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일기 / 2018년 6월

음반 2018. 10. 20. 23:41


 이 달은 올해를 통틀어 가장 저조했다. 일이 워낙 안 되는 달이어서…….

 확실히 일이 잘 안 되면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2018.6.16 (토)


 브릴리언트 로제스트벤스키 에디션 CD 5 (Brilliant)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4번)

 다중 파국 시스템과 갈가리 찢긴 파편의 음악. 로제스트벤스키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과 시대를 같이 이해시킨다. 그가 간 날에 그의 최고 명연 중 하나인 쇼스타코비치 4번 87년 실황을 들으며 그를 추모한다.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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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일기 / 2018년 5월

음반 2018. 10. 20. 23:39


 2018.5.6 (일)


 브렌델 브릴리언트 에디션 CD 8 (Brilliant)


 (베토벤)

 대충 중간 정도 해주는 3번과 4번 피아노 협주곡. 베피협은 좋은 연주가 너무 많기 때문에 굳이 이런 연주를 고를 필요가 없다.



 2018.5.11 (금)


 브렌델 브릴리언트 에디션 CD 10 (Brilliant)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 32번)

 브렌델은 차분하게 두 대곡을 분석한다(문제는, 이 당시 그의 나이가 31~33세였다는 것). 정도를 따르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듣는 이는 천천히 <함머클라비어>와 32번이라는 거봉들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함머클라비어>도 32번도 '이것 이상'을 요구하는 곡이다. 쓰다 보니 브렌델의 <디아벨리 변주곡>과 비슷하다. 좋은데 뭔가 애매한 위치.



 2018.5.17 (목)


 브렌델 브릴리언트 에디션 CD 11 (Brilliant)


 (베토벤)

 몇 번을 반복하는 얘기지만, 젊은 시절의 브렌델은 명쾌하다(특히 28번에서). 단호하다. 나이가 들어 멈칫거리고 머뭇거리는 필립스 시절과는 다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렇게 변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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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2018. 10. 20. 23:35


 2018.4.13 (금)


 브렌델 브릴리언트 에디션 CD 3 (Brilliant)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9번과 20번. 점잔빼지 않는 싱그러움. 그런 점이 20번보다는 19번에서 더 두드러진다. 20번은 19번에 비해 재미가 덜하다. 너무 소극적이다.



 2018.4.14 (토)


 브렌델 브릴리언트 에디션 CD 4 (Brilliant)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2번과 25번. 베토벤 <황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22번(조성도 E플랫장조로 같다). 브렌델의 피아노는 필립스 시절에 비해 좀 더 싱그럽고 톡톡 튄다. 빈 특유의 악기와 연주법을 사용하는 관현악은 좀 거칠게 느껴진다. 장대한 악상으로 일관하는 곡인지라 그런 연주도 그닥 나쁘지 않다.

 2악장 C단조 안단테는 <황제>의 아다지오보다 더 마음에 든다. 모차르트의 목관 활용법은 정말이지……. 27번은 조금 심심하고, 론도는 처음 듣는 곡이라 그런지 좀 낫다.


 리히테르의 슈만 (EMI)


 리히테르는 이 연주에 큰 애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렇다. 나의 슈만 환상곡 3대 명연은 37년 박하우스(EMI), 73년 안네로제 슈미트(Berlin Classics), 그리고 2003년 플레트네프(DG)다.


 불레즈의 쇤베르크 에디션 CD 3 (Sony)


 (행운의 손/관현악 변주곡/정화된 밤 오케스트라 버전)

 셋 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냉정한 연주들이다. <정화된 밤>은 선율과 구조의 물맥이 다 보일 정도. 하지만, 그 투명함이 뉴욕필답지 않은 소리와 어우러져 후반부에서 놀라운 마법을 자아낸다. 다만 정확함만으로 음악을 짓누르는 중반부는 그닥. 어쨌거나 주관 하나만큼은 참 확고한 연주들이다.



 2018.4.17 (화)


 브렌델 브릴리언트 에디션 CD 6 (Brilliant)


 (모차르트)

 복스 시절 브렌델의 모차르트는 목석혼효다. 좋은 연주도 더러 있으나, 1순위로 꼽힐 연주는 거의 없다. 그래도, 두 대의 피아노 협주곡(10번)은 활력 하나만으로도 마음에 든다.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KV 448)는 분절(아티큘레이션!)이 너무 정확해서 듣는 맛이 떨어진다. 좀 더 부드럽게 감싸안을 수는 없었을까? 결국은 페라이어/루푸(Sony)로 돌아가는 신세가 되고 만다.



 2018.4.19 (목)


 브렌델 브릴리언트 에디션 CD 7 (Brilliant)


 (베토벤)

 아직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다 해도, 불꽃같은 악구가 곳곳에 적잖이 포진한 1번 협주곡. 다소 형식적인 반주에 얌전한 연주가 듣는 맛을 떨어뜨린다. 젊은 프로메테우스의 기지와 이상을 표현하려면 최소한 굴다/슈타인(Decca) 이상은 들려줄 생각을 하고 덤벼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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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2018. 10. 20. 23:28


 2018.3.9 (금)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34 (Brilliant)


 (가곡)

 슈트라우스는 반주자로서도 일류였다. 70에서 80에 이르는 노령에 한 연주들이지만, 그의 피아노 솜씨를 엿보기에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음질도 나쁘지 않다. 파울리네의 반려는 최고의 작곡가인 동시에 최고의 반주자이기도 했다.



 2018.3.17 (토)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35 (Brilliant)


 (관현악 반주 가곡)

 브릴리언트 슈트라우스 완청. 드디어 마지막이다. 오케스트라 반주 가곡과 <4개의 마지막 노래>. 네막노는 봄-9월-잠자리에 들 때-황혼 순이다. 가수인 마지오노는 숨이 좀 달리는 느낌이다.



 2018.3.18 (일)


 이 무지치 비발디 <사계> (Philips)


 조온나게 재미없다. 끝.



 2018.3.25 (일)


 코치슈 바르톡 피아노 독주곡 CD 5 (Philips)


 <미크로코스모스> 초반 세 권. 바이엘급 레퍼토리가 프로 피아니스트의 콘서트 레퍼토리로 발전해나가는, 피아노 교재의 끝판왕. 코치슈의 음색에 큰 특징은 없지만, 교본 연주에는 잘 어울린다. 등장 성악가는 마르타 루킨, 메조 소프라노다(65, 74, 95번에서 등장). 2대의 피아노 레퍼토리에서 출연하는 피아니스트는 카롤리 모차리(43~44, 55, 68, 74, 95).



 2018.3.27 (화)


 브렌델 브릴리언트 에디션 CD 2 (Brilliant)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7번, 25번과 하이든 피아노 협주곡 11번. 17번은 관현악 제시부와 독주 제시부의 경계를 흔드는 멋진 곡이다. 브렌델은 필립스에서 너무 얌전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곡도 그렇고, 연주도 그렇고, 내 취향은 모차르트보다는 하이든 쪽으로 더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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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2018. 10. 20. 23:22


 2018.2.11 (일)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8 (Brilliant)


 (시노폴리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후반부)

 드세이는 인상이 별로. 헤프너는 호흡 하나만큼은 좋은 편. 사실상 시노폴리의 소리를 듣기 위해 거는 음반이다. 약간 성마른 듯 하나, 악조건을 뚫고 기깔나는 소리를 내주는 뵘 76년 실황(Orfeo)이 그립다. 거기는 가수들도 야노비츠와 킹이니까.



 2018.2.12 (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9 (Brilliant)


 (카일베르트 <그림자 없는 여인> 1막)

 뵘(74년 실황)이나 카라얀(64년 실황. DG)에 비해 한참 모자라다. 카일베르트는 56년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실황이나 55년 <반지> 실황을 제외하면 뭐 없는 지휘자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의 빨랫줄 같은 비팅에는 일말의 상상력도 담겨 있지 않다(58년 <마탄의 사수>는 내게 그럭저럭인 연주일 뿐이었다).



 2018.2.16 (금)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30 (Brilliant)


 (카일베르트 <그림자 없는 여인> 2막)

 솔직히 고백한다. 이 음반은 자면서 듣느라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러니 2막 내용에 대해서 간략하게 얘기를 하겠다. 불륜의 음모와 등장인물들의 배신감, 증오심, 죄책감이 차례로 폭발하는 2막은 이 신비한 오페라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남의 삶을 '죽여야만' 자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이 잔인한 스토리에 구원의 길은 있는 것일까.



 2018.2.19 (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31 (Brilliant)


 (카일베르트 <그림자 없는 여인> 3막)

 3막은 극의 대단원을 이루는 부분이다. '칼을 내려놓으면 부처가 된다.' 이 오페라의 결말 부분을 들을 때마다, 나는 불교의 가장 심오한 교리를 압축한 저 말이 떠오른다. 등장인물들은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2018.2.22 (목)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32 (Brilliant)


 (시노폴리 <평화의 날>)

 <평화의 날>은 슈트라우스 오페라를 통틀어 가장 골 때리는 내용 전개를 자랑하는 곡이 아닌가 싶다. 30년 전쟁의 와중에 갑작스럽게 도달한 평화의 날이라니. 역사적 사실임을 생각해도,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당시 작곡가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2018.2.23 (금)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33 (Brilliant)


 (가곡)

 슈트라우스는 독일의 위대한 가곡 작곡가 중 한 명이었다. 가수는 새된 소리를 내고 피아노는 심하게 깽깽거리지만 그냥 들었다. 듣다 보니 파파이스 치킨이 땡겼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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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일기 / 2018년 1월

음반 2018. 10. 20. 23:05


 이 달부터는 좀 안 좋은 일도 있고 정신없이 지내기도 해서, 양이 저조하네요.

 확인해보니 7월까지 저조한 편.



 2018.1.28 (일)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7 (Brilliant)


 (시노폴리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전반부)

 아쉽다. 정신분열증도 미니멀리즘도 아닌, 이 연주를 기점으로 시작하는 달관의 행보를 좀 더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이 연주는 2000년에 녹음했고, 시노폴리는 다음 해인 2001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런 점이 <낙소스>에 잘 어울려서 더 아쉽다.



 2018.1.29 (월)


 디아파종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오페라 CD 5 (Diapason)


 (카라얀 <장미의 기사> 60년 실황 3막)

 가장 완벽한 음악예술 중 하나인 <장미의 기사> 3막의 가장 완벽한 연주. 컷이 어쩌고를 따질 겨를이 없다. 카라얀의 두 정점(50년대 후반~60년대 초반/70년대 후반) 중 전반을 대표하는 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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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일기 / 2017년 12월

음반 2018. 10. 20. 22:59


 2017.12.1 (금)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5 (Brilliant)


 (켐페/드레스덴 관현악곡집)

 <이탈리아에서>는 옛날에 한 번 들었지만 사실상 처음 듣는 곡이다. 슈트라우스의 천재성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튀어나오는 것 같다. 하나 이 곡에서는 군더더기가 약간 있다(특히 마지막 악장).

 <맥베스>는 음악이 좀 과하다.



 2017.12.3 (일)


 므라빈스키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6번 <비창> (DG) / 브렌델 브릴리언트 에디션 CD 21 (Brilliant)


 므라빈스키의 그 유명한 차콥. 예전에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들으니 좀 심하게 앙상하다. 경쟁자도 너무 많아서 이 음반을 첫 손 꼽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쨌거나 셋 중 가장 뛰어난 연주는 역시 4번.

 브렌델의 복스 레코딩은 같은 피아니스트의 이후 스타일과는 다른 연주. 특히 베토벤의 덜 알려진 변주곡들에서는 대적할 상대가 없다. 이 CD에서는 파이지엘로 변주곡과 WoO 77이 가장 좋았다.



 2017.12.4 (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6 (Brilliant)


 (켐페/드레스덴 관현악곡집)

 <일곱 베일의 춤>은 연주가 좀 허하다. 날카로움이 부족하다.

 <부르주아 귀족> 모음곡은 대단한 음악이다. 연주가 아닌 음악이.

 <요제프의 생애>는 좋은 음악이긴 한데,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모두 정렬해서 비교하면 A+급은 아니고 그냥 A0급. 물론 연주가 아닌 음악 얘기다. 켐페의 스튜디오 레코딩은 하나같이 날카로움도, 기민함도, 음향의 자극성도 부족하다. 실내악 같은 연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납득시키려 하면 그게 납득이 가겠는가.



 2017.12.5 (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7 (Brilliant)


 (켐페/드레스덴 관현악곡집)

 바이올린 협주곡은 어린 시절의 슈트라우스가 좋아한 멘델스존의 느낌이 난다. 가볍게 질주하는 3악장에서 특히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가정 교향곡>은 빈틈없이 잘 짜인 걸작이다. 연주는 몇 종류를 더 들어본 다음에야 평가가 가능할 듯 하다.



 2017.12.7 (목)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9 (Brilliant)


 켐페/프레이저의 부를레스케는 오랜만에 듣는 연주인데, 피아니스트의 소리는 나쁘지 않은데 좀 허하다. 개인적으로는 김펠/뵘이나 제르킨/미트로풀로스를 더 좋아한다.

 Op.73/Op.74는 정말 오랜만에 듣는 곡인데, 뢰젤은 확실히 소리가 다르다. 왜 부를레스케에 뢰젤을 쓰지 않았을까?



 2017.12.10 (일)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0, 브릴리언트 브렌델 에디션 CD 1, 5, 9 (Brilliant)


 (알슈는 실내악곡)

 바이올린 소리는 나쁘지 않은데, 자발리쉬의 피아노는 좀 소극적이다. 조금 더 목소리를 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말년에 작곡한 알레그레토의 정서는 <4개의 마지막 노래>와 비슷하다.

 60년대의 브렌델은 밍숭맹숭한 느낌이 덜해서 좋다. 야니그로가 지휘하는 이 솔리스티 디 자그레브는 고악기 연주라는 흐름을 타지 못한, 구시대 앙상블의 전형을 들려준다.

 브렌델의 베토벤은 해석도 평범하고, 평범한 오케스트라 소리에 빵빵한 느낌마저 없어서 재미가 없다. 개인적으로 주빈 메타의 콘서트 레퍼토리 연주는 내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긴 것밖에 없다는 점에서 참 아쉽다(오페라는 좋은 연주가 많다 하니 평가 보류 중. 콘서트 연주에서 아직까지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78년에 호로비츠와 함께 한 뉴욕 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영상물이다).

 ※ 모차르트의 음악은 겉보기에 즐거워 보이는 음표 밑에 깔린 슬픈 그림자를 읽어낼 때 다가온다.



 2017.12.11 (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1 (Brilliant)


 (슈트라우스 실내악곡)

 슈트라우스의 초기 음악을 들으면, 이런 곡을 작곡하는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자양분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수록곡 중에는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로망스가 가장 마음에 든다.



 2017.12.13 (수)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2 (Brilliant)


 <카프리치오> 편곡은 정말 걸작이다. 나머지 곡들 중에서는 클라리넷과 호른을 위한 곡이 귀에 들어온다. 슈트라우스의 위대한 호른 협주곡은 역시 그냥 만들어진 곡이 아니다.



 2017.12.15 (금)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3~15 (Brilliant)


 브람스 냄새가 나는 피아노 4중주 C단조(브람스 피아노 4중주 3번 Op.60이 C단조)가 특히 기억에 남았던 CD 13. 연주는 현이고 피아노고 모두 선이 가늘기만 하다.

 리츠코프스키의 호른은 페터 담의 드레스덴 호른과는 달리 흔히 들을 수 있는 평범한 호른이다(호른 협주곡 편곡 버전).

 4손 피아노로 듣는 <이탈리아에서>는 관현악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2017.12.16 (토)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6 (Brilliant)


 4손 피아노로 들으니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느낌이 얼핏 드는 슈트라우스의 교향곡 2번. 슈트라우스는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쇼팽, 바그너, 브람스를 순식간에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2017.12.17. (일)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7 (Brilliant)


 슈트라우스의 초기 음악을 들으면서 가장 놀라는 점 중 하나는, 바르 그가 이전의 음악들을 빠르게 용해시키는 속도다. 그는 진정한 천재다. 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Op.5는 리스트의 (같은 조성) 피아노 소나타를 압축한 것처럼 들린다.



 2017.12.18 (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9 (Brilliant)


 중기의 양식이 잘 배어든 합창곡들. 알슈의 위대한 오페라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감각을 키워주는 끊임없는 작곡 훈련을 통해 완성된 것이다.



 2017.12.19 (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0 (Brilliant)


 (카라얀 <장미의 기사> 1막)

 뵘과 전혀 다른 카라얀의 <장미의 기사>. 음악을 조였다 푸는 기술이 참 놀랍다. 신의 경지에 오른 60년 실황(Diapason)만큼은 아니지만, 이 56년 스튜디오 녹음의 연주 또한 위대하다. 카라얀의 지휘는 성악가들의 반응 하나하나를 또렷이 드러내고, 슈바르츠코프와 루트비히는 상급의 음악을 들려준다. 이탈리아 가수 역의 겟다 또한 대단하다. 음향은 전체적으로 불투명하게 퍼지는 느낌이 든다.



 2017.12.20 (수)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1 (Brilliant)


 (카라얀 <장미의 기사> 2막)


 

 2017.12.21 (목)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2 (Brilliant)


 (카라얀 <장미의 기사> 3막)

 피날레에서 카라얀은 목관 선율을 강조하여 뵘과의 차이점을 만든다(뵘은 현악 오스티나토를 강조). 미끄러져 도망치듯 처리하는 마지막 부분도 뵘과는 다르다. 정점을 이루는 두 양식이 이렇게 양극단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2017.12.22 (금)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3 (Brilliant)


 (시노폴리 <엘렉트라> 전반부)

 가수들은 평범 아니면 꽝. 특히 주역인 마르크의 개성 없음은 감상을 지루하게 만든다. 사실 이 연주의 진정한 주역은 스피커가 터져나갈 듯 폭발하는 관현악이다.



 2017.12.28 (목)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4 (Brilliant)


 (시노폴리 <엘렉트라> 후반부)

 전반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공책에 적었는데, 다르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피날레의 오케스트라 폭격에 가수들은 대책없이 파묻히기만 한다. 뚫고 나와야 하는 대목에서 묻혀버리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나는 감상자지 엔지니어가 아니며, 암호 해독가는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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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일기 / 2017년 11월

음반 2018. 10. 20. 22:35


 2017.11.1 (수)


 칼 뵘 / 브루크너 교향곡 4번 (Decca)


 약간 느릿한 템포. 유려하고 풍성한 소리. 노박판 특유의 검박한 화성. 나쁘지 않은 출발점이나 더 많은 연주를 들어야 한다. 여기에 함몰되지 말라.

 ※ 브루크너 음악에서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동기발전이 아닌 화성이다. 화성은 차근차근 쌓여가다 정점에서 웅장한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하지만 모르고 듣는 입장에서는 지루한 동기 반복과 갑자기 튀어나오는 (물론 아니지만) 주제들로 혼란을 느끼게 될 것이다.



 2017.11.3 (금)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8 (Brilliant)


 한 번 듣고 봉인했던 연주. 페터 담의 드레스덴 호른 연주가 좋다. 켐페는 평범. 오보에 협주곡의 탁월함은 알겠는데, 난 이 곡이 지루하게 느껴진다(2018년 현재는 그렇지 않음). 2008년 어느 날 교향악축제 때 겪었던 끔찍한 기억 때문일까? 코흐/카라얀(DG)으로 들으면 좀 더 나아질까?(실제로 그래서 코흐/카라얀으로 치유함) 클라리넷/파곳의 듀엣 콘체르티노는 이상하리만치 곡이 기억나지 않는다.



 2017.11.5 (일)


 칼 뵘 <발퀴레> 67년 바이로이트 실황 (Philips)


 뵘 반지의 가장 뛰어난 성취. 뵘의 반지를 최고의 반지라 할 수는 없겠으나, 앙상한 가운데 빛나는 강인한 박력은 이 반지 최고의 미덕이다. 배역들은 전성기 끄트머리에 위치한 가수들과 아직 제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가수들이 섞여 있는데, 다행이 지휘자와 어긋나는 일도, 혼자 튀는 일도 없다. 다만 보탄 역이 테오 아담이 로게를 부르는 순간의 그 허한 가창은 참…….

 ※ 논쟁을 일으키지 않는 바그너는 바그너가 아니다. 바그너를 좋아하는 사람이건 싫어하는 사람이건,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은 바그너를 우회할 수 없다. 사이먼 래틀의 말을 빌리자면, '피할 수 없는 괴물'이기 때문이다.



 2017.11.8 (수)


 칼 뵘 <살로메> 70년 함부르크 실황 (Brilliant)


 이 연주는 솔직히 말해 쓰레기다. 뵘의 알슈 연주 중에서도 최하급이다. 왜 뵘을 듣는 이들이 주화입마에 걸리는지 이해가 간다. 이런 형편 없는 연주들을 뵘의 명연이라고 추천하니 안 그럴 수가 있나. 귀네스 존스의 형편없는 가창은 덤이다.



 2017.11.9 (목)


 카잘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3번 (EMI)


 로스트로포비치가 "Rhapsodic"이라 부른 연주. 생각보다 적은 비브라토, 옛 운궁법이 두드러지는 역사적인 연주. 다만 에트빈 피셔의 평균율(EMI)을 들을 때와 같은 애정이 생기지는 않는다. 나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이상은 슈타커(Mercury)와 장드롱(Philips), 또는 그 두 지점 사이에 위치한 어딘가다.



 2017.11.12 (일)


 카잘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4번~6번 (EMI) / 스토코프스키 스테레오 컬렉션 CD 1, 2, 8 (Sony)


 카잘스의 4번 전주곡 템포는 내가 생각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느렸다. 기억이 잘못된 탓일까.

 5~60년대 미국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의 파야 애호는 참 독특한 현상이다. 내 취향은 곡도, 연주도 바그너 쪽으로 좀 더 기운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쓰레기같은 피스투라리(Philips)보다는 낫다.



 2017.11.13 (월)


 윌리엄 카펠 RCA 콜렉션 CD 1 (쇼팽 마주르카 발췌) (RCA)


 쇼팽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마주르카만큼은 좋아한다. 가장 자주 듣는 마주르카 연주가 이것인데, 선곡, 해석, 음색, 루바토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다. 카펠은 수식어가 필요치 않은 천재였다.

 ※ 쇼팽은 마주르카를 쓸 때 폴란드 민속음악뿐만 아니라 스카를라티의 자유분방한 건반악기 소나타에도 영향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자유분방한 마주르카 중 몇 곡을 꼽자면, 우선 Op.7-5 C장조는 언제 들어도 즐겁다. 무슨 일을 해도 즐거웠던 내 20세 무렵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곡이다. Op.33-4 B단조는 내가 생각하는 쇼팽 최고의 마주르카다. Op.68-3 F장조에서는 바르톡의 냄새가 난다. 이런 음악을 더 발전시켰더라면 좋았을 텐데…….



 2017.11.14 (화)


 스토코프스키 소니 콜렉션 CD 5 (Sony)


 <카르멘> 모음곡은 프리차이(DG)보다 더 좋다. 스토코프스키는 구린 오케스트라를 맡을수록 능력치가 상승하는 기이한 지휘자였다.



 2017.11.18 (토)


 에셴바흐 쇼팽 전주곡 (DG)


 에셴바흐를 아주 좋아하지만, 이 연주는 너무 소극저기라 호감이 덜하다. 살금살금 다가와 듣는 사람을 설레게 하는 터치와 음색은 그대로지만, 쇼팽 전주곡에는 좀 더 과감한 해석이 필요하다. 그래도 세세한 기호를 세심하게 재현하는 9번은 마음에 들었다.

 ※ 원래 좋아하는 전주곡은 9번과 12번이었는데, 요즘은 2번과 23번에 더 마음이 간다.



 2017.11.19 (일)


 스토코프스키 소니 스테레오 콜렉션 CD 4, 7, 9, 10 (Sony)


 스토코프스키 소니 스테레오 콜렉션 완청. 일단 가장 먼저 거명할 녹음은, 아이브스 연주사에 한 획을 그은 교향곡 4번 연주다. 하지만 들으실 때는 틸슨 토마스/시카고 심포니(Sony)로. 이 연주는 아직 정립이 덜 되었다(특히 3악장).

 시벨리우스는 트럼펫이 마음에 안 드는 것만 빼면 좋은 연주다.

 멘델스존 교향곡 4번/비제 중에서는 비제 교향곡 C장조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브람스는 안타깝게도 평범한 연주.



 2017.11.22 (수)


 칼 뵘 <라인의 황금> (Philips)


 한 호흡에 곡을 다 듣게 만드는 뵘의 탁월한 능력은 여전하다. 그러나 좀 더 유장한 흐름이 그립다. 가수들의 수준은 <발퀴레>에서 이미 설명했으니 넘기지만, 미메 역의 볼파르트는 너무 과장된 모습이라 오히려 꺼려진다는 점을 적어둔다.



 2017.11.23 (목)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 (Brilliant)


 (켐페/드레스덴의 관현악곡)

 <짜라투스투라>는 별로다. 악보를 무시하는 고리타분한 관행이 너무 많다. 13년 전에 녹음한 뵘(DG)보다도 더 고리타분하게 들리면 어쩌라는 말인가.

 <죽음과 변용>은…… 그냥 뵘의 72년 실황(DG)이 그립다.

 <장미의 기사> 모음곡 또한 앞의 둘과 비슷한 수준이다. 켐페는 실황으로만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하루였다.


 

 2017.11.25 (토)


 라이너 <세헤라자데> (RCA)


 1악장의 거친 바이올린 고음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한 <세헤라자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유투브에 올라온 LP 버전을 듣고 생각을 고친다. CD로 리마스터링하면서 본래 색감과 음향을 잃어버리고 왜곡된 중요한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이 연주다.)

 스트라빈스키 <나이팅게일>은 이 곡을 듣게 해준 고마운 연주지만, 좀 더 정교한 새 연주가 필요하다. 이건 너무 낡고 뚱뚱하다.



 2017.11.26 (일)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 (Brilliant) / 레바인 말러 교향곡 9번 (RCA)


 <틸 오일렌슈피겔>은 그냥저냥. 그런데 성직자 비꼬기 직전에 쉼표 페르마타가 있었던가?

 <돈 후안>도 평범 그 자체.

 <영웅의 생애>에서는 초반에 다른 연주에서 들을 수 없었던, 트럼펫의 낮은 빰빠라 밤-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그게 전부다.

 말러로 넘어가도록 하자. 레바인은 재능 있는 지휘자다. 박자 내의 강약을 정확하게 딱딱 맞아 떨어지게 하면서 경쾌한 질서를 만들어낸다. 번스타인의 9번(DG)이 왜 무질서하게 들렸는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 박자 내의 강약을 무질서하게 휘저어놓으니 어디가 첫 박이고 어디가 약박인지 알 수가 있나. 레바인의 말러 9번은 연주의 좋고 나쁨을 떠나, 나에게 박자 내 강약 개념의 중요성을 알려준 연주였다.

 (한 마디 더 추가하자면, 레바인은 나에게 깨끗하고 정확한 음정의 중요성도 가르쳐 준 지휘자다. 유투브에서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들을 위한 팡파르>를 레바인 영상물로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난 그렇게 깨끗하고 정확한 음정을 이전에도 이후에도 들어본 일이 없다.)



 2017.11.27 (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8 (Brilliant)


 알슈의 덜 알려진 신비한 음악들. 낭송자가 서사를 진행하는 동안 악기가 음악을 진행하는 멜로드라마는 쇤베르크가 유명하지만, 사실 슈트라우스가 먼저 시도했다. 특히 <이녹 아덴>은 기묘한 얼룩처럼 기억에 남는다.



 2017.11.29 (수)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3 (Brilliant)


 (켐페/드레스덴 관현악곡집)

 <메타모르포젠>은 살 떨리게 소름돈는 카라얀(DG) 말고는 도저히 다른 대안을 생각해 낼 수가 없다.

 <알프스 교향곡>은 반대로 대안이 너무 많다. 어째서 드레스덴이 녹음한 <알프스>는 최고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지 참 궁금하다. 뵘(DG), 켐페, 시노폴리(DG), 루이지(Sony) 모두…….



 2017.11.30 (목)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4 (Brilliant)


 (켐페/드레스덴 관현악곡집)

 <돈 키호테>는 토르틀리에 말고 기억나는 게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토르틀리에가 생각보다 대단하다. 쿠프랭 편곡은 처음 듣는데, 알슈식 관현악 편곡의 교본으로 보아도 될 듯 하다. 알슈는 쿠프랭을 편곡하면서 속으로 얼마나 즐거워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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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일기 / 2017년 10월

음반 2018. 10. 20. 22:07


 작년 말부터 음반을 들을 때마다 적어나갔던 일기를 올리기로 했다.

 영 못 써먹을 글이지만,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2017.10.3 (화)


 리히테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DG)


 나의 첫음반. 첫사랑의 법칙은 이 연주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라흐마니노프 2번에서는 바사리의 연주(DG)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안다. 그러나 리히테르의 연주에는 기묘한 불온함이 살아서 꿈틀댄다. 그 불온함은 빛과 어두움의 아름다운 직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리히테르의 연주가 잊힐 일은 없으리라.



 2017.10.4 (수)


 발터 브람스 교향곡 4번 등 / 콜롬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Sony)


 예전에는 참 좋아했지만, 이제는 올이 풀린 합주력과 거칠고 탁한 소리가 결점으로 다가온다. 발터를 좋아하신다면 뉴욕필 모노 녹음(Sony)을, 파괴력을 원한다면 클라이버 베를린 실황(Memories Excellence)을, 화려한 음향을 원한다면 카라얀을 권하고 싶다.



 2017.10.5 (목)


 카를로스 클라이버 베토벤 교향곡 5번, 7번 (DG)


 나는 이 유명한 연주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5번 4악장에서 튀어나오는 갑작스럽고 거친 소리는 좋아하지 않는다. 7번은 그런 것이 덜하지만, 그렇다고 더 낫지도 않다.

 ※ 이제는 7번 3악장이 어떤 구조인지 전보다 더 잘 알지만, 여전히 이 악장을 좋아할 수가 없다. 나는 7번 3악장 스케르초의 획일적인 리듬이 싫다.



 2017.10.6 (금)


 칼 뵘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 (1976년 8월 25일 실황)


 칼 뵘의 경이로운 연주! 진중한 1악장, 억센 2악장, 기가 막힌 분위기를 자아내는 3악장, 그리고 폭발하는 4악장까지! 1악장 주부의 템포가 좀 아쉽기는 하지만, 이 정도 연주도 못하는 경우가 워낙 수두룩하기에 내 마음속 순위에서는 이 잘츠부르크 실황이 항상 수위를 다툰다.



 2017.10.7 (토)


 에머슨 현악 4중주단의 바르톡 현악 4중주 CD 1 (1번/3번/5번) (DG)


 바르톡의 현악 4중주는 버릴 곡이 하나도 없다. 꿈틀대는 반음계가 무조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1번, 전성기 특유의 난해함을 자랑하는 3번, 완벽한 4번을 넘어 궁형구조의 심화를 이뤄낸 유쾌한 5번을 들었다. 에머슨의 연주는 잘 정리한 경지마냥 깔끔하다. 바르톡을 입문하고 싶다면 이 연주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 5번이 4번에 비해 덜 들리는 이유는 더 규모가 크고, 발전이 교묘하며, 동기를 잊어버릴 즈음에야 다시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5번은 4번 못지않은 걸작이며, 어떤 측면에서는 4번을 뛰어넘었다.



 2017.10.8 (일)


 쿠벨릭/베를린 필 드보르작 교향곡 8번/9번 (DG)


 쿠벨릭을 들을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은 진리를 추구하는 진지한 이미지(이것이 심하면 연주가 재미없어진다), 응집력이 부족해서 약간 퍼지는 음향, 그리고 체코 음악에서 발휘하는 호방함이다. 이 연주는 호방함 대신 진지함이 두드러져 듣는 재미는 덜마다. 쿠벨릭의 명연은 <장엄 미사> 77년 실황(Orfeo) 같이 진지함이 구도의 경지에 이르렀거나, <타라스 불바>(DG) 같이 한껏 호방해질 때 등장한다. 단, 베를린 필의 소리는 언제나 1급이며, 플루트(제임스 골웨이)의 긴 호흡은 언제 들어도 대단하다.



 2017.10.9 (월)


 토마스 비첨 /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BBC)


 시원시원하게 뻗는 유쾌한 연주! 영국 지휘자 중 가장 탁월한 능력을 갖춘 지휘자답다.



 2017.10.10 (화)


 에밀 길렐스 <서정 소곡집> 20곡 발췌 (DG)


 길렐스 음색의 교본. 음색의 고유함이라는 측면에서 그는 호로비츠와 맞먹는 거장이다. 백 번 정련한 금속의 순수함과 고결함, 눈이 시린 광채와 강건함을 모두 지닌 피아니스트.



 2017.10.11 (수)


 호로비츠 스카를라티 소나타 18곡 발췌 (Sony)


 그는 터치와 페달링에 통달했다. 다만 몇몇 곡은 지루하고, 쳄발로 연주가 낫다는 생각도 든다. 그의 음악성은 차이콥스키의 <둠카>, 라흐마니노프, 스크리아빈 같은 레퍼토리에서 더 빛을 발한다.

 들으면서 항상 생기던 의문 하나 추가. 마지막 세 곡의 배치가 궁금하다. 16번째 곡은 D단조 곡이지만 마지막에 장조로 전환하며 희망을 주면서 끝나며, 17번째 G장조 곡은 밝고 화사하다. 하지만 마지막 18번째 곡은 C단조라는 작은 반전을 주면서 끝난다. 이게 호로비츠가 의도한 배치라면, 그럴 만도 하다.



 2017.10.12 (목)


 루빈슈타인 쇼팽 발라드/스케르초 (RCA)


 붉은 우단빛 음색을 가진 피아니스트 루빈슈타인. 그의 연주가 가진 생명력은 생각보다 훨씬 길다. 다만 이 스튜디오 음반은 이제 추천 1순위라고 하기에는 좀 아쉽다. 쇼팽의 광활한 시상을 거침없이 전개하는 발라드 연주와, 영혼의 빛과 어두움을 전개하는 스케르초 모두 좀더 달콤하면서도 어두운 연주를 찾게 된다. 특히 발라드 3번은 라흐마니노프의 1925년 연주를 들은 후로는 거기에 홀려버려서…….



 2017.10.13 (금)


 리히테르/라인스도르프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열정> (RCA)


 리히테르는 1960년 당시 자기 연주의 평균치 이하를 들려준다. 라인스도르프가 잡은 시카고 심포니의 연주는 솔직히 말해서 너무 구리다. 리히테르와의 합도 잘 맞지 않는다. 피아노는 템포를 죄였다 풀면서 가고 싶은데, 지휘는 쪼으기만 하는 게 대놓고 느껴질 정도다.

 커플링 곡인 <열정>은 옛날부터 고전으로 유명했다. 완성도는 실황이나 스튜디오나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 우리를 삶으로부터 초탈하게 만들어주는 <열정> 2악장의 신성함과 심오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갈기갈기 찢어 바치는 마음의 음악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음침한 1악장과 격렬한 3악장 사이에 불안하게 자리잡은 먹먹하고 막막한 평화라고 해야 할까. 조용하고 고요하지만 앞뒤에 놓인 심연을 생각하면 코끝이 찡해진다.


 

 2017.10.15 (일)


 카라얀 시벨리우스 교향곡 4번~7번 (60년대 연주) (DG)


 깊은 잔향과 넓은 공간감, 세련된 해석이 일체를 이룬 수연. 힘과 추진력을 원한다면 50년대 연주(EMI)를 찾아야 하지만, 세련미에 있어서는 60년대 DG반을 뛰어넘는 연주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시벨리우스 교향곡 4번에는 죽음과 함께 보냈던 시간이 축적되어 있다. 빽빽하게 뭉쳐진 음표들이 암덩어리같은 화음을 만들어 내면, 음울한 음악이 삶의 빛과 어두움을 성찰한다. 악장은 음-양-음-양의 구성을 취한다. 글로켄슈필이 대표하는 환상이 모두 허무였음을 깨닫는 4악장의 결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기이하다.



 2017.10.18 (수)


 미트로풀로스의 모차르트 <돈 조반니> (Sony)


 완벽한 연주! 돈 조반니 역의 시에피도 위대하지만,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세 명의 여자 배역이 이 연주의 키포인트다. 복수를 꿈꾸는 고귀한 돈나 안나 역의 그륌머, 애증을 품고 돈 조반니를 추적하는 돈나 엘비라 역의 델라 카사, 그리고 순진하고 앙증맞은 체를리나 역의 슈트라이히까지. 거기에 기민해야 할 때와 관망해야 할 때를 귀신같이 아는 미트로풀로스의 지휘까지. 그야말로 신이 내린 타이밍에 나온 기가 막힌 연주다.



 2017.10.21 (토)


 칼 뵘의 슈트라우스 <엘렉트라> (DG)


 가수들도 뛰어나지만, 이 연주를 이끌고 구원하는 이는 다름아닌 지휘자다. 칼 뵘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연주사상 가장 거대한 두 이름이다(나머지 하나는 카라얀). 물론 이 연주가 칼 뵘 최고의 알슈 연주는 아니지만, 본능에 따라 두들기는 팀파니 연타만으로도 이 연주는 충분히 위대하다.



 2017.10.22 (일)


 스토코프스키 소니 스테레오 컬렉션 CD 3번과 6번 (Sony)


 음과 색채의 마술사 스토코프스키의 놀라운 소품집. 그리고 굴드와 함께한 베토벤 <황제>. 소품집은 마지막 쇼팽 전주곡 연주의 페르마타가 아주 인상 깊었다. 굴드와 함께한 <황제>는 도입구를 빼면 평범한 편이다.



 2017.10.23 (월)


 프리차이/안다 바르톡 피아노 협주곡 전곡 (DG)


 프리차이는 바르톡을 연주할 때 집중력 200% 향상 버프가 걸린다. 늘 미덥지 못한 결과물만 내놓는 베를린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적어도 이 연주에서만큼은 프리차이의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나쁘지 않은 연주를 들려준다. 안다의 피아노는 안정감 있게, 무난히 바르톡의 음악을 연주한다. 다만 피아노와 지휘자, 오케스트라 모두 정해진 허들을 넘을 생각은 별로 없어 보인다. 유달리 얌전떠는 구석이 많다는 얘기다.



 2017.10.24 (화)


 칼 뵘 / 빈 필 베토벤 <전원>, 슈베르트 교향곡 5번 (DG)


 고현의 비브라토를 거의 없애다시피해서 많이 거칠다. 들으면 들을수록 장점은 줄어들고, 단점은 크게 느껴지는 그런 연주. 커플링 된 슈베르트 5번은 차라리 베를린 필 전집(DG)이나 실황 연주를 찾는 게 낫다. 소년의 싱싱한 생동감을 자랑하는 슈베르트 교향곡 2번 실황(Orfeo) 같은 모습을 애초에 스튜디오에서 기대하는 게 무리지만……….



 2017.10.27 (금)


 하스킬/마르케비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24번 (Philips)


 하스킬의 피아노 소리는 여전히 매력 있다. 마르케비치의 지휘는 그냥 거칠다. 피아니스트와 지휘자가 완전히 다른 템포 개념을 가지고 연주를 하는 것 같다. 참고로 이 연주에는 웃기게 들리는 실수가 하나 있는데, 20번 1악장 카덴차가 끝나고 관현악이 복귀할 때 바이올린 주자의 음이탈이 그것이다.



 2017.10.29 (일)


 리히테르/로스트로포비치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Philips), 칼 뵘 모차르트 교향곡 35-41번(DG)


 둘 다 이제는 너무나 지겨운 연주다. 틀에 박힌 베첼소 연주, 그리고 환장할 정도로 고리타분한 뵘 모교는 이제 몇 년 동안 들을 일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낄 정도다. 다만, 장드롱의 첼로 변주곡에는 약간의 흥미가 생겼다.



 2017.10.31 (화)


 칼 뵘 모차르트 목관 협주곡집 (DG)


 아주 길고, 아주아주아주 지루한 연주. 뵘이 지휘하는 현은 좀 앙상하게 들린다. 느린 템포에서도 전혀 흐트러짐 없이 꼿꼿하게 연주하는 관악기 연주자들(물론 스튜디오라서 그렇겠지만)의 실력만큼은 참으로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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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6

음반 2015. 11. 29. 19:43

예정된 파국을 통해 얻어낸 가장 독창적인 결론 : 카라얀의 말러 교향곡 6번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 (A minor)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파리, 샹젤리제 극장 (통칭 파리 실황)

1977년 6월 17일 실황 연주

말러의 교향곡 10곡은(미완성 교향곡인 10번까지 합하면 11곡) 제각기 다른 형태로 이루어진 비극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 아도르노가 제시한 개파durchburch, 곡의 진행방향을 흐리고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음악적 흐름, 그리고 높은 음역에서 낮은 음역으로 뚝 떨어져버리는(주로 감7화음이 이 부분의 극적인 대비를 더한다) 추락Absturz은 말러의 모든 교향곡에 비극의 씨앗을 심는다. 이 씨앗들은 겨자씨의 형태가 같은 ‘겨자씨’의 범주의 묶이더라도 세부를 관찰하면 모두 다른 형상을 취하듯, 제각기 다른 형태를 취한 채 음악 속에 잠복해 발아와 폭발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 비극의 씨앗들은 대부분 결과적으로 열매를 맺거나 곡을 지배하지는 못한다. 5번이나 7번처럼 곡의 전반적인 흐름을 지배하고 최종적인 결말을 삼키기 직전까지 갈지라도 마지막 악장의 극적인 반전에 의해 이상한(그리고 가끔씩 어색하게 느껴지는) 항복을 선언하거나, 아예 8번의 경우처럼 압도적인 광명에 눌려 발아조차 하지 못한 채 사그라들기도 한다.

6번은 말러 교향곡의 두 간극, 비극의 씨앗을 품고 있되 그것이 결실을 거두지 못하는 그의 음악적 괴리를 유일하게 일관된 방향으로 통합해버리는 곡이다. 곡은 가장 으뜸 리듬이라 해야 할 군홧발의 행진곡풍 리듬에 실려 예정된 비극(곧 파국)을 향해 전진한다. 스케르초 악장의 비뚤어진 리듬은 스케르초와 렌틀러를 기괴한 형태로 조합하는, 마치 인간의 육신에 기계 부품을 억지로 붙여버린 것 같은 괴이한 조합으로 더욱 그 으스스함을 극대화시킨다. 유일하게 부드럽고 평온한 세계관을 고수하는 안단테 악장은 광대한 풍경과 느긋한 워낭소리로 채워져 있지만, 그 워낭소리가 1악장에서도 등장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3악장의 분위기가 다른 악장과 대조적이라 할지라도 이 악장은 분명히 말러의 세계관 속에서만 나올 수 있는 산물이며, 4번의 3악장과 마찬가지로 말러가 순음악의 느린 악장에서 뽑아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을 전부 포함하고 있다(옌스 말테 피셔는 이 악장을 실질적인 간주곡으로 보았지만 나는 그러한 평가에 반대한다. 이 악장이 간주곡이라면, 말러가 이 악장을 이렇게 광대하고 풍성한 소재들로 채워넣고 정교하게 다듬었겠는가?) 마지막 악장의 살벌한 광기와 처참한 절규는 묵시록적인 음악의 전범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형태의 음악적 농담도 이 악장 앞에서는 멈춰서야만 한다. 말러는 음악적 예술이 얼마만큼의 비극을 감내할 수 있는지 그 극한을 시험해보는 것 같다. 두 번의 해머 타격은 그 사이에 채워진 비극으로 인해 더욱 강화되고, 비참한 단말마가 잦아들 즈음 마지막 타격이 ‘주인공’을 썩은 통나무처럼 쓰러뜨린다. 말러가 세 번의 타격, 특히 해머 타격으로 강조한 의미(금속성 음향을 배제하고 은은한 소리가 나야 한다), 즉 도끼로 이미 죽어가는 자를 무참하게 난도질하는 느낌이 나야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교향곡을 묵독하고 천착한 후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 무수한 지휘자들이 이 교향곡의 결론을 절멸로 생각했다는 점은 흥미로우면서도 섬뜩하다. 텐슈테트는 4악장의 결말이 나치의 홀로코스트와 연관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끝내 떨쳐버리지 못했다. 카라얀은 이 악장에서 완전한 파멸vollstandigen Katastrophe을 보고 느끼고 체험했다. 길렌은 이 악장에서 죽음이 승리하는 광경을 보았다. 하지만 예정된 결말에 대한 관점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느껴지는 차이, 즉 결론의 세부적인 형태는 모두가 제각각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카라얀의 관점을 살펴볼 것이고, 특히 그가 1977년 6월 17일 파리에서 치른 실황 연주를 오늘의 글로 소개할 것이다.

※ 참고한 악보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악보에는 스케르초가 2악장이고 안단테가 3악장임에도 불구하고 리허설 번호는 스케르초가 뒷번호, 안단테가 앞번호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래의 글은 연주 순서에 따라 스케르초 2악장 / 안단테 3악장으로 써 놓았습니다.

1악장의 첫 머리부터 카라얀과 베를린 필은 곡의 지시사항 Heftig처럼 맹렬하게 달려간다. 11마디의 첫 ff 에서 폭발시키는 음향의 힘은 그가 얼마나 강력한 연주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일종의 전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연주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맹렬하게 돌진하는 힘 앞에서 저항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리허설 번호 4 두 마디 전에서 깨끗하고 강하게 뻗어나가는 심벌즈의 음향은 정말 정곡을 찌르는 표현이다. 베를린 필의 현악기군은 이런 속도에서도 전혀 거친 소리를 들려주지 않는다. 트럼펫이 정확하게 장-단 3화음을 찔러넣으면 약간의 삽입구 이후 77마디부터 F장조의 2주제가 등장한다. 1악장에서 유일하게 밝고 화려한 이 주제는 통칭 ‘알마의 주제’라 불리지만, 오히려 그 과장된 밝음은 알마 본인이 의도한 여인상과는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돈 후안>에서 추구한 성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러난다. 카라얀의 농밀한 현은 이 주제의 그런 느낌을 극대화한다. 이 교향곡에서 대부분의 음악적 주제들이 과장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매우 적절한 통찰이다. 리허설 번호 10에서 2주제를 노래하던 현악기군이 빠져나가고 글로켄슈필과 팀파니가 주를 이루는 부분은 매우 특기할 만한데, 대기를 부옇게 만드는 것 같은 농밀한 현이 빠져나가고 음향이 투명하고 간결해지는 대비가 그대로 다가온다. 이 부분에 대한 카라얀의 음향은 참으로 탁월하다. 악보에 아무런 지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템포의 변화를 주어서 그 대비를 더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덤이다.

도돌이표를 따라 제시부를 반복한 후 연주는 발전부로 넘어간다. 장-단 3화음과 연결되어 있던 팀파니와 작은북의 리듬이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시기다. 말러는 그 단순한 주제를 바탕으로 정교한 건축물을 쌓아올린다. 카라얀은 놓치기 쉬운 세부, 특히 목관의 트릴을 선명하게 구사하면서 나아간다. 리허설 번호 16에서 터져나오는 거대한 fff 에서 카라얀은 뭉특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은 팀파니 위에 날카롭게 들리는 트럼펫과 심벌즈를 쌓아 올리는 수를 사용한다. 상투적인 어법으로 설명하자면 이 수는 지극히 효과적이다. 리허설 번호 17을 앞두고 펼쳐지는 신경질적인 트럼펫의 옥타브나 목금의 새된 외침, 바이올린의 단호한 Nicht eilen 파트 모두 탁월한 음향을 제공해준다. 리허설 번호 21에서 격한 움직임은 잦아들고, 꿈결같은 첼레스타의 음향 속에 관현악은 소극적인 음울함으로 잦아든다. 이 여성적인 분위기를 노래하는 현악기군과 플루트, 특히 플루트의 또렷한 소리는 여타 연주에서는 듣기 힘든 것이다. 바이올린과 호른의 살 떨리는 2중주, 그리고 말러가 좋아하던 표현인 morendo에 이어 A장조로 뜬금없어 보이는 행진곡 리듬이 재등장한다. 이것은 급격히 잘려나가고 바로 2주제가 A단조로 다시 나타난다. 카라얀은 이 대비를 나누기 보다는 잇기로 선택한 것 같다.

이제부터는 재현부다. 그리고 아도르노가 지적한 개파를 향해 달려가는 이 연주의 긴박감은 여타의 연주가 따라붙을 수 없는 속도감을 보여준다. 곧이어 갈라진 느낌의 D장조로 행진곡풍 1주제가 터져나온다. 때로는 장조가 단조보다 더 끔찍하다. 당연히 이 연주는 그런 ‘갈라짐’이 의미하는 바를 놓치지 않는다. 폭풍같은 몰아침과 다시 장-단 3화음, 그리고 꿈결같은 sostenuto 파트로부터 딸려나오는 2주제 파트. 이 파트의 정점에 도달하는 팀파니 크레셴도는 정말 시원하고 장쾌한 음향을 선사한다.

코다로 진입하는 a tempo, aber gemessener에서 카라얀은 짐짓 느리게 음을 가져가며 기대감을 조금씩 모은다. 그리고 이어지는 Più mosso subito에서 템포는 급변한다. 재현부 첫 파트의 변형이 이어지는데, 여기서 트럼펫의 신랄하게 쏘는 소리가 아주 인상적이다. 그리고 악장은 최후의 성급하고 급박한 결론에 도달한다. 나는 항상 이 부분의 템포가 아주 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급하게 내린 결론이라는 느낌을 최대한 불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연주는 충분히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트럼펫의 급박한 움직임과 팀파니의 굉음과 함께 1악장은 마지막 폭발력을 가동시키며 막을 내린다.

카라얀은 멩엘베르흐가 제시한, 2악장 스케르초 / 3악장 안단테를 적용했다. 2악장 첫머리를 여는, 아주 단단하게 뭉친 팀파니의 음향부터 여전히 연주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정확하게 박자를 새기면서 나아가는 현악기나 짓궂은 실로폰 소리나 흠 잡을 데가 없다. 스케르초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하모닉스에서 카라얀의 현악 컨트롤은 특히 두드러지는데, 작게 디미누엔도하면서도 선명한 소리가 나야 하는(즉 다른 악기군에 묻히지 않아야 하는) 이 부분에서도 문제없다는 듯 발군의 연주력을 보여주고 있다. 리허설 번호 69 직후 심벌의 강력한 크레셴도 또한 특기할 만하다. 카라얀은 트리오고 들어가기 전, Flottes Tempo 파트부터 천천히 속도를 늦추며 트리오에 알맞은 템포를 이끌어낸다.

트리오에서 카라얀의 연주는 그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가정 교향곡>에서 보여주던 것과 아주 흡사하다. 그러면 그가 트리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연주관이 <가정 교향곡>에서 보여주는 것과 일치할까? 일단 번스타인(DG)이 들려준, 템포의 변화가 다분한 트리오와 이 연주는 무척이나 다르다. 그리고 리허설 번호 80에서 나타나는 molto tenuto의 호른 독주 부분. 나는 호른이 이런 음향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다. 호른 특유의 배음을 활용한 부드러운 음향이 아니라, 아주 선명하고 깨끗한 음향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러가 스케르초에서 쓰기 좋아하던 삽입 에피소드가 짤막하게 등장하고, 다시 곡은 스케츠로로 복귀한다.

스케르초와 트리오의 첫 반복에서는 실로폰 소리와 공 소리가 가장 먼저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역시 위협적인 저음과 호른의 악구 뒤에 나오는 바이올린 파트가 가장 마음에 든다. 카라얀의 현은 정말 후기 낭만에서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발휘하는데, 어떠한 어려운 과제가 주어져도 특유의 농밀하면서도 우아하게 떨리는 소리를 잃지 않는다는 점은 들으면서도 신기함을 느낀다. 트리오에서는 역시 예의 플루트가 가장 귀에 와 닿는다. 그리고 다시 삽입 에피소드를 제시한 후, 스케르초와 트리오는 마지막 반복으로 들어간다.

마지막 스케르초에게 가장 특기할 만한 부분은 리허설 번호 100 이후에 등장하는, 음량적인 정점에서 도달했다가 급격하게 추락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버리는 부분인데, 카라얀은 이 부분을 쏜살같이 빠르게 도망치도록 했다. 말이 쉽지 이 부분은 플루트가 무려 5옥타브를 떨어져 내려가고 현악기군이 아주 빠른 하행 글리산도를 구사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이 연주는 흠 잡을 구석 없는 기교를 들려준다. 이어 등장하는 독주 바이올린의 가냘픈 고음은 점점 좁아져만 가는 트리오의 기형적인 위치를 잘 포착해낸다. 마지막 베이스와 팀파니의 A-C-A까지 연주는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는다.

3악장은 그야말로 카라얀과 베를린 필의 독무대라도 해도 될 만큼 자신감 그 자체인 연주를 들려주는데, 현악 합주에 어울리는 양념을 얹어주는 목관악기군이야말로 숨겨진 주역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리허설 번호 48에서 호른과 하프가 서로 만나는 목가적인 연주는 그의 느린 악장 연주들이 왜 그토록 뛰어난지에 대한 좋은 실례가 될 것이다. 리허설 번호 49에서 네 마디 후 처음으로 등장하는 현악기의 G-E♭-G-C-B♭ 선율은 카라얀의 현악기군이 특히 빛나던 다른 연주들, <메타모르포젠>이나 <정화된 밤>에서 듣던 바로 그 소리다. 그리고 리허설 번호 51 직전의 극도로 작은 ppp 하모닉스는 소리 자체로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곡은 E단조의 2주제로 넘어가고, 이어 E장조로 밝아진다. 그 밝음의 순간을 표현하는 하프와 목관, 그리고 현악기의 트릴은 그 사이사이의 미세한 음향의 변화를 감지할 때마다 경이를 느끼게 한다.

다시 원래의 E♭장조 주제로 돌아와, C장조의 Misterioso 파트를 지나면 이제부터는 플루트의 독무대다. 플루트는 결코 선명하되 가느다란 소리를 들려주지 않는다. 이어지는 리허설 번호 57부터의 부분들은 악기군의 또렷한 분할을 느낄 수 있는데, 바이올린이 첼로와 겹치지 않으며 첼레스타가 중앙에서 신비스러움을 배가해야 하고 목관이 흩어져서는 안 된다. 이 연주는 여기서도 흐트러짐이 없다.

그리고 E장조의 클라이맥스. 총천연색으로 다져진 모든 악기들이 정점을 향해 다가가고, 지휘자와 연주자들은 어느 성부 하나 과포화상태에 이르는 법 없이 음향을 꽉 채워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음량이 정점을 찍을 때마다 한 발 물러선 채로도 자신의 존재감을 빠짐없이 드러내는 팀파니도 빼놓고 설명할 수는 없다.

그리고 원래 주제인 E♭의 극점에 도달한 상태에서 다시 한 번 현악기군에 주목하게 된다. 리허설 번호 62 세 마디 전에 바이올린이 크레셴도했다가 p 로 줄어들어서는 다시 크레셴도하면서 sf 에 도달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을 잘 들어야 한다. 한 옥타브가 넘는 도약을 하면서 다이내믹을 섬세하고 미묘하게 조절해야 하는 부분이다. 당연히 무지막지하게 어렵다. 대략 15:13에서 15:19에 걸치는 구간인데, 꼭 자세히 들어보기 바란다. 기가 막힌 바이올린의 음색 변화를 접할 수 있다.

이제 앞의 세 가지 악장에 대한 기억을 모두 덮어버릴 마지막 악장에 도달했다. 카라얀은 처음의 피치카토와 첼레스타의 상승음계부터 텐슈테트(EMI)처럼 찍어누르려는 의도는 없다. 폭발은 9마디에서 처음 터져나온다. 말러는 서주 부분부터 베이스 튜바를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데, 사실 이 교향곡의 오케스트레이션이 매우 현대적임에도 불구하고, 말러가 의도한 음향은 스트라빈스키가 의도한 음향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얻어내야만 한다. 4악장 베이스 튜바의 그 원시적이고 섬뜩한 음향은 글에 의존한 묘사만으로는 아마 <봄의 제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말러의 결과물은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카라얀의 말러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봄의 제전>과는 반대로, 카라얀은 말러의 소리가 어떻게 나야 할지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허설 번호 105 직후에서 카라얀은 하프보다 첼레스타를 앞세워 감상자의 의표를 찌른다. 당연히 이 달콤한 첼레스타 소리는 곧이어 터져나올 무자비한 호른과 베이스 튜바 소리와 아주 좋은 대조를 이룬다. 두 번째 호른의 무자비한 소리도 처음부터 격하게 터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프레이즈 중간에 다이내믹을 키우면서 극적인 효과를 더하고 있다. 리허설 번호 107의 굉음에 가까운 타격은 이제 최후의 처절한 투쟁이 막을 올리는 것을 예시한다. 그리고 참혹한 기상나팔 소리와 함께 곡은 투쟁의 현장으로 몰입한다.

카라얀은 처음부터 서두르지 않는다. Allegro moderato라는 지시에 따라, 그는 천천히 악기군을 분리시켰다가 조합한다. 번스타인이나 텐슈테트의 연주에서 뭉친 덩어리로만 들렸던 목관과 금관의 성부들의 전체적인 윤곽이 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Allegro energico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은 칼같은 합주력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뭔가 폭발한 것만 같은 불안감이, 오히려 그 불안감이 곡을 듣는 청자의 집중력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현악기군의 첫 추락(2악장을 통해 이미 예언했던 그 추락)이 있은 후, 곡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2주제로 넘어간다.

1악장과는 달리, 피날레의 2주제(D장조)는 꾸며낸 밝음의 흔적조차 느낄 수 없다. 시작 부분의 다이내믹이 pp 인 것처럼 이 부분은 미약함이 느껴져야 한다. 그리고 첫 ff 에서 불현듯 솟아나오는 하프의 아르페지오는 성부를 끌어내고 조절하는 지휘자의 역량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리허설 번호 120 다섯 마디 전부터 거세게 등장하는 현악기군의 fff 는 사실 암시에 그칠 정도로 파악이 힘든 부분인데, 카라얀은 이 부분을 또렷하게 드러내며 또다시 독창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두 번째 추락 이후 다시 곡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 2악장과 3악장의 편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리허설 번호 124번 이후의 음악이 곡을 억지로 장조로 끌고 가나 그 곳이 도달하는 목적지는 첫 번째 해머 타격이다. 그리고 리허설 번호 129에서 첫 번째 해머 타격이 터진다. 이제 곡은 참았던 광기를 터뜨리듯 극한의 속도로 달려간다. 카라얀이 의도한 바가 이것이었다. 단계적으로 속도를 제어해 가면서 계기가 되면 터뜨리는 것. 이것보다 더 효과적인 전략이 있을까?

현악기가 전면에 드러나는 리허설 번호 131의 밝은 파트에 이어 132에서는 하프가 아르페지오를 그으며 갑작스러운 빛을 보여준다. 비극을 강화하기 위한 이 음악적 장치를 통해서도 유려한 현과 하프의 음향은 여전히 탐미적이다. 당연히 이 빛은 이어지는 폭풍우 속에 자취를 감추고, 리허설 번호 134의 신랄함으로 곡은 나아간다. 여기서 빛을 발하는 나무채 소리는 신경이 거슬릴 정도로 또렷하게 들린다. 곡은 잠시 잦아들었다가, 결국 139와 140 사이에서 두 번째 해머 타격이 폭발한다. 카라얀은 이 두 번째 해머 타격을 첫 타격보다 더욱 거세게 몰아부친다(참고로 두 번째 타격의 다이내믹 지시는 ff ). 그리고 조성을 거의 가늠할 수 없는 연결구와 함께 발전부가 막을 내린다.

재현부의 첫 구절을 열면서 카라얀은 아주 독특한 해석을 제시했다. 서스펜디드 심벌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심벌의 음향이 아주 길게 이어지도록 지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 심벌은 아주 신경질적인 ff 의 타격을 예비하는 도구로 유용하게 쓰인다. 147에서 Grazioso로 2주제가 더 힘없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149 직전에서 타격감은 정점에 이른다. 그리고 억척스럽게도 153에서 1주제가 정말 똑같은 재현을 선보인다. 카라얀은 이 낡아 빠진 고전 양식의 완벽한 재현과 그 양식을 흔드는 무수한 급진적 화성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아 나간다. 물론 폭력적인 양태를 한껏 드러내는 관현악의 압도적 위엄을 동반하고 있는 것은 여전하다.

164에 이르러 움직임은 멈춘다. 사멸을 앞둔 생명의 마지막 꿈틀거림만이 들려올 뿐이다. 베이스의 움직임을 베이스 클라리넷이 받은 직후 최후의 타격이 직격으로 내리꽂힌다. 지축을 흔드는 최후의 충격이 가해진 후 남는 것은 파편적으로 울려퍼지는 팀파니의 행진곡 리듬과 짧은 피치카토. 그리고 침묵뿐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카라얀이 애당초 이 곡의 전범을 제시할 생각이 없었음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그는 말러 교향곡 6번에서 가장 독창적인 연주를 실천하는 것으로 최고의 위치를 차지했다. 그가 이 곡을 통해 제시하고자 한 것은 자신의 미학과 독창적인 해석과 오케스트라의 정교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향’ 그 자체다. 그가 말러에 쏟은 애정이 얼마이건 간에, 그는 말러 6번의 연주사를 통틀어 가장 기이하면서도 감동적인 해석을 일구어 냈다. 현악기 위주의 악구에 대한 탐미적인 해석, 성부 조절을 통한 색다른 인상의 부여, 녹아들 것만 같은 3악장, 그리고 지휘자로서의 통찰이 빛나는 4악장의 전개는 감정주의적인 해석으로도, 분석적 해석으로도 치우지지 않는 고유한 말러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적지 않으나마 이 해석은 독창적인 해석이 그 곡의 가장 빛나는 해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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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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