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Piano Soanta No.17 in D minor, Op.31-2 "Tempest")

작곡 시기 : 1802년

 

(“나는 한낮의 태양을 어둡게 하고, 폭동 같은 바람을 불러와,

푸른 바다와 짙푸른 창공의 궁륭이 포효하며 전쟁을 시작하게 했다.

무시무시하게 시끄러운 천둥에게 불을 주어,

제우스의 단단한 참나무를

그 자신의 번개로 쪼개놓기도 했지; 바다로 튀어나온 절벽을 흔들었고,

쇠창살로 소나무와 삼나무를 뽑아내기도 했지; 나의 지시에 따라

잠든 이가 깨어나고, 무덤이 입을 벌리고, 그들을 내보냈다.

나의 강력한 마법으로 그렇게 했다.“

- 셰익스피어 《템페스트》에서 프로스페로의 선언. 프로스페로는 이 말을 한 직후 자신의 마법을 포기한다.)

 

(Op.31을 쓸 무렵, 베토벤은 친구 크롬프홀츠(Krumpholz. 1750~1817)에게 “지금까지 만든 나의 작품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길을 갈 작정이다.”고 말했다. 이때를 전후해 교향곡 2번(Op.36), 3곡의 바이올린 소나타(Op.30)가 만들어지며, 그야말로 ‘위대한 전환점’을 이루는 첫걸음을 내딛는다.

곡의 부제와 관련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신들러가 이 곡에 대해 물었을 때, 베토벤은 “이 곡을 이해하고 싶다면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읽어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셰익스피어 만년의 5막 희곡인 <템페스트>는 동생 안토니오에 의해 쫓겨난 밀라노 공 프로스페로가 딸 미란다와 바다에 떠 유랑하다 외딴 섬에 안착한 후 마술을 연구, 마술사가 되어 12년 후에 마법으로 아우의 배를 난파시켜 회개하도록 만든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베토벤은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마술적이고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을 읽은 후에야 가능할 것이란 자신감을 가지고 이런 얘기를 꺼냈던 것이다. 이 곡의 부제는 그렇게 해서 붙여졌는데, 곡의 특성과 교묘하게 일치한다(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가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는 사실을 고려함에도 불구하고). 파울 베커도 이 곡을 “음울하고 무서운”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1악장의 대담함은 예가 없던 것으로, 급변하는 템포와 환상곡을 연상케 하는 패시지가 소나타 형식의 견고함을 휘청거리게 한다. 모든 악장이 소나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특징을 가진 곡이기도 하다.)

 

1악장 (1.Largo 2/2 - Allegro 2/2) (D minor)

(소나타 형식. 환상과 형식미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음악이다. 첫 6마디 안에서 템포가 세 번 변하는, 풍부한 변화를 지닌 1주제로 곡을 시작한다. 라르고에서 알레그로로, 다시 아다지오로. 그 짧은 순간에 폭풍이 한 차례 몰아친다. 첫 주제형은 D단조 딸림 3화음의 1전위형을 아르페지오로 느릿하게 연주하는 것이 특징으로 폭풍전야의 긴장감을 몰고 온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알레그로. 이것은 6마디의 아다지오로 갑자기 제동이 걸린다. 이 주제를 되풀이하면서 경과부를 시작한다. 7마디에서 다시 라르고. 8마디에서 다시 몰아치는 알레그로의 폭풍은 계속 이어지면서 급격한 제동이 한 동안 없을 것임을 선언한다. 이 부분이 발전하면서 셋잇단음이 힘차게 나타나는 새로운 선율과 섞여 이제 완전히 1주제부를 이룬다.

리만은 이것을 1주제로 보고, 곡 처음의 6마디는 서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 악상은 재현부에서 재현하지 않으므로 처음 6마디를 1주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실 가장 오래된 양식의 소나타에서는 1주제를 명확히 재현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베토벤은 작곡 중에 새로운 주제를 재현하려 생각한 흔적이 있으므로 리만의 판단도 완전히 틀리다고 보기는 힘들다. 41마디부터 알레그로 주제에서 파생한 A단조의 2주제가 등장하는데, 지금까지의 움직임을 연장하고 있으며 더군다나 1주제 알레그로 부분에서 소재를 가져왔기 때문에 주제다운 성격은 부족하다. 2주제는 61마디부터 decresc.로 약화되어 63마디에서 코데타로 진입한다. 코데타는 새로운 소재를 도입한 후 조용히 끝난다. 제시부를 반복한 후 발전부는 먼저 라르고로 시작하며, 이어서 알레그로로 바뀌어 새로운 주제를 다이내믹하게 전개한다. 간주와 같은 성격을 지닌 격렬한 부분을 거쳐 음의 세기가 급하게 약해지고, 라르고로 바뀌어 재현부로 들어간다.

라르고는 레치타티보풍의 확장을 거치며, 알레그로, 아다지오를 마치고 나서 다시 한 번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새로운 주제의 재현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신 격렬한 폭풍우 같은 부분을 거쳐 새로운 주제를 D단조로 재현하고, 그 후 차츰 힘이 약해지면서 조용히 끝난다.)

 

2악장 (2.Adagio 3/4) (B flat major)

(총 103마디. 발전부를 생략한 소나타 형식. 1악장과 비슷한 아르페지오로 시작되지만, 앞의 정서와는 상반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언제 엄습할지 모르는 폭풍에 대한 불안을 내포하는 휴식....... 그래서 더 달콤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경과부로 들어가면 저음에서 마치 큰북을 연속해서 두드리는 것 같은 엄숙한 울림이 들려오는데, 이것은 얼마 후 높은 음역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F장조의 2주제로 들어가면 곡은 한층 더 밝고 간절해진다. 후반부에서 북소리와도 같은 pp의 셋잇단음표를 등장시키면서 코데타로 들어간다. 코데타는 불과 4마디로 짧게 꾸미고 있다. 발전부는 생략한 대신 재현부는 장엄한 장식을 더하며 반주에는 호화로운 아르페지오를 5옥타브에 걸쳐 동반한다. 경과부만이 제시부에서 등장했던 형태 그대로 60마디에서 72마디까지 다루어진다. 2주제는 72마디 후반에 등장하는데 B♭장조로 등장한다. 코다는 재현부 코데타와 형식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1주제를 5마디에 걸쳐 잠깐 회상시키며 간결하게 종결한다.)

 

3악장 (3.Allegretto 3/8) (D minor)

(총 399마디. 16분음표의 약동하는 무궁동으로 이루어진 악장. 연습하지 않으면 리듬이 엉키기 십상이기 때문에, 피아니스트들은 조심스레 이 악장을 연마해야 한다. 주제가 오른손의 움직임으로 시작하고 왼손이 뒤따르는 형태를 취하며, 오른손 부분 동기 마지막 음(D로 시작해 계속 변함)이 환영적인 선율선을 형성한다. 반대로 8마디를 기본으로 취한 형식은 엄격한 모자이크 구조로 주제 동기는 거의 단순한 자리바꿈을 반복할 뿐이다. 경과구는 35마디부터 42마디까지 이어지고 A단조의 2주제부로 넘어간다. 2주제의 박자는 변칙적인 트릴 주제로, 긴장을 더욱 축적한다. 50마디까지는 A단조로 기본박인 3/8에서 변박 형태를 취하지만 51마디부터는 주제 동기에 변주가 이루어지며 주제 후반부를 확대해 반복 등장한다. 91마디부터 4마디의 코데타를 구성한 뒤 발전부로 넘어간다. 발전부는 1주제의 동기만으로 전개하며 그 밖의 재료는 가미하지 않는다. 시종 동일한 음형의 나열로 그 속에 교묘한 명암을 넣어가며 제시부보다 훨씬 긴, 100마디가 넘는 장대한 음악을 꾸며나간다. 그러나 지루한 느낌없이 멋진 아라베스크풍으로 짜여 베토벤의 탄탄한 동기 발전 수법을 만끽할 수 있다. 발전부 말미인 198마디부터는 오른손만으로 급히 뛰어다니는 악구가 17마디 정도 이어진 후 평정을 되찾으며 재현부를 유도한다. 재현부는 관례에 의거 16마디를 재현하고 229마디부터 주요부를 약간 축소해 등장한 후 246마디부터 경과구를 확대하여 두 번 반복한다. 그 뒤 2주제의 재현이 이루어지는데 조성은 D단조로 바뀐다. 코데타를 재현하며 광대한 코다로 진입한다. 코다는 1주제에 의거, 진행하던 도중 349마디의 pp가 돌연 ff로 바뀌며 1주제를 내성에서 드러내고 명확히 한다. 이 주제는 381마디까지 반복한 후 반음계적인 하행 악구를 삽입한 후 1주제를 반복하고 조용하고 음산하게 코다를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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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협주곡 (Cello Concerto)

작곡 연도 : 1966년 완성

악기 편성 : 독주 첼로, 플루트/피콜로, 오보에, 클라리넷 2, 베이스 클라리넷, 바순, 호른, 트럼펫, 트롬본, 하프, 현악 5부

(리게티가 첫 협주곡의 독주악기를 첼로로 선택한 것은 그만큼 그가 이 악기를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실제로 리게티는 어린 시절부터 첼로를 연주하면서 이 악기의 특성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수십 년 후 ‘마치 일본어로 말하는 것 같은’ 느낌 속에서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듯, 구체적이고 정묘한 음향을 추구하는 리게티에게 이디엄에 대한 감각이 없는(즉 만져본 적이 없는)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작곡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오래도록 연주한 악기라는 이점을 제하고도, 리게티가 협주곡의 독주악기로 첼로를 선택할 이유는 하나가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첼로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음향이었다. 바흐가 발견하고 베토벤이 발전시키고 바그너가 한 차원을 높였으며 드보르작이 훌륭하게 구사한 첼로의 음향은 20세기가 2/3선을 넘어선 1960년대 중반에도 여전히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리게티는 1악장을 시작하는 E음의 음색 변화로 자신을 매혹시킨 첼로의 음향을 자유로이 풀어놓는다. ‘오직 첼로만이’ 리게티가 원하는 음악 언어를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었을 것이다.)

1악장 (1. ♩=40)

(연주 시간 약 7분. 리게티는 협주곡을 위해 구상한 20여개의 음 형상 중 단 하나의 형상으로 1악장을 구성했다. 첼로가 ppppppp라는 극단적으로 작은 다이나믹의 E음으로 곡을 시작한다. 1분 30초 정도는 오직 크레셴도만이 있으며, 서서히 다른 악기들이 참여한다. 곡은 악기들을 거쳐 높은 F음에 도달하고, 곧 D와 A 사이에 음들이 채워진다. 현악기가 5옥타브의 B♭음을 내며, 첼로가 동참한다. 목관이 남은 음계들을 하나씩 채워가며 크레셴도 하다가 마침내 전음계적인 클라이막스에 도달한 후, 곧 극단적으로 높은 고현과 극단적으로 낮은 베이스만이 남고, 그 사이를 첼로가 유영한다.)

2악장 (2. L'istesso Tempo)

(연주 시간 약 8분. 1악장이 의도적인 ‘비움’에 충실한 악장이라면, 2악장은 내용적으로 아주 풍성하다. 금관의 화려한 선율들로 시작하며, 호른과 첼로가 그 사이에서 잠시 등장했다 사라진다. 20여개의 갖가지 형태가 나타나며(그 중에는 침묵에 가까운 것도 있다), 중반이 지나 트럼펫이 강렬한 포르테를 쏟아내면서 곡은 클라이막스에 도달한다. 클라이막스가 지나면 악기들이 하나씩 떠나면서 첼로 혼자 솔로로 곡을 마무리 짓고, 쉼표가 이어진 후 곡은 마친다. 아트모스페르와 마찬가지로 마지막에는 침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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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연습곡> 1권 (Piano Etude, Livre I)

작곡 시기 : 1985년 완성

"나는 감옥에 있다. 한쪽 벽은 아방가르드, 다른쪽 벽은 과거다. 나는 달아나고 싶다." - 죄르지 리게티. 1993년

(아방가르드는 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면서 그 폐쇄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 폐쇄성에 질식할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 것이 비단 리게티 혼자였던 것은 아니지만, 그가 이것에 대해 다른 이들보다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70년대의 ‘샛길’을 거쳐, 마침내 80년대에 이르러 그는 다시 버르토크를 비롯한 이전의 음악들과 마주한다. 그러나 그가 80년대에 보는 버르토크는 헝가리를 떠나기 이전에 생각했던 버르토크로의 ‘회귀’가 아니었고, 라헨만이 비난한 ‘퇴조’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던 음악, 미래를 위해 열려 있는 동시에 동시대인에게도 열려 있는 음악을 쓰기 위해 노력했고, 그 성과물은 피아노 협주곡과 3권의 <피아노 연습곡>으로 나타난다. 리게티는 이 새로운 음악을 쓰기 위해 모든 음악적 가능성에 문을 활짝 열었다. 중세 14세기 아르스 수브틸료아 시대의 음악으로부터 현대 비밥과 로큰롤까지, 죠스깽 드 프레의 엄격한 대위법에서부터 남부 아프리카의 복잡한 폴리리듬 음악까지 모든 것을 끌어들인 작곡가는 70년대와 80년대의 가장 중요한 두 만남, 찰스 아이브스와 콘론 낸캐로우의 음악까지 끌어들이는데 성공한다. 수많은 조우를 통해 리게티가 발전시켜 나간 것은 다차원적인 폴리포니, 즉 폴리리듬과 폴리메터였다. 여섯 곡으로 이루어진 <피아노 연습곡> 1권에서는 위의 두 가지 양식형성방식이 두드러진다.

리게티의 피아노 연습곡은 장르 간의 엄격한 구분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증거다. 아방가르드와 재즈, 모던 록을 구분하려는 시도는 이제 조금씩 힘을 잃고 무의미해질 것이다. 혁명과 분열로 점철된 20세기 음악은 이제 다시 구심점을 찾고 통합을 위한 거대한 시도를 앞두고 있다.)

1곡 <무질서> (1.Désorde. Molto vivace)

(단순하게 시작한 패턴이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변화하는 첫 곡. 제목인 <무질서>는 곡의 구성원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이며, 프랙탈 기하학의 방식을 사용해 점점 복잡해진다. 한 손은 검은 건반만을 연주하고, 다른 한 손은 흰 건반만을 연주하면서 5음 음계와 7음 음계가 공존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오른손은 8분음표 단위가 하나씩 줄어드는데, 결국 이 과정을 통해 본래의 패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곡이 변한다. 곡의 중간에서는 이 방향이 반대로 바뀐다. 연주의 난이도에 비해 화성적인 변화는 적은 편이다.)

2곡 <개방현> (2.Cordes à vide. Andantino con moto)

(첫 곡과는 달리 완전 5도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두 번째 곡. 마치 바이올린이나 첼로가 개방현을 켜듯 현악기의 이디엄을 건반악기로 그대로 옮겨온 곡이다. 연주의 어려움보다는 음색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곡으로, 특히 5도로 하행하는 아르페지오 위에서 움직이는 반음계적 변화는 이 곡의 화성적 변화에 주의를 기울어야 함을 일깨우고 있다. 곡이 진행됨에 따라 8분음표의 느린 움직임은 점차 세분화되고 빨라지고 강세도 커지면서 고음역에서 정점에 이른 후, 곧바로 저음역의 조용한 소리로 급변한다. 그리고 ‘마치 멀리서 호른이 울려나오는 것처럼’ 노래하는 선율이 등장하며 끝을 맺는다.)

3곡 <막힌 건반> (3.Touches bloquées. Presto)

(테리 라일리, 스티브 라이시 등 미니멀리즘 음악가들과 접촉한 이후인 70년대 중반부터 사용했던 ‘건반 차단 기법’을 사용한 음악. 한 손이 미리 건반을 눌러놓기 때문에 손가락이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움직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고르지 않은, 절뚝거리는 소리가 난다. 중간부에서는 양손이 함께 옥타브로 빠르게 진행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4곡 <팡파레> (4.Fanfares. Vivacissimo)

(3-2-2의 악삭 리듬 패턴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4곡. 비슷한 리듬을 사용한 호른 3중주 2악장을 생각나게 하는 곡이다. 증4도 관계에 있는 두 가지의 4음 음계(각각 C-D-E-F, F#-G#-A#-B)로 이루어진 오스티나토가 옥타브만 바꾸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나타나는 가운데, 네 개의 화음이 하나의 악구를 이룬 이중 선율인 화음들이 나오다가 뒤로 갈수록 점차 얽히면서 불협화적인 복조성의 지배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양손에서 함께 움직이던 리듬 또한 점점 오스티나토와 변덕스러운 이중 선율 사이에서 얽히면서 복잡해진다.)

5곡 <무지개> (5.Arc-en-ciel. Andante molto rebato)

(4번과 6번 사이에서 쉬어가는 느낌의 5번 곡. 작곡가는 이 곡이 셀로니어스 몽크와 빌 에반스의 재즈 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재즈 음악은 12음을 한꺼번에 사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음악이니, 곡의 제목 ‘무지개’가 모든 색채의 스펙트럼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리게티 다운 제목 붙이기라고 할 수 있겠다. 당연히 곡은 모든 음계로 펼치는 스펙트럼을 기가 막히게 잘 보여준다. 양 손의 박절이 점차 분화하고 강세가 상이하게 붙여진 폴리리듬 위에서 느릿한 선율이 흘러간다. 화성적인 색조는 점점 풍요로워지며 점점 다채로워진다.)

6곡 <바르샤바의 가을> (6.Automme à Varsovie. Presto)

(표제의 제목은 쇼팽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 아니라, 1956년부터 개최되던 폴란드의 현대음악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쓴 것이라 한다. 정치적 탄압 속에서 새로운 음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동료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볼 수 있다(리게티가 고국인 헝가리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생각하면 더욱 공감이 간다). 전체적으로 퍼셀 풍의 라멘토 베이스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곡이다. 독주자는 두 개 또는 세 개에서 최대 네 개의 다른 속도의 성부를 연주해야 하며, 그 비율은 3:4:5:7로 벌어진다. 폴리리듬에 대한 작곡가의 타고난 재능이 그대로 드러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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