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의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소나타 (Sonata for Two Pianos and Percussion, Sz.110)

작곡 시기 : 1937년 8월 완성

악기 편성 : 두 대의 피아노, 세 개의 팀파니, 실로폰, 두 개의 작은북, 두 개의 심벌즈, 큰북, 트라이앵글, 탐탐

※ 타악기 연주자는 기본적으로 두 사람이 하되, 경우에 따라 실로폰 주자를 따로 둘 수 있다

(버르토크는 1937년 국제 현대음악 협회 바젤(Basle) 지부의 위촉을 받아 이 곡을 썼다. 피아노와 타악기를 결합시킨 편성은 거의 전례가 없던 것이며(솔직히 말하자면 전무후무하다), 음악의 타격감이나 다이내믹함도 이전의 음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던 것이다. 작곡가는 피아노협주곡 1번과 2번을 통해 실험한 피아노와 타악기의 앙상블을 이 곡에서 완성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던 피아노와 타악기 앙상블을 완성한 탓인지는 몰라도, 이후에 쓴 관현악 곡이나 협주곡 - 바이올린 협주곡 2번,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피아노 협주곡 3번 - 에서 타악기 앙상블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그뿐 아니라 타악기의 목소리도 거의 듣기 힘들어졌다. 피아노 협주곡 3번에서 타악기의 역할은 2번에 비하면 너무 적어서 거의 존재감이 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고 나면 더 이상 그것에 관심을 주지 않는 버르토크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인 셈이다.

버르토크는 이 곡을 2대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형태로 만들었고, 그 곡을 1943년 1월 4일 뉴욕에서 초연한다. 협주곡 버전에서는 위의 편성에 목관악기 2, 호른 4, 트럼펫 2, 트롬본 3, 첼레스타, 현악기군을 추가한다.)

 

1악장 (1.Assai lento 9/8) (C chord)

(1악장은 총 연주 시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나머지 두 악장과는 다른 주제의 풍요로움과 다채로운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음은 C위에 놓이지만, 3온음을 강조해 F#을 두드러지게 만든다. 작은북의 트릴과 피아노로 서주 아사이 렌토를 시작하는데, 7개의 반음계를 포함하는 3온음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도입 모티프는 어떤 변화를 동반하든 자신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바로 곡의 주요 모티프라 할 수 있는 나머지 세 개의 모티프가 이 도입 모티프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그것이 야성적인 느낌을 던져주는 주부 시작 부분의 모티프이든, 아포지아투라를 통해 묘한 엇박의 느낌을 주는 두 번째 모티프이든, 6도의 도약이 두드러지는 세 번째 모티프이든지간에 말이다. 주부는 그야말로 풍부한 동기 발전과 대위기법의 연속이다. 음향의 병진행, 수많은 카논들, 동기 패턴과 도치형의 결합 등 버르토크가 그동안 연구한 음악적 기법들이 마구 쏟아진다. 그러나 그 기법들을 이끌고 가는 것은 모티프와 리듬의 어마어마한 활력이다. 이 악장에서 타악기는 악절을 강조하는 역할을 맡으며, 중요한 악구는 피아노와 실로폰이 주로 도맡는다.)

 

2악장 (2.Lento, ma non troppo 4/4 - 3/2)

(흐릿하게나마 3부 형식을 취하고 있는 중간 악장 렌토는 담백한 느낌 속에 음향적인 화려함을 담고 있다. 버르토크의 음악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불안한 느낌의 ‘밤의 음악’이 여기서는 종소리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종소리는 다섯잇단음으로 이루어진 주요 모티프를 안개처럼 감싼다. 이것들을 카논으로 반복하는 과정에서 모티프는 점점 가라앉아 마침내 드럼들만이 이 모티프의 윤곽을 나타낸다. 그리고 작곡가는 서두의 주제로 돌아가는데, 이 때 몽롱한 느낌의 스케일과 흑건과 백건 양 건반을 모두 연주하는 겹음 글리산도가 겹치며 안개는 더욱 짙어진다. 그 때 갑자기 타격과도 같은 크레셴도 속에서 다섯잇단음 모티프가 나타나면서 곡은 끝난다.)

 

3악장 (3.Allegro non troppo 2/4) (C chord)

(1악장의 기본음과 같은 C를 중심음으로 하고 있지만, 이 악장은 앞의 두 악장과는 전혀 다른 활달하고 귀여운 느낌을 준다. 실로폰에서 나타나는 주제는 베토벤의 콩트르당스 1곡과 너무나도 닮았는데, 기본음인 C에서 시작하여 F#과 B♭을 포함하며 바로 E♭, A♭, D♭, C♭을 갖는다. 음정들은 점점 더 확대되며 마침내 열한 개의 음을 갖는데, F#음만 여기에서 빠진다. 1악장 서두가 C와 함께 F#을 강조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일이다.

민속적인 활달함이 곡을 앞의 두 악장과는 정반대 분위기로 몰고 간다. 일단 기본적인 주제는 3개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 가능하며, 따로 16분음표의 부주제가 있다. 발전부 직전에 1주제를 한 번 언급해준 후 발전부로 넘어가는 것이 독특한데, 발전부는 기본 주제를 바탕으로 전개를 해 나간다.

코다는 서두 모티프를 계속해서 끝까지 몰고 나가며, 사이드 드럼이 집요하게 리듬을 고수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음량을 어찌 할 수는 없다. 정교한 기계 장치들이 점점 활력을 잃고 멈추기 시작한다. 피아노가 모티프를 하행 리디아 4음음계(E♭, D♭, B, A)에서 교대로 내놓는 가운데 피아니시모로 스타카토를 연주하게 하는 작곡가의 짓궃은 지시와 함께 모든 음악은 G음의 딸림화음적 코드와 C음의 3화음 위에서 멈춘다. 하지만 아직 모든 움직임이 멈춘 것은 아니다. 태엽이 다 감긴 상태에서도 기계는 그 동안 받았던 운동의 반향을 그대로 적용해 드럼과 심벌을 몇 마디 더 연주하게 한다. 그리고 그 운동들마저 정지하면 비로소 곡은 완전히 끝난다. 포가 언급한 멜첼의 자동인형이 그 움직임을 멈추는 것처럼.)

 

참고문헌

헐시 스티븐스, <버르토크의 음악과 생애>

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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