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8.10.20 음반일기 / 2017년 12월
  2. 2018.10.20 음반일기 / 2017년 11월
  3. 2018.10.20 음반일기 / 2017년 10월

음반일기 / 2017년 12월

음반 2018. 10. 20. 22:59


 2017.12.1 (금)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5 (Brilliant)


 (켐페/드레스덴 관현악곡집)

 <이탈리아에서>는 옛날에 한 번 들었지만 사실상 처음 듣는 곡이다. 슈트라우스의 천재성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튀어나오는 것 같다. 하나 이 곡에서는 군더더기가 약간 있다(특히 마지막 악장).

 <맥베스>는 음악이 좀 과하다.



 2017.12.3 (일)


 므라빈스키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6번 <비창> (DG) / 브렌델 브릴리언트 에디션 CD 21 (Brilliant)


 므라빈스키의 그 유명한 차콥. 예전에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들으니 좀 심하게 앙상하다. 경쟁자도 너무 많아서 이 음반을 첫 손 꼽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쨌거나 셋 중 가장 뛰어난 연주는 역시 4번.

 브렌델의 복스 레코딩은 같은 피아니스트의 이후 스타일과는 다른 연주. 특히 베토벤의 덜 알려진 변주곡들에서는 대적할 상대가 없다. 이 CD에서는 파이지엘로 변주곡과 WoO 77이 가장 좋았다.



 2017.12.4 (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6 (Brilliant)


 (켐페/드레스덴 관현악곡집)

 <일곱 베일의 춤>은 연주가 좀 허하다. 날카로움이 부족하다.

 <부르주아 귀족> 모음곡은 대단한 음악이다. 연주가 아닌 음악이.

 <요제프의 생애>는 좋은 음악이긴 한데,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모두 정렬해서 비교하면 A+급은 아니고 그냥 A0급. 물론 연주가 아닌 음악 얘기다. 켐페의 스튜디오 레코딩은 하나같이 날카로움도, 기민함도, 음향의 자극성도 부족하다. 실내악 같은 연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납득시키려 하면 그게 납득이 가겠는가.



 2017.12.5 (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7 (Brilliant)


 (켐페/드레스덴 관현악곡집)

 바이올린 협주곡은 어린 시절의 슈트라우스가 좋아한 멘델스존의 느낌이 난다. 가볍게 질주하는 3악장에서 특히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가정 교향곡>은 빈틈없이 잘 짜인 걸작이다. 연주는 몇 종류를 더 들어본 다음에야 평가가 가능할 듯 하다.



 2017.12.7 (목)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9 (Brilliant)


 켐페/프레이저의 부를레스케는 오랜만에 듣는 연주인데, 피아니스트의 소리는 나쁘지 않은데 좀 허하다. 개인적으로는 김펠/뵘이나 제르킨/미트로풀로스를 더 좋아한다.

 Op.73/Op.74는 정말 오랜만에 듣는 곡인데, 뢰젤은 확실히 소리가 다르다. 왜 부를레스케에 뢰젤을 쓰지 않았을까?



 2017.12.10 (일)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0, 브릴리언트 브렌델 에디션 CD 1, 5, 9 (Brilliant)


 (알슈는 실내악곡)

 바이올린 소리는 나쁘지 않은데, 자발리쉬의 피아노는 좀 소극적이다. 조금 더 목소리를 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말년에 작곡한 알레그레토의 정서는 <4개의 마지막 노래>와 비슷하다.

 60년대의 브렌델은 밍숭맹숭한 느낌이 덜해서 좋다. 야니그로가 지휘하는 이 솔리스티 디 자그레브는 고악기 연주라는 흐름을 타지 못한, 구시대 앙상블의 전형을 들려준다.

 브렌델의 베토벤은 해석도 평범하고, 평범한 오케스트라 소리에 빵빵한 느낌마저 없어서 재미가 없다. 개인적으로 주빈 메타의 콘서트 레퍼토리 연주는 내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긴 것밖에 없다는 점에서 참 아쉽다(오페라는 좋은 연주가 많다 하니 평가 보류 중. 콘서트 연주에서 아직까지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78년에 호로비츠와 함께 한 뉴욕 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영상물이다).

 ※ 모차르트의 음악은 겉보기에 즐거워 보이는 음표 밑에 깔린 슬픈 그림자를 읽어낼 때 다가온다.



 2017.12.11 (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1 (Brilliant)


 (슈트라우스 실내악곡)

 슈트라우스의 초기 음악을 들으면, 이런 곡을 작곡하는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자양분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수록곡 중에는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로망스가 가장 마음에 든다.



 2017.12.13 (수)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2 (Brilliant)


 <카프리치오> 편곡은 정말 걸작이다. 나머지 곡들 중에서는 클라리넷과 호른을 위한 곡이 귀에 들어온다. 슈트라우스의 위대한 호른 협주곡은 역시 그냥 만들어진 곡이 아니다.



 2017.12.15 (금)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3~15 (Brilliant)


 브람스 냄새가 나는 피아노 4중주 C단조(브람스 피아노 4중주 3번 Op.60이 C단조)가 특히 기억에 남았던 CD 13. 연주는 현이고 피아노고 모두 선이 가늘기만 하다.

 리츠코프스키의 호른은 페터 담의 드레스덴 호른과는 달리 흔히 들을 수 있는 평범한 호른이다(호른 협주곡 편곡 버전).

 4손 피아노로 듣는 <이탈리아에서>는 관현악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2017.12.16 (토)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6 (Brilliant)


 4손 피아노로 들으니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느낌이 얼핏 드는 슈트라우스의 교향곡 2번. 슈트라우스는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쇼팽, 바그너, 브람스를 순식간에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2017.12.17. (일)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7 (Brilliant)


 슈트라우스의 초기 음악을 들으면서 가장 놀라는 점 중 하나는, 바르 그가 이전의 음악들을 빠르게 용해시키는 속도다. 그는 진정한 천재다. 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Op.5는 리스트의 (같은 조성) 피아노 소나타를 압축한 것처럼 들린다.



 2017.12.18 (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9 (Brilliant)


 중기의 양식이 잘 배어든 합창곡들. 알슈의 위대한 오페라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감각을 키워주는 끊임없는 작곡 훈련을 통해 완성된 것이다.



 2017.12.19 (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0 (Brilliant)


 (카라얀 <장미의 기사> 1막)

 뵘과 전혀 다른 카라얀의 <장미의 기사>. 음악을 조였다 푸는 기술이 참 놀랍다. 신의 경지에 오른 60년 실황(Diapason)만큼은 아니지만, 이 56년 스튜디오 녹음의 연주 또한 위대하다. 카라얀의 지휘는 성악가들의 반응 하나하나를 또렷이 드러내고, 슈바르츠코프와 루트비히는 상급의 음악을 들려준다. 이탈리아 가수 역의 겟다 또한 대단하다. 음향은 전체적으로 불투명하게 퍼지는 느낌이 든다.



 2017.12.20 (수)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1 (Brilliant)


 (카라얀 <장미의 기사> 2막)


 

 2017.12.21 (목)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2 (Brilliant)


 (카라얀 <장미의 기사> 3막)

 피날레에서 카라얀은 목관 선율을 강조하여 뵘과의 차이점을 만든다(뵘은 현악 오스티나토를 강조). 미끄러져 도망치듯 처리하는 마지막 부분도 뵘과는 다르다. 정점을 이루는 두 양식이 이렇게 양극단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2017.12.22 (금)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3 (Brilliant)


 (시노폴리 <엘렉트라> 전반부)

 가수들은 평범 아니면 꽝. 특히 주역인 마르크의 개성 없음은 감상을 지루하게 만든다. 사실 이 연주의 진정한 주역은 스피커가 터져나갈 듯 폭발하는 관현악이다.



 2017.12.28 (목)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4 (Brilliant)


 (시노폴리 <엘렉트라> 후반부)

 전반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공책에 적었는데, 다르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피날레의 오케스트라 폭격에 가수들은 대책없이 파묻히기만 한다. 뚫고 나와야 하는 대목에서 묻혀버리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나는 감상자지 엔지니어가 아니며, 암호 해독가는 더더욱 아니다.

'음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반일기 / 2018년 2월  (0) 2018.10.20
음반일기 / 2018년 1월  (0) 2018.10.20
음반일기 / 2017년 11월  (0) 2018.10.20
음반일기 / 2017년 10월  (0) 2018.10.20
말6  (0) 2015.11.29
Posted by 여엉감
,

음반일기 / 2017년 11월

음반 2018. 10. 20. 22:35


 2017.11.1 (수)


 칼 뵘 / 브루크너 교향곡 4번 (Decca)


 약간 느릿한 템포. 유려하고 풍성한 소리. 노박판 특유의 검박한 화성. 나쁘지 않은 출발점이나 더 많은 연주를 들어야 한다. 여기에 함몰되지 말라.

 ※ 브루크너 음악에서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동기발전이 아닌 화성이다. 화성은 차근차근 쌓여가다 정점에서 웅장한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하지만 모르고 듣는 입장에서는 지루한 동기 반복과 갑자기 튀어나오는 (물론 아니지만) 주제들로 혼란을 느끼게 될 것이다.



 2017.11.3 (금)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8 (Brilliant)


 한 번 듣고 봉인했던 연주. 페터 담의 드레스덴 호른 연주가 좋다. 켐페는 평범. 오보에 협주곡의 탁월함은 알겠는데, 난 이 곡이 지루하게 느껴진다(2018년 현재는 그렇지 않음). 2008년 어느 날 교향악축제 때 겪었던 끔찍한 기억 때문일까? 코흐/카라얀(DG)으로 들으면 좀 더 나아질까?(실제로 그래서 코흐/카라얀으로 치유함) 클라리넷/파곳의 듀엣 콘체르티노는 이상하리만치 곡이 기억나지 않는다.



 2017.11.5 (일)


 칼 뵘 <발퀴레> 67년 바이로이트 실황 (Philips)


 뵘 반지의 가장 뛰어난 성취. 뵘의 반지를 최고의 반지라 할 수는 없겠으나, 앙상한 가운데 빛나는 강인한 박력은 이 반지 최고의 미덕이다. 배역들은 전성기 끄트머리에 위치한 가수들과 아직 제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가수들이 섞여 있는데, 다행이 지휘자와 어긋나는 일도, 혼자 튀는 일도 없다. 다만 보탄 역이 테오 아담이 로게를 부르는 순간의 그 허한 가창은 참…….

 ※ 논쟁을 일으키지 않는 바그너는 바그너가 아니다. 바그너를 좋아하는 사람이건 싫어하는 사람이건,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은 바그너를 우회할 수 없다. 사이먼 래틀의 말을 빌리자면, '피할 수 없는 괴물'이기 때문이다.



 2017.11.8 (수)


 칼 뵘 <살로메> 70년 함부르크 실황 (Brilliant)


 이 연주는 솔직히 말해 쓰레기다. 뵘의 알슈 연주 중에서도 최하급이다. 왜 뵘을 듣는 이들이 주화입마에 걸리는지 이해가 간다. 이런 형편 없는 연주들을 뵘의 명연이라고 추천하니 안 그럴 수가 있나. 귀네스 존스의 형편없는 가창은 덤이다.



 2017.11.9 (목)


 카잘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3번 (EMI)


 로스트로포비치가 "Rhapsodic"이라 부른 연주. 생각보다 적은 비브라토, 옛 운궁법이 두드러지는 역사적인 연주. 다만 에트빈 피셔의 평균율(EMI)을 들을 때와 같은 애정이 생기지는 않는다. 나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이상은 슈타커(Mercury)와 장드롱(Philips), 또는 그 두 지점 사이에 위치한 어딘가다.



 2017.11.12 (일)


 카잘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4번~6번 (EMI) / 스토코프스키 스테레오 컬렉션 CD 1, 2, 8 (Sony)


 카잘스의 4번 전주곡 템포는 내가 생각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느렸다. 기억이 잘못된 탓일까.

 5~60년대 미국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의 파야 애호는 참 독특한 현상이다. 내 취향은 곡도, 연주도 바그너 쪽으로 좀 더 기운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쓰레기같은 피스투라리(Philips)보다는 낫다.



 2017.11.13 (월)


 윌리엄 카펠 RCA 콜렉션 CD 1 (쇼팽 마주르카 발췌) (RCA)


 쇼팽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마주르카만큼은 좋아한다. 가장 자주 듣는 마주르카 연주가 이것인데, 선곡, 해석, 음색, 루바토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다. 카펠은 수식어가 필요치 않은 천재였다.

 ※ 쇼팽은 마주르카를 쓸 때 폴란드 민속음악뿐만 아니라 스카를라티의 자유분방한 건반악기 소나타에도 영향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자유분방한 마주르카 중 몇 곡을 꼽자면, 우선 Op.7-5 C장조는 언제 들어도 즐겁다. 무슨 일을 해도 즐거웠던 내 20세 무렵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곡이다. Op.33-4 B단조는 내가 생각하는 쇼팽 최고의 마주르카다. Op.68-3 F장조에서는 바르톡의 냄새가 난다. 이런 음악을 더 발전시켰더라면 좋았을 텐데…….



 2017.11.14 (화)


 스토코프스키 소니 콜렉션 CD 5 (Sony)


 <카르멘> 모음곡은 프리차이(DG)보다 더 좋다. 스토코프스키는 구린 오케스트라를 맡을수록 능력치가 상승하는 기이한 지휘자였다.



 2017.11.18 (토)


 에셴바흐 쇼팽 전주곡 (DG)


 에셴바흐를 아주 좋아하지만, 이 연주는 너무 소극저기라 호감이 덜하다. 살금살금 다가와 듣는 사람을 설레게 하는 터치와 음색은 그대로지만, 쇼팽 전주곡에는 좀 더 과감한 해석이 필요하다. 그래도 세세한 기호를 세심하게 재현하는 9번은 마음에 들었다.

 ※ 원래 좋아하는 전주곡은 9번과 12번이었는데, 요즘은 2번과 23번에 더 마음이 간다.



 2017.11.19 (일)


 스토코프스키 소니 스테레오 콜렉션 CD 4, 7, 9, 10 (Sony)


 스토코프스키 소니 스테레오 콜렉션 완청. 일단 가장 먼저 거명할 녹음은, 아이브스 연주사에 한 획을 그은 교향곡 4번 연주다. 하지만 들으실 때는 틸슨 토마스/시카고 심포니(Sony)로. 이 연주는 아직 정립이 덜 되었다(특히 3악장).

 시벨리우스는 트럼펫이 마음에 안 드는 것만 빼면 좋은 연주다.

 멘델스존 교향곡 4번/비제 중에서는 비제 교향곡 C장조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브람스는 안타깝게도 평범한 연주.



 2017.11.22 (수)


 칼 뵘 <라인의 황금> (Philips)


 한 호흡에 곡을 다 듣게 만드는 뵘의 탁월한 능력은 여전하다. 그러나 좀 더 유장한 흐름이 그립다. 가수들의 수준은 <발퀴레>에서 이미 설명했으니 넘기지만, 미메 역의 볼파르트는 너무 과장된 모습이라 오히려 꺼려진다는 점을 적어둔다.



 2017.11.23 (목)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 (Brilliant)


 (켐페/드레스덴의 관현악곡)

 <짜라투스투라>는 별로다. 악보를 무시하는 고리타분한 관행이 너무 많다. 13년 전에 녹음한 뵘(DG)보다도 더 고리타분하게 들리면 어쩌라는 말인가.

 <죽음과 변용>은…… 그냥 뵘의 72년 실황(DG)이 그립다.

 <장미의 기사> 모음곡 또한 앞의 둘과 비슷한 수준이다. 켐페는 실황으로만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하루였다.


 

 2017.11.25 (토)


 라이너 <세헤라자데> (RCA)


 1악장의 거친 바이올린 고음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한 <세헤라자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유투브에 올라온 LP 버전을 듣고 생각을 고친다. CD로 리마스터링하면서 본래 색감과 음향을 잃어버리고 왜곡된 중요한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이 연주다.)

 스트라빈스키 <나이팅게일>은 이 곡을 듣게 해준 고마운 연주지만, 좀 더 정교한 새 연주가 필요하다. 이건 너무 낡고 뚱뚱하다.



 2017.11.26 (일)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2 (Brilliant) / 레바인 말러 교향곡 9번 (RCA)


 <틸 오일렌슈피겔>은 그냥저냥. 그런데 성직자 비꼬기 직전에 쉼표 페르마타가 있었던가?

 <돈 후안>도 평범 그 자체.

 <영웅의 생애>에서는 초반에 다른 연주에서 들을 수 없었던, 트럼펫의 낮은 빰빠라 밤-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그게 전부다.

 말러로 넘어가도록 하자. 레바인은 재능 있는 지휘자다. 박자 내의 강약을 정확하게 딱딱 맞아 떨어지게 하면서 경쾌한 질서를 만들어낸다. 번스타인의 9번(DG)이 왜 무질서하게 들렸는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 박자 내의 강약을 무질서하게 휘저어놓으니 어디가 첫 박이고 어디가 약박인지 알 수가 있나. 레바인의 말러 9번은 연주의 좋고 나쁨을 떠나, 나에게 박자 내 강약 개념의 중요성을 알려준 연주였다.

 (한 마디 더 추가하자면, 레바인은 나에게 깨끗하고 정확한 음정의 중요성도 가르쳐 준 지휘자다. 유투브에서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들을 위한 팡파르>를 레바인 영상물로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난 그렇게 깨끗하고 정확한 음정을 이전에도 이후에도 들어본 일이 없다.)



 2017.11.27 (월)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18 (Brilliant)


 알슈의 덜 알려진 신비한 음악들. 낭송자가 서사를 진행하는 동안 악기가 음악을 진행하는 멜로드라마는 쇤베르크가 유명하지만, 사실 슈트라우스가 먼저 시도했다. 특히 <이녹 아덴>은 기묘한 얼룩처럼 기억에 남는다.



 2017.11.29 (수)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3 (Brilliant)


 (켐페/드레스덴 관현악곡집)

 <메타모르포젠>은 살 떨리게 소름돈는 카라얀(DG) 말고는 도저히 다른 대안을 생각해 낼 수가 없다.

 <알프스 교향곡>은 반대로 대안이 너무 많다. 어째서 드레스덴이 녹음한 <알프스>는 최고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지 참 궁금하다. 뵘(DG), 켐페, 시노폴리(DG), 루이지(Sony) 모두…….



 2017.11.30 (목)


 브릴리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에디션 CD 4 (Brilliant)


 (켐페/드레스덴 관현악곡집)

 <돈 키호테>는 토르틀리에 말고 기억나는 게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토르틀리에가 생각보다 대단하다. 쿠프랭 편곡은 처음 듣는데, 알슈식 관현악 편곡의 교본으로 보아도 될 듯 하다. 알슈는 쿠프랭을 편곡하면서 속으로 얼마나 즐거워했을까?

'음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반일기 / 2018년 1월  (0) 2018.10.20
음반일기 / 2017년 12월  (0) 2018.10.20
음반일기 / 2017년 10월  (0) 2018.10.20
말6  (0) 2015.11.29
다니엘 에리쿠르의 드뷔시  (8) 2015.03.16
Posted by 여엉감
,

음반일기 / 2017년 10월

음반 2018. 10. 20. 22:07


 작년 말부터 음반을 들을 때마다 적어나갔던 일기를 올리기로 했다.

 영 못 써먹을 글이지만,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2017.10.3 (화)


 리히테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DG)


 나의 첫음반. 첫사랑의 법칙은 이 연주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라흐마니노프 2번에서는 바사리의 연주(DG)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안다. 그러나 리히테르의 연주에는 기묘한 불온함이 살아서 꿈틀댄다. 그 불온함은 빛과 어두움의 아름다운 직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리히테르의 연주가 잊힐 일은 없으리라.



 2017.10.4 (수)


 발터 브람스 교향곡 4번 등 / 콜롬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Sony)


 예전에는 참 좋아했지만, 이제는 올이 풀린 합주력과 거칠고 탁한 소리가 결점으로 다가온다. 발터를 좋아하신다면 뉴욕필 모노 녹음(Sony)을, 파괴력을 원한다면 클라이버 베를린 실황(Memories Excellence)을, 화려한 음향을 원한다면 카라얀을 권하고 싶다.



 2017.10.5 (목)


 카를로스 클라이버 베토벤 교향곡 5번, 7번 (DG)


 나는 이 유명한 연주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5번 4악장에서 튀어나오는 갑작스럽고 거친 소리는 좋아하지 않는다. 7번은 그런 것이 덜하지만, 그렇다고 더 낫지도 않다.

 ※ 이제는 7번 3악장이 어떤 구조인지 전보다 더 잘 알지만, 여전히 이 악장을 좋아할 수가 없다. 나는 7번 3악장 스케르초의 획일적인 리듬이 싫다.



 2017.10.6 (금)


 칼 뵘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 (1976년 8월 25일 실황)


 칼 뵘의 경이로운 연주! 진중한 1악장, 억센 2악장, 기가 막힌 분위기를 자아내는 3악장, 그리고 폭발하는 4악장까지! 1악장 주부의 템포가 좀 아쉽기는 하지만, 이 정도 연주도 못하는 경우가 워낙 수두룩하기에 내 마음속 순위에서는 이 잘츠부르크 실황이 항상 수위를 다툰다.



 2017.10.7 (토)


 에머슨 현악 4중주단의 바르톡 현악 4중주 CD 1 (1번/3번/5번) (DG)


 바르톡의 현악 4중주는 버릴 곡이 하나도 없다. 꿈틀대는 반음계가 무조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1번, 전성기 특유의 난해함을 자랑하는 3번, 완벽한 4번을 넘어 궁형구조의 심화를 이뤄낸 유쾌한 5번을 들었다. 에머슨의 연주는 잘 정리한 경지마냥 깔끔하다. 바르톡을 입문하고 싶다면 이 연주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 5번이 4번에 비해 덜 들리는 이유는 더 규모가 크고, 발전이 교묘하며, 동기를 잊어버릴 즈음에야 다시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5번은 4번 못지않은 걸작이며, 어떤 측면에서는 4번을 뛰어넘었다.



 2017.10.8 (일)


 쿠벨릭/베를린 필 드보르작 교향곡 8번/9번 (DG)


 쿠벨릭을 들을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은 진리를 추구하는 진지한 이미지(이것이 심하면 연주가 재미없어진다), 응집력이 부족해서 약간 퍼지는 음향, 그리고 체코 음악에서 발휘하는 호방함이다. 이 연주는 호방함 대신 진지함이 두드러져 듣는 재미는 덜마다. 쿠벨릭의 명연은 <장엄 미사> 77년 실황(Orfeo) 같이 진지함이 구도의 경지에 이르렀거나, <타라스 불바>(DG) 같이 한껏 호방해질 때 등장한다. 단, 베를린 필의 소리는 언제나 1급이며, 플루트(제임스 골웨이)의 긴 호흡은 언제 들어도 대단하다.



 2017.10.9 (월)


 토마스 비첨 /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BBC)


 시원시원하게 뻗는 유쾌한 연주! 영국 지휘자 중 가장 탁월한 능력을 갖춘 지휘자답다.



 2017.10.10 (화)


 에밀 길렐스 <서정 소곡집> 20곡 발췌 (DG)


 길렐스 음색의 교본. 음색의 고유함이라는 측면에서 그는 호로비츠와 맞먹는 거장이다. 백 번 정련한 금속의 순수함과 고결함, 눈이 시린 광채와 강건함을 모두 지닌 피아니스트.



 2017.10.11 (수)


 호로비츠 스카를라티 소나타 18곡 발췌 (Sony)


 그는 터치와 페달링에 통달했다. 다만 몇몇 곡은 지루하고, 쳄발로 연주가 낫다는 생각도 든다. 그의 음악성은 차이콥스키의 <둠카>, 라흐마니노프, 스크리아빈 같은 레퍼토리에서 더 빛을 발한다.

 들으면서 항상 생기던 의문 하나 추가. 마지막 세 곡의 배치가 궁금하다. 16번째 곡은 D단조 곡이지만 마지막에 장조로 전환하며 희망을 주면서 끝나며, 17번째 G장조 곡은 밝고 화사하다. 하지만 마지막 18번째 곡은 C단조라는 작은 반전을 주면서 끝난다. 이게 호로비츠가 의도한 배치라면, 그럴 만도 하다.



 2017.10.12 (목)


 루빈슈타인 쇼팽 발라드/스케르초 (RCA)


 붉은 우단빛 음색을 가진 피아니스트 루빈슈타인. 그의 연주가 가진 생명력은 생각보다 훨씬 길다. 다만 이 스튜디오 음반은 이제 추천 1순위라고 하기에는 좀 아쉽다. 쇼팽의 광활한 시상을 거침없이 전개하는 발라드 연주와, 영혼의 빛과 어두움을 전개하는 스케르초 모두 좀더 달콤하면서도 어두운 연주를 찾게 된다. 특히 발라드 3번은 라흐마니노프의 1925년 연주를 들은 후로는 거기에 홀려버려서…….



 2017.10.13 (금)


 리히테르/라인스도르프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열정> (RCA)


 리히테르는 1960년 당시 자기 연주의 평균치 이하를 들려준다. 라인스도르프가 잡은 시카고 심포니의 연주는 솔직히 말해서 너무 구리다. 리히테르와의 합도 잘 맞지 않는다. 피아노는 템포를 죄였다 풀면서 가고 싶은데, 지휘는 쪼으기만 하는 게 대놓고 느껴질 정도다.

 커플링 곡인 <열정>은 옛날부터 고전으로 유명했다. 완성도는 실황이나 스튜디오나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 우리를 삶으로부터 초탈하게 만들어주는 <열정> 2악장의 신성함과 심오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갈기갈기 찢어 바치는 마음의 음악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음침한 1악장과 격렬한 3악장 사이에 불안하게 자리잡은 먹먹하고 막막한 평화라고 해야 할까. 조용하고 고요하지만 앞뒤에 놓인 심연을 생각하면 코끝이 찡해진다.


 

 2017.10.15 (일)


 카라얀 시벨리우스 교향곡 4번~7번 (60년대 연주) (DG)


 깊은 잔향과 넓은 공간감, 세련된 해석이 일체를 이룬 수연. 힘과 추진력을 원한다면 50년대 연주(EMI)를 찾아야 하지만, 세련미에 있어서는 60년대 DG반을 뛰어넘는 연주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시벨리우스 교향곡 4번에는 죽음과 함께 보냈던 시간이 축적되어 있다. 빽빽하게 뭉쳐진 음표들이 암덩어리같은 화음을 만들어 내면, 음울한 음악이 삶의 빛과 어두움을 성찰한다. 악장은 음-양-음-양의 구성을 취한다. 글로켄슈필이 대표하는 환상이 모두 허무였음을 깨닫는 4악장의 결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기이하다.



 2017.10.18 (수)


 미트로풀로스의 모차르트 <돈 조반니> (Sony)


 완벽한 연주! 돈 조반니 역의 시에피도 위대하지만,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세 명의 여자 배역이 이 연주의 키포인트다. 복수를 꿈꾸는 고귀한 돈나 안나 역의 그륌머, 애증을 품고 돈 조반니를 추적하는 돈나 엘비라 역의 델라 카사, 그리고 순진하고 앙증맞은 체를리나 역의 슈트라이히까지. 거기에 기민해야 할 때와 관망해야 할 때를 귀신같이 아는 미트로풀로스의 지휘까지. 그야말로 신이 내린 타이밍에 나온 기가 막힌 연주다.



 2017.10.21 (토)


 칼 뵘의 슈트라우스 <엘렉트라> (DG)


 가수들도 뛰어나지만, 이 연주를 이끌고 구원하는 이는 다름아닌 지휘자다. 칼 뵘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연주사상 가장 거대한 두 이름이다(나머지 하나는 카라얀). 물론 이 연주가 칼 뵘 최고의 알슈 연주는 아니지만, 본능에 따라 두들기는 팀파니 연타만으로도 이 연주는 충분히 위대하다.



 2017.10.22 (일)


 스토코프스키 소니 스테레오 컬렉션 CD 3번과 6번 (Sony)


 음과 색채의 마술사 스토코프스키의 놀라운 소품집. 그리고 굴드와 함께한 베토벤 <황제>. 소품집은 마지막 쇼팽 전주곡 연주의 페르마타가 아주 인상 깊었다. 굴드와 함께한 <황제>는 도입구를 빼면 평범한 편이다.



 2017.10.23 (월)


 프리차이/안다 바르톡 피아노 협주곡 전곡 (DG)


 프리차이는 바르톡을 연주할 때 집중력 200% 향상 버프가 걸린다. 늘 미덥지 못한 결과물만 내놓는 베를린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적어도 이 연주에서만큼은 프리차이의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나쁘지 않은 연주를 들려준다. 안다의 피아노는 안정감 있게, 무난히 바르톡의 음악을 연주한다. 다만 피아노와 지휘자, 오케스트라 모두 정해진 허들을 넘을 생각은 별로 없어 보인다. 유달리 얌전떠는 구석이 많다는 얘기다.



 2017.10.24 (화)


 칼 뵘 / 빈 필 베토벤 <전원>, 슈베르트 교향곡 5번 (DG)


 고현의 비브라토를 거의 없애다시피해서 많이 거칠다. 들으면 들을수록 장점은 줄어들고, 단점은 크게 느껴지는 그런 연주. 커플링 된 슈베르트 5번은 차라리 베를린 필 전집(DG)이나 실황 연주를 찾는 게 낫다. 소년의 싱싱한 생동감을 자랑하는 슈베르트 교향곡 2번 실황(Orfeo) 같은 모습을 애초에 스튜디오에서 기대하는 게 무리지만……….



 2017.10.27 (금)


 하스킬/마르케비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24번 (Philips)


 하스킬의 피아노 소리는 여전히 매력 있다. 마르케비치의 지휘는 그냥 거칠다. 피아니스트와 지휘자가 완전히 다른 템포 개념을 가지고 연주를 하는 것 같다. 참고로 이 연주에는 웃기게 들리는 실수가 하나 있는데, 20번 1악장 카덴차가 끝나고 관현악이 복귀할 때 바이올린 주자의 음이탈이 그것이다.



 2017.10.29 (일)


 리히테르/로스트로포비치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Philips), 칼 뵘 모차르트 교향곡 35-41번(DG)


 둘 다 이제는 너무나 지겨운 연주다. 틀에 박힌 베첼소 연주, 그리고 환장할 정도로 고리타분한 뵘 모교는 이제 몇 년 동안 들을 일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낄 정도다. 다만, 장드롱의 첼로 변주곡에는 약간의 흥미가 생겼다.



 2017.10.31 (화)


 칼 뵘 모차르트 목관 협주곡집 (DG)


 아주 길고, 아주아주아주 지루한 연주. 뵘이 지휘하는 현은 좀 앙상하게 들린다. 느린 템포에서도 전혀 흐트러짐 없이 꼿꼿하게 연주하는 관악기 연주자들(물론 스튜디오라서 그렇겠지만)의 실력만큼은 참으로 훌륭하다.


'음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반일기 / 2017년 12월  (0) 2018.10.20
음반일기 / 2017년 11월  (0) 2018.10.20
말6  (0) 2015.11.29
다니엘 에리쿠르의 드뷔시  (8) 2015.03.16
드뷔시 전주곡 1집 L.117 - 9.99종 비교감상  (5) 2014.08.23
Posted by 여엉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