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일기 / 2017년 12월

음반 2018. 10. 20. 22:59


 2017.12.1 (금)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5 (Brilliant)


 (켐페/드레스덴 관현악곡집)

 <이탈리아에서>는 옛날에 한 번 들었지만 사실상 처음 듣는 곡이다. 슈트라우스의 천재성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튀어나오는 것 같다. 하나 이 곡에서는 군더더기가 약간 있다(특히 마지막 악장).

 <맥베스>는 음악이 좀 과하다.



 2017.12.3 (일)


 므라빈스키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6번 <비창> (DG) / 브렌델 브릴리언트 에디션 CD 21 (Brilliant)


 므라빈스키의 그 유명한 차콥. 예전에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들으니 좀 심하게 앙상하다. 경쟁자도 너무 많아서 이 음반을 첫 손 꼽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쨌거나 셋 중 가장 뛰어난 연주는 역시 4번.

 브렌델의 복스 레코딩은 같은 피아니스트의 이후 스타일과는 다른 연주. 특히 베토벤의 덜 알려진 변주곡들에서는 대적할 상대가 없다. 이 CD에서는 파이지엘로 변주곡과 WoO 77이 가장 좋았다.



 2017.12.4 (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6 (Brilliant)


 (켐페/드레스덴 관현악곡집)

 <일곱 베일의 춤>은 연주가 좀 허하다. 날카로움이 부족하다.

 <부르주아 귀족> 모음곡은 대단한 음악이다. 연주가 아닌 음악이.

 <요제프의 생애>는 좋은 음악이긴 한데,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모두 정렬해서 비교하면 A+급은 아니고 그냥 A0급. 물론 연주가 아닌 음악 얘기다. 켐페의 스튜디오 레코딩은 하나같이 날카로움도, 기민함도, 음향의 자극성도 부족하다. 실내악 같은 연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납득시키려 하면 그게 납득이 가겠는가.



 2017.12.5 (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7 (Brilliant)


 (켐페/드레스덴 관현악곡집)

 바이올린 협주곡은 어린 시절의 슈트라우스가 좋아한 멘델스존의 느낌이 난다. 가볍게 질주하는 3악장에서 특히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가정 교향곡>은 빈틈없이 잘 짜인 걸작이다. 연주는 몇 종류를 더 들어본 다음에야 평가가 가능할 듯 하다.



 2017.12.7 (목)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9 (Brilliant)


 켐페/프레이저의 부를레스케는 오랜만에 듣는 연주인데, 피아니스트의 소리는 나쁘지 않은데 좀 허하다. 개인적으로는 김펠/뵘이나 제르킨/미트로풀로스를 더 좋아한다.

 Op.73/Op.74는 정말 오랜만에 듣는 곡인데, 뢰젤은 확실히 소리가 다르다. 왜 부를레스케에 뢰젤을 쓰지 않았을까?



 2017.12.10 (일)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0, 브릴리언트 브렌델 에디션 CD 1, 5, 9 (Brilliant)


 (알슈는 실내악곡)

 바이올린 소리는 나쁘지 않은데, 자발리쉬의 피아노는 좀 소극적이다. 조금 더 목소리를 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말년에 작곡한 알레그레토의 정서는 <4개의 마지막 노래>와 비슷하다.

 60년대의 브렌델은 밍숭맹숭한 느낌이 덜해서 좋다. 야니그로가 지휘하는 이 솔리스티 디 자그레브는 고악기 연주라는 흐름을 타지 못한, 구시대 앙상블의 전형을 들려준다.

 브렌델의 베토벤은 해석도 평범하고, 평범한 오케스트라 소리에 빵빵한 느낌마저 없어서 재미가 없다. 개인적으로 주빈 메타의 콘서트 레퍼토리 연주는 내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긴 것밖에 없다는 점에서 참 아쉽다(오페라는 좋은 연주가 많다 하니 평가 보류 중. 콘서트 연주에서 아직까지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78년에 호로비츠와 함께 한 뉴욕 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영상물이다).

 ※ 모차르트의 음악은 겉보기에 즐거워 보이는 음표 밑에 깔린 슬픈 그림자를 읽어낼 때 다가온다.



 2017.12.11 (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1 (Brilliant)


 (슈트라우스 실내악곡)

 슈트라우스의 초기 음악을 들으면, 이런 곡을 작곡하는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자양분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수록곡 중에는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로망스가 가장 마음에 든다.



 2017.12.13 (수)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2 (Brilliant)


 <카프리치오> 편곡은 정말 걸작이다. 나머지 곡들 중에서는 클라리넷과 호른을 위한 곡이 귀에 들어온다. 슈트라우스의 위대한 호른 협주곡은 역시 그냥 만들어진 곡이 아니다.



 2017.12.15 (금)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3~15 (Brilliant)


 브람스 냄새가 나는 피아노 4중주 C단조(브람스 피아노 4중주 3번 Op.60이 C단조)가 특히 기억에 남았던 CD 13. 연주는 현이고 피아노고 모두 선이 가늘기만 하다.

 리츠코프스키의 호른은 페터 담의 드레스덴 호른과는 달리 흔히 들을 수 있는 평범한 호른이다(호른 협주곡 편곡 버전).

 4손 피아노로 듣는 <이탈리아에서>는 관현악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2017.12.16 (토)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6 (Brilliant)


 4손 피아노로 들으니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느낌이 얼핏 드는 슈트라우스의 교향곡 2번. 슈트라우스는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쇼팽, 바그너, 브람스를 순식간에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2017.12.17. (일)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7 (Brilliant)


 슈트라우스의 초기 음악을 들으면서 가장 놀라는 점 중 하나는, 바르 그가 이전의 음악들을 빠르게 용해시키는 속도다. 그는 진정한 천재다. 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Op.5는 리스트의 (같은 조성) 피아노 소나타를 압축한 것처럼 들린다.



 2017.12.18 (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9 (Brilliant)


 중기의 양식이 잘 배어든 합창곡들. 알슈의 위대한 오페라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감각을 키워주는 끊임없는 작곡 훈련을 통해 완성된 것이다.



 2017.12.19 (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0 (Brilliant)


 (카라얀 <장미의 기사> 1막)

 뵘과 전혀 다른 카라얀의 <장미의 기사>. 음악을 조였다 푸는 기술이 참 놀랍다. 신의 경지에 오른 60년 실황(Diapason)만큼은 아니지만, 이 56년 스튜디오 녹음의 연주 또한 위대하다. 카라얀의 지휘는 성악가들의 반응 하나하나를 또렷이 드러내고, 슈바르츠코프와 루트비히는 상급의 음악을 들려준다. 이탈리아 가수 역의 겟다 또한 대단하다. 음향은 전체적으로 불투명하게 퍼지는 느낌이 든다.



 2017.12.20 (수)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1 (Brilliant)


 (카라얀 <장미의 기사> 2막)


 

 2017.12.21 (목)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2 (Brilliant)


 (카라얀 <장미의 기사> 3막)

 피날레에서 카라얀은 목관 선율을 강조하여 뵘과의 차이점을 만든다(뵘은 현악 오스티나토를 강조). 미끄러져 도망치듯 처리하는 마지막 부분도 뵘과는 다르다. 정점을 이루는 두 양식이 이렇게 양극단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2017.12.22 (금)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3 (Brilliant)


 (시노폴리 <엘렉트라> 전반부)

 가수들은 평범 아니면 꽝. 특히 주역인 마르크의 개성 없음은 감상을 지루하게 만든다. 사실 이 연주의 진정한 주역은 스피커가 터져나갈 듯 폭발하는 관현악이다.



 2017.12.28 (목)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4 (Brilliant)


 (시노폴리 <엘렉트라> 후반부)

 전반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공책에 적었는데, 다르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피날레의 오케스트라 폭격에 가수들은 대책없이 파묻히기만 한다. 뚫고 나와야 하는 대목에서 묻혀버리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나는 감상자지 엔지니어가 아니며, 암호 해독가는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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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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