄의 제전》 중 마지막 곡인 <신성한 춤, 선택된 처녀>를 듣는 느낌마저 든다.

한바탕 타격이 끝나면 드디어 단편적인 형태로만 계속 나타나던 코랄이 제 모습을 갖추고 등장한다. 이 코랄은 애도의 감정을 상징하는 것이며, 정교한 리듬으로 짜여진 첫 부분, 중간부 러시아 민요의 토속성, <봄의 제전>풍의 거친 후반부 분위기를 오고가던 이 기악곡 저변에서 계속 흐르고 있던 것이다.

조용함은 격렬함을 제압하고, 애도의 비장한 음악은 고요한 여운을 남기며 끝난다.

코랄은 마디의 구분에 관하여 원곡과 약간의 차이가 있으며, 템포도 바뀌고 있다. 또한 이것은 앞서 적은 화이트가 지적하고 있는 것인데, 《관악기를 위한 교향곡》에는 3종류의 템포 지정이 있고, 그것들은 ♩=72, ♩=108, ♩=144와 같이 원래 템포와 1.5배, 2배 관계에 있으며, 각 소재는 항상 셋 중 하나의 템포를 지니고 있다.

 

참고 문헌

음악지우사 간 <스트라빈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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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Piano Sonata No.14 in C sharp minor, Op.27-2 "Moonlight")

작곡 시기 : 1800년에서 1801년

출판 : 1802년 3월 (빈의 카피사)

헌정자 : 줄리에타 귀차르디

(두 곡의 피아노 소나타 Op.27은 1801년에 작곡했다. 베토벤이 30세를 전후하던 시기로, 교향곡 1번과 현악 4중주 Op.18이 등장하던 무렵이다. 즉, 이 피아노 소나타는 베토벤이 작곡가로서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던 시기의 작품이라는 얘기다. 두 곡 모두 《환상곡풍 소나타 Sonata quasi una Fantasia》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베토벤이 이 두 곡에 부여하려 했던 음악적 성격과 방향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 시기의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를 통해 다양하고 폭넓은 음악적 시도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이 두 곡은 그 전형적인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이 곡은 전통적인 1악장 중심제를 버리고 종악장에 곡의 중심을 두었는데, 장기적으로 보아 이것은 고전적인 형식을 무너뜨리고 형식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참고로 <월광>이라는 별명은 베토벤 생전에는 없던 것이다. 베토벤이 죽고 3년 뒤인 1830년, 시인 렐슈타프(1799-1860)가 이 곡의 1악장을 가리켜 “스위스 루체른 호수의 달빛에 흔들리는 작은 배와 같다.”는 평을 남겼고, 그 후로 이 곡은 <월광>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 곡은 출판 당시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으나, 베토벤은 이 곡의 인기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E♭장조의 자필악보는 소실되었으나 C#단조의 자필악보는 본의 베토벤 하우스에 보존되어 있다. Op.27의 두 곡은 1802년 3월 빈의 카피(Cappi) 사에서 출판했다.

곡을 헌정받은 줄리에타 귀차르디(1784-1856)는 한 때 베토벤에게 피아노를 배웠던 소녀로, 한 때 그녀가 ‘불멸의 연인’이 아니느냐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으나 신빙성이 적어 잦아들었다. 하지만 베토벤이 그녀에게 호의를 보였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베겔러에게 보낸 1801년 11월 16일자 편지에서는 “이러한 심경의 변화는 매력 넘치는 한 여인 때문입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며, 나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2년 만에 행복한 순간이 찾아온 것입니다. 결혼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서로 신분이 다릅니다.”라고 쓰고 있다. 편지 뒷부분의 씁쓸한 구절처럼 그녀는 1803년 11월 갈렌베르크(Wenzel Robert Gallenberg, 1783~1839) 백작과 결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로 가버린다. 베토벤은 론도 Op.51의 두 번째 곡을 그녀에게 헌정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리히노프스키 공작부인에게 헌정했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베토벤은 1823년 당시 케른트너토어 극장의 악보관리 책임을 맡고 있던 갈렌베르크로부터 《피델리오》 악보를 빌리려고 제자인 쉰틀러를 보냈으나 빌릴 수 없었다고 한다. 이것으로 미루어보아 두 사람 사이에 썸씽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베토벤이 한 때 피아노를 가르쳤던 소녀에게 자신의 곡을 헌정할 리는 없었을 테니.

이 곡과 외면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 키워드는 귀차르디라는 여인의 존재지만, 모든 작곡가가 가지고 있는 새로운 악기에 대한 동경은 이 곡을 이해할 수 있는 또다른 키워드다. 1801년, 당시 10살이던 체르니가 베토벤의 제자가 되기 위해 그를 찾아갔을 때, 베토벤의 방에는 당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발터제의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베토벤은 이 피아노에 만족하지 않고 발터제의 피아노 제작소에 ‘30다가트를 지불할 것이니 용제는 마호가니와 우나코다(지금의 약음페달) 장치를 구비해야 한다.’ 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도 동시대의 다른 작곡가들 못지않게 악기의 개량과 성능의 향상에 목말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새로운 피아노는 Op.27의 소나타를 작곡하는 데 자양분이 되었다. 당시 음악적 유행의 최전선을 달리던 패기 넘치는 젊은 작곡가에게 새로운 음악적 매체에 대한 관심은 금전적 가치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었다.

이 피아노 소나타의 연주가별 템포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악장

음표

체르니

모셀레스

뷜로

슈나벨

1845

1850

1악장

4분음표

54

60

60

52

63

2악장

점 2분음표

76

80

76

56

63

3악장

2분음표

80

92

92

88

88

일단 모든 연주가들이 1악장의 템포를 작곡가의 메트로놈 템포보다 두 배 정도 느리게 지정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체르니의 템포는 1845년에 비해 1850년의 템포가 모두 조금 더 빨라졌다. 뷜로는 1악장과 2악장의 템포를 다른 이들에 비해 조금 느리게 잡았다. 가장 현대적인 템포를 보여주는 슈나벨은 1악장이 가장 빠르며 3악장에서는 중간 정도를 유지한다.)

(사견이지만, 이 소나타 전체를 3부로 이루어진 하나의 환상곡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소나타 전체를 아타카로 계속 연주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1악장 셋잇단음표의 하나인 8분음표가 2악장의 4분음표에 해당하며, 2악장 한 마디의 길이가 종악장의 2분음표에 해당한다는 사실도 곡을 하나로 결합할 수 있는 동기가 될 수 있다.)

 

1악장 (1.Adagio sostenuto 2/2) (C# minor)

(베토벤은 환상곡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소나타 형식 위에 서 있는 첫 악장에 섬세한 지시 사항을 덧붙이고 있다. ‘Delicatissimamente(되도록 섬세하게)’라는 지시사항이 들어 있으며, ‘Senza sordini(금관악기라면 이 지시사항은 ‘약주’가 되겠지만, 포르테피아노에서 이 지시사항은 ‘오른쪽 페달(댐퍼)로 음향을 살리시오’가 된다)‘라는 지시를 두 번이나 넣어 강조하고 있다. 잠시 여기서 설명을 멈추고 그 당시 피아노의 개량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당시 대부분의 피아노에는 페달이 없었고, 대신 무릎으로 밀어 올리는 ’크니헤 벨‘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때에 이르러 발로 밟는 페달이 등장한다. 베토벤의 지시사항은 악기의 개량에 발맞추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베이스의 화음, 중성의 셋잇단음, 상성의 멜로디로 이루어진 단순한 음형에 구성은 매우 간명하고 간결하며, 렐슈타프의 감상적인 제목 붙이기가 떠오를 정도로 달빛이 비치는 호수의 정경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1주제와 2주제 모두 마디의 마지막 셋잇단음표에서 제시되는 것이 특징이며, 주제에 점리듬을 붙여 셋잇단음표 반주 및 베이스의 단화음과 구분한다. 1주제는 G#음에서 점음표가 붙어 나타난다. 10마디에서는 반음 높아져 다시 나타난다. 코데타를 포함하고 있는 2주제는 불안정한 B장조 화음이며, 21마디의 나폴리 화음을 거쳐 22마디에서 F#단조의 딸림음인 C#음으로 떨어져 F#단조 화음으로 마친다. 그와 동시에 발전부는 원조로 돌아간다. 주제는 5도 위로 높아졌을 뿐 같은 형태로 등장한다. 발전부에서도 곡을 이끄는 동력원이자 중요한 동기인 셋잇단음인 점점 원래 형태에서 벗어나 고음역으로 올라가면서 불안한 감정을 극대화한다. 발전부 35마디부터 37마디에 걸쳐 딸림음의 오르겔풍크트(G#)가 있는데, 이것이 상성부가 화음권 내에서 움직이게 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43마디부터 재현부로 들어가면 1주제가 51마디까지 선보인 후 C#장조로 2주제 끝부분이 확대되어 60마디까지 재현한다. 참고로 재현부에서는 2주제로 C#단조로 재현한다. 61마디부터 69마디까지는 코다. 코다에는 두 번의 크레셴도/데크레셴도 지시가 있는데, 62-63마디는 오른손 셋잇단음 리듬에 맞추어, 64-65마디에서는 왼손 주제 리듬에 맞추어 들어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속도 지시는 2분음표에 52~56박이지만 지시사항을 지키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며, 너무 느리게 치지 말아야 한다.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악장임에도 신비함이 감돌며 어찌 보면 순환동기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을 포함해 베토벤이 작곡한 가장 독창적인 악장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2악장 (2.Allegretto 3/4 - Trio 3/4) (D♭ major)

(3부 형식. 미뉴엣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케르초도 아닌 이 소박한 춤곡 악장을 두고 리스트는 “두 개의 늪 사이에 핀 한 떨기 꽃”이라는 평을 남겼다. 중심 조성인 C#의 이명동음인 D♭장조를 조성으로 취하고 있으며(C#/E/G#과 D♭/F/A♭의 차이), 미뉴엣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소박하다. 사실 춤곡이라고 규정짓기에는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운 느낌이며, 애매하기도 하다. 1부는 레가토와 스타카토가 호응하는 주제로 시작하며, 이것이 변주되어 나타난다. 첫 부분 왼손의 하행하는 리듬은 4마디까지 계속 등장하는데, 이미 1악장에서 선보였던 리듬이다. 이 리듬은 9마디부터 달라진 형태로 나타난다. 주제와 같은 리듬을 지닌 평탄한 중간악절을 사이에 두고 주제를 재현하며, 이어 작은 연결구가 나온다. 다시 중간악절을 반복한 후 트리오로 들어간다. 트리오 또한 D♭장조, 2도와 6도 위주의 움직임을 보인다. 오른손의 동적인 움직임에 비해 왼손은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이 트리오에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트리오에 sf의 당김음이 자주 등장하는데 너무 강조하면 좋지 않다. 간결하게 짜여져 있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이 악장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으며, 이 악장을 지나치게 해석하는 것은 마르크스(Berhard Marx)가 이 악장에 억지로 같다 붙이려 한 <이별의 노래>, “오—잊을 건가 나를! 잘 가오 부디” 풍의 해석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3악장 (3.Presto agitato 4/4) (C# minor)

(200마디) (네 파트 모두 1주제와 2주제가 교대로 나타나는 소나타 형식의 악장. 코다가 상당히 커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후 베토벤의 소나타 형식은 코다를 매우 웅장하게 강조하며 제 2의 전개부라 불릴 만큼 충실한 것이 특징이다. 1주제는 p로 시작해 격렬하게 상승하며 sf로 끝을 맺는다. 처음 2마디에서 3회씩 동기를 되풀이한 뒤 이것을 압축하여 2회 반복하는 보기 드문 기교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9마디부터 저음 G와 위 2 점 G음이 외성에서 머무르게 하고 내성의 두 성부가 약간 선율적이며 음계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진행하다 14마디에서 딸림음은 G#음으로 페르마타를 동반하며 일단 정지한다. 이 구절은 삽입구 역할로 다시 6마디 동안 나타나고 2주제가 딸림조인 G#단조로 애수를 띤 조용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이 흐른다. 비선율적인 1주제가 지배하는 3악장 안에서 이처럼 어둡고 빠르게 나아가는 2주제는 훌륭한 효과를 발휘한다. 오른손의 아르페지오와는 달리 왼손은 순차적으로 되어 있으며, 주제 선율을 옥타브화한 변주가 등장, 주제의 성격을 강화한다. 33마디부터 경과부를 10마디 거치면 부주제가 등장한다. 여기서 왼손 최저성부에서 등장하는 4개의 음(E, G#, B, Fx)은 1악장부터 계속 등장했던 음이다. 이 부분에서 장조의 나폴리 6화음(A#)이나 딸림 7음을 많이 쓴 것은 장3도를 느끼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조성이 흔들리고 불안한 느낌을 던져주기 때문에 극적인 표현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43마디부터 16분음표의 움직임은 끝나고 8분음표의 스타카토 화음으로 22마디 동안 부주제를 연주한다.

65마디부터는 발전부. 1주제의 소재로 전개가 도돌이표 다음부터 6마디에 걸쳐 원형이 C#장조로 등장하지만 3~4마디로 조바꿈하며 경과부 부분은 생략한다. 곧바로 2주제부가 F#단조로 조바꿈해 71마디부터 상성에 등장하고 저음부로 내려가 101마디까지 취급하며 음량을 줄이고(pp) 종결을 꾀하는 것처럼 들린다. 발전부의 길이는 그다지 길지 않고 복잡하지도 않으며 끝에 침착한 두 개의 온음표가 재현부를 유도한다.

재현부는 제시부의 충실한 재현에 주력하는데, 1주제는 갑자기 fp로 나타나는 것만 빼면 제시부와 같다. 이 주제를 끝부분 6마디만 생략하고 삽입구 없이 2주제 재현으로 넘어간다. 2주제는 C#단조로 재현한다. 원형 그대로 158마디까지 이어진다.

코다는 1주제로 시작하여 격한 환상을 품은 감7화음의 아르페지오가 163마디부터 등장, 166마디에서 일단락을 짓고 2주제가 164마디부터 시작하며, 카덴차풍의 자유로운 패시지가 177마디에서 선보이며 순차적으로 종결의 기분을 고조시킨 다음 베토벤의 소나타에서 자주 보이는 낮은 겹 F#음과 G#음을 186마디에서 옥타브로 각기 한 마디씩 Adagio의 템포로 연장한다. 그 뒤에는 1주제의 결미인 부주제를 사용한 악절이 등장하다 190마디부터 하행 분산화음으로 반복하면서 p에서 f, f에서 ff로 끝에 가서는 두 개의 화음을 격렬한 감정으로 두드리며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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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협주곡 2번 (Piano Concerto No.2 in G major, Sz.95)

작곡 시기 : 1930년 착수, 1931년 10월 완성

악기 편성 : 독주 피아노, 피콜로(플루트로 대체 가능),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B flat) 2, 파곳 2, 콘트라파곳(파곳으로 대체 가능),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작은북, 트라이앵글, 큰북, 심벌즈, 현악 5부

(비단 연도만이 아니라, 양식적으로도 협주곡 2번은 1번과 3번 사이에 놓인다. 선적인 대위법이 주조를 이루는, 거칠고 강렬하고 날카로운 1번과, 부드럽고 평온하며 신고전주의 양식 속에서 버르토크의 후기 서법을 드러내는 마지막 3번 협주곡 사이에 위치한 2번은 바흐적인 요소, 신고전주의적인 요소, 그리고 버르토크 자신의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현악 4중주 4번이 그렇듯 이 곡 또한 바깥쪽의 두 악장이 서로 연결되며, 아다지오 악장의 양쪽 아다지오가 서로 연결되고, 중간의 프레스토 부분이 아치형 구조의 맨 위에 놓인다. 곡은 활력으로 넘쳐나고, 풍요로운 변화를 수반하며, 무엇보다 피아니스트 출신인 버르토크의 뛰어난 기교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1악장 (1.Allegro 3/4) (G major)

(소나타 형식. 독주 피아노는 불과 20마디를 제외하고는 아주 바쁘게 움직이지만, 현악기군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주로 나타나는 것은 피아노의 다양한 기교와 화음, 금관의 코랄, 그리고 타악기의 갖가지 울림이다. 주요 모티브 6개 중 3개(이것을 모티브 a, b, c라 하겠다)가 첫 5마디 안에 이미 등장할 정도로 주제적 경제성이 대단하다. 상당히 밀도가 높다고 할 수 있는데, 첫 32마디는 이 세 개의 모티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상당한 규모의 경과부(중간부?)에서는 새로 두 개의 모티브가 생겨나며, 진정한 2주제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모티브(모티브 d다)는 5도 코드로 조용히 등장한다(이 직전에 1주제 단편들이 하행 5도 음정의 모방 기법으로 이곳저곳에 등장, 선율적 흐름의 처리를 거친다). 왼손과 오른손이 반대 방향으로 아르페지오를 넣는 이 주제는 복잡다단한 이 악장에서 몇 안 되는 쉼표와도 같다. 발전부는 완전히 폴리포니로 움직이며, 여기서 피아노의 다양한 기교가 쓰인다. 첫 모티브가 도치되면서 곡은 재현부로 넘어간다. 재현부에서 모티브는 순서대로 등장하지만 모두 도치형으로 나타난다(버르톡이 모티브를 수학적 측면에서 심사숙고했다는 얘기가 된다). 카덴차로 향하는 경과구는 또 모티브 a의 역행도치형이 쓰인다. 굉장히 부산스럽고 바쁜 악장이며, 작곡가의 대위법적 기교가 두드러지고, 피아노와 금관에게 높은 기교를 요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2악장 (2.Adagio - Presto - Adagio) (C chord)

(2악장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일변하여 현악기군이 모호한 느낌의 병행 5도 음정으로 이루어진 코랄을 연주한다. 현악기는 약음기를 끼고 논 비브라토로 일관해 안개가 끼인 듯한 인상을 주며, 이런 상황 속에서 피아노가 조용하게 5도 코드를 연주하며 마치 즉흥연주라도 되는 양 다양하게 발전해나간다. 각종 타악기가 피아노 근처를 맴돌듯 반주를 해주는데, 이는 베토벤 <황제> 협주곡의 피아노/팀파니 듀오를 생각했을 때 격세지감이라 생각될 만큼 장족의 발전이다. 피아노가 물러서고 다시 현악기군이 5도의 코랄을 연주할 때, 팀파니가 서서히 트레몰로의 음량을 늘려나가면 그 때 피아노가 갑자기 끼어들어 클러스터 트릴을 연주하면서 200마디가 넘는 프레스토 부분의 스타트를 끊는다. 피아노의 클러스터는 한 옥타브 안의 거의 모든 음을 망라하며, 곧 스케일, 트레몰로 등의 기법을 활용하면서 거의 쉬지 않고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이런 피아노를 목관, 금관, 그리고 현악기군이 따라붙으며 사실상 전음계적인 요소를 보여주는데, 이는 버르토크가 만든 밤의 음악 중 가장 시대를 앞서나간 부분이다. 다시 돌아온 아다지오는 1부에 비해 약간 축소된 형태를 취한다. 피아노는 여전히 드럼을 위시한 타악기들에 의해 반주되며, 반복될 때는 도치형을 쓴다. E장조 스케일이 나오는 가 싶더니 본래 코드인 C단조로 마친다.)

3악장 (3.Allegro molto) (G major)

(세 개 악장 중 가장 타악기적 성격을 취하는 마지막 악장은 7부의 론도 형식이며, 1악장의 모티브들을 활용하고 있어 버르토크 특유의 아치형 구조를 보여준다. 도해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 도입부 - A(새로운 주제) - B(모티브 b와 a) - A - C(모티브 c와 a) - A - D(모티브 d) - 코다 : 주요부 뿐 아니라 경과구와 코다 또한 1악장 자료들에 기초한다. 팀파니의 타격이 각 파트의 등장을 선명하게 구분시켜 주며, 또 각 파트의 구분 또한 1악장에 비해 훨씬 용이하다. 헐시 스티븐스의 해설에 따르자면, 경과적 부분인 195마디와 206마디 사이에서 새로운 모티브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사실 경과적 모티브의 도치와 모티브 a의 도치역행에서 파생한 것이다. 단순한 모티브의 도치역행이 새롭게 탄생한, 중요한 주제라도 되는 양 스트레토 기법으로 처리되는데, 상당히 참신한 시도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청자에게 이 곡은 작곡가의 현악 4중주에 비해 상당히 쉽게 들린다. 전 악장에 걸쳐 반음계보다는 전음계적 모드가 우세하며, 양쪽 끝 악장은 명백히 G장조라는 조성을 취하고 있고, 중간 악장 또한 약간의 방해를 받기는 하지만 기본음인 C를 흐리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헐시 스티븐스. <버르토크의 생애와 음악>. 

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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