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협주곡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작곡 시기 : 1894년 11월 착수, 1895년 2월 완성

작곡 장소 : 뉴욕

헌정자 : 첼리스트 하누슈 비한

악기 편성 : 독주 첼로,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파곳 2, 호른 3, 트럼펫 2,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트라이앵글, 현악 5부

(“예술을 갖고 있고 그것을 표현하는 민족은 아무리 작더라도 결코 멸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리는 희망을 가집시다.”

- 드보르작. 브람스에게 한 말 중에서)

(드보르작은 첼로 협주곡을 미국 체류 기간 동안 작곡했다. “첼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중음역은 훌륭하지만 저음역은 웅웅거리기만 하며 고음역은 코 먹은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라 할 정도로 첼로 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던 드보르작이지만, 습작에 가까운 A장조 첼로 협주곡(1865)과 이 B단조 첼로 협주곡을 완성했으며, 특히 B단조 첼로 협주곡은 역대 최고의 첼로 협주곡으로 꼽힌다. 어쩌면 남다른 프로 정신의 발로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협주곡은 “첼로는 그다지 민첩한 악기가 아니다”라고 한 베를리오즈의 주장을 반박하는 최초의 협주곡으로 꼽을 수 있다. 생각해보라. 첼로 같이 무겁고 둔중한 악기에게서 민첩하고 섬세한 움직임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이 협주곡이 명곡이라고 일컬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첼로라는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용적인 면에서도 역대 최고의 협주곡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지만.

미국에서 작곡을 진행하던 중, 한 때 사랑했던 여인 요세피나의 타계 소식을 접한 드보르작은 그녀가 좋아했던 자신의 가곡을 2악장 중간부에 삽입했다. 그는 이 곡에 인디언과 흑인의 민요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편지로 그것을 반박한 일이 있지만, 곡이 보헤미안의 정서와 미국 민요의 정서를 같이 함축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드보르작은 곡을 완성한 후 1895년 6월에 체코 출신 첼리스트 하누슈 비한의 충고로 마지막 악장 독주 부분을 수정하였고, 1896년 초연 후에 프라하에서 마지막 60마디를 고쳤다(이 때 3악장에서 클라리넷이 요세피나가 좋아하던 가곡 선율을 회상하는 부분도 삽입한다). 이 때 작곡가는 자신이 미국에서 접한 오페레타 작곡가 빅터 허버트의 첼로 협주곡을 참고해 그 곡의 첼로 고음 기교와 관현악 편성(세 대의 트롬본)을 자신의 곡에 차용했다. 작곡가는 세 대의 트롬본을 사용해도 트롬본의 음향이 첼로의 음향을 누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허버트의 첼로 협주곡을 통해 알게 되었고, 망설임 없이 그의 악기 편성을 차용했다고 한다.

이 곡의 초연 과정에는 잡음이 많았다. 드보르작은 비한이 이 곡을 초연하기를 바랐지만, 런던 필하모니 측은 초연 독주자로 레오 스턴을 강력하게 밀어붙였고, 결국 작곡가는 1896년 3월 19일 런던 필하모니, 레오 스턴과 초연을 치른다. 이 일로 인해 작곡가와 비한의 관계는 크게 틀어지게 되었지만, 헌정자는 결국 비한으로 정해졌다. 드보르작은 초연을 치른 후에도 이 곡을 연주할 진짜 적임자는 비한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애초에 드보르작이 첼로 협주곡을 쓰게 된 최초의 계기가 바로 보헤미아에서 접한 비한의 첼로 연주였다.

브람스는 이 곡의 악보를 접하자마자 곡의 진가를 알아챘다. “이런 첼로 협주곡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내가 먼저 이런 작품을 썼을 텐데!” 하지만 아쉽게도, 그 당시 브람스에게는 시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1악장 (1.Allegro 4/4) (B minor)

(클라리넷이 저음으로 B단조의 1주제를 제시한다. 이 주제는 곧 확대되어 곧 투티로 이어진다. 관현악이 1주제와 2주제의 제시를 완전히 마치고 난 후에야 독주 첼로가 등장하는데, 독주 첼로는 1주제를 quasi improvisando(즉흥연주 풍으로), B장조로 제시한다. 첼로는 곧이어 D장조의 2주제를 제시한다. 발전부는 D장조로, 주로 1주제를 중심으로 전개한다. 재현부는 B단조가 아닌 B장조로 1주제를 재현하며, 2주제를 재현부 첫머리에 넣고 있어 일반적인 소나타 형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독주 첼로는 아주 뛰어난 기교를 사용하고 있으며, 마지막에 가서는 연주하기 어려운 높은 B옥타브를 구사한다.)

 

2악장 (2.Adagio ma non troppo 3/4) (G major)

(드보르작이 가장 사랑했던 여인, 요세피나 체르마코바를 위해 만든 중간 악장에서도 첼로의 뛰어난 기교는 유감없이 드러난다. 작곡가는 첼로 협주곡을 작곡하던 중 요세피나의 사망 소식을 접했고, 그녀에 대한 모든 기억을 이 악장 속에 담았다.

주제를 처음 제시하는 것은 클라리넷인데, 9번 교향곡 2악장처럼 가슴 저미는 멜로디를 들려준다. 망향의 감정은 시대와 사상을 초월하는 것이지만, 미국에서 활동하던 작곡가에게 그것은 창작 활동의 원천이 되었다. 드보르작은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중간부에서 작곡가는 요세피나가 특별히 좋아했던 가곡인 <나 홀로 내버려 두세요>(Op.87, 1882)의 선율을 차용한다. 마지막에는 첼로 혼자 두드러지는 구절이 있는데, 더블 스탑 포지션에서 왼손의 개방현 피치카토를 사용하거나, 중음주법을 자유로이 구사해야 하며, 마지막 두 마디에서 볼 수 있듯 기교적으로 매우 어려운 자연적인 하모닉스를, 그것도 아주 작은 음량으로 사용하도록 지시하는 것으로 알 수 있듯 첼로에게 고난이도의 기교를 요구한다.)

 

3악장 (3.Finale. Allegro mderato 2/4 - Andante - Allegro vivo) (B minor)

(자유로운 론도 형식. 저음현의 유니즌 위에서 튜바가 기백 있는 B단조의 악구를 연주하면 곧 투티로 이어진다. 그리고 첼로가 나타나 튜바의 악구를 본격적으로 연주한다. 마지막 전투에 나서는 영웅의 기백이라고 해야 할까. C장조의 모데라토 구절은 전쟁이 끝나고 평화를 되찾은 영웅의 만년일지도 모른다. 클라리넷이 1악장 주제를 장조로 회상하고 난 후, 마지막에 독주 첼로는 몇 개의 악기와 함께 대화를 한다. 아주 느리게 A장조에서 C#장조, B♭장조를 옮겨 다니며 자신의 인생 역정을 회상한다. 그 과정에서 클라리넷은 요세피나가 좋아했던 선율을 다시 한 번 부른다. 다른 악기들은 이제 하나둘 물러나고, 이제는 현악기군의 피치카토와 독주 첼로만이 남는다. 카잘스의 말대로 독주 첼로의 숨이 완전히 소진되면, 오케스트라가 알레그로 비보로 힘찬 종결구를 연주한다. 하늘이 열리고 숨을 거둔 영웅의 영혼을 맞아들이는 것이다.)

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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