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 8번 F장조 Op.93

영어 : Symphony No.8 in F major, Op.93

 

작곡 시기 : 1812년 여름에서 10월 사이

작곡 장소 : 테플리츠

초연 : 비공개 초연은 1813년 4월 20일 루돌프 대공의 사택에서 이루어지며, 공개 초연은 1814년 2월 27일 빈 레두텐잘에서 베토벤의 지휘로 이루어짐.

출판/판본 : 1817년

악기 편성 :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B♭) 2, 파곳 2, 호른(F, B♭) 2, 트럼펫(F) 2, 팀파니, 현악 5부

 

개설

이 곡을 구상한 것은 1811년이지만 본격적으로 작곡을 시작한 것은 《교향곡 제7번》을 완성한 7월부터로, 테플리츠에 머무르면서 활기차게 작업을 진척시켰다. 당시 베토벤은 두 번째로 테플리츠에 체류하는 것이었기에 한층 그 곳에 친숙해 있었다. 이렇게 완성한 이 교향곡은 밝고 명랑하며 베토벤의 작품으로서는 드물게 장중하지 않으므로 낭만적인 경향을 띠고 있기도 하다. 곡을 완성한 것은 1812년 10월, 동생 요한의 결혼으로 린츠에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 여러 가지 불쾌한 일도 있었다고 하는데, 다행히 곡은 거의 마무리되어 있었다.1)

이 곡은 밝고 명랑하다는 점에서 《교향곡 제7번》과 비슷하지만, 그 곡과 같은 힘이나 열기, 심각함은 없다. 그 때문에 이 《교향곡 제8번》은 지금까지의 교향곡보다 창작력이 후퇴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베토벤은 이 작품에서 지금까지 없던 것을 추구하여, 교향곡의 새로운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 단도직입적으로 간결하게 쓰는 방법을 선택했다.

베커는 교향곡 7번과 8번을 비교하면서 '교향곡 제7번은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는 등반을 나타내고, 교향곡 제8번은 그 봉우리로부터 내려오는 데서 생겨나는 행복한 기분을 나타낸다.'고 표현했다. 교향곡 7번의 외향성, 치밀하면서도 활력이 넘치는 리듬, 큰 형식과 교향곡 8번은 소소한 고전성, 미묘한 관현악법을 비교한다면 베커의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내가 보는 베토벤의 교향곡 8번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집필한 《통상관념사전》의 교향곡 버전이다. 베토벤은 지금까지의 고전 교향곡을 대각선에서, 살짝 비뚤게 바라본다. 여기서 당연하게 다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화성은 실험을 계속하며(1악장의 비올라 패시지), 악구들은 때로 초보적인 수준으로 되풀이되다가 갑자기 예상치도 못한 방식으로 돌변한다. 이전의 낡아빠진 음악 양식들을 비꼬고 있으며(때로는 자기 자신도 조롱의 대상이 된다), 오케스트레이션은 황당할 정도로 혁신적이다. 느린 악장은 하나도 없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아주 전통적인 악기 편성과 양식 속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고전의 옷을 입고 있지만, 머리로는 혁신을 진행하는 것이다. 고전을 가장한 대담한 진보라 할 수 있다. 물론 겉으로는 유쾌한 음악적 농담으로 치장한 모습이지만 말이다.

베토벤 자신은 이 교향곡을 "작은 교향곡 F장조"라 불렀다. 초연은 1814년 2월 27일, 교향곡 7번 및 전쟁 교향곡 <웰링턴의 승리> Op.91와 함께 있었다. 앞의 두 곡이 반응이 좋아서였는지 모르지만, 8번 교향곡도 호평을 받았다. 뒤에 언급하겠지만, 통상적인 관현악 편성을 사용하면서도 악기 사용법이 참신하다. 특히 팀파니는 악장에 따라 달라지는 음정 때문에 통상적인 두 벌(F-C) 대신 F-C-F의 세 벌을 갖추는 경우가 많다. 

 

1악장 (1.Allegro vivace e con brio 3/4) (F major)

소나타 형식. 이 악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포르티시시모(fff)라는 '무지막지한' 다이내믹이 두 번이나 등장하는 악장이다. 시작은 가볍고 즐거운 1주제를 바이올린이 갑자기 등장시키며 시작한다. 주제의 후반부는 우아하게 꾸며져 있으며, 점차 리듬이 세분화되면서 F, A♭, D의 화음으로 마친다. 효과적인 한 마디 반의 휴지(Generalpause) 후에 파곳 반주 위에서 2주제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한다. 흐르는 듯 들리는 이 주제는 1주제 후반부 동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어 저현이 감7 분산화음을 연주하고, 관현악 전체로 힘을 얻으면서 제시부를 마무리한다. 발전부는 1주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재치 있고 유머가 있는데, 감7화음을 매개로 자유로운 조바꿈을 보인다. 재현부에서는 목관악기가 재현하는 2주제가 C장조로 나온다는 점이 독특하며(제시부에서는 원조의 버금딸림조, 재현부에서는 딸림조), 이어지는 코다는 리듬과 휴지로 교묘한 클라이맥스를 이루어낸다. 원래 코다는 34마디가 더 짧았는데, 프로테시시모를 거쳐 마지막 정점에 이르는 부분이 빠져 있었다. 이 부분을 추가하면서 베토벤은 교향곡 특유의 느낌을 완성했다. 마지막으로 1주제의 동기를 제시할 때 강박에 지속적인 sf가 등장하는 부분이 있는데 전혀 불쾌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마지막 악구도 대가의 솜씨로 능숙하게 마무리하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p로 마무리하는지라 오히려 청자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2악장 (2.Allegretto scherzando 2/4) (B♭ major)

발전부가 없는 소나타 형식. 시계추의 똑딱거리는 리듬으로 일관하는 소나타 형식의 스케츠로 풍 악장. 멜첼이 베토벤을 위해 발명한 크로노미터를 보고 작곡했다는 "타타타 카논(WoO 162)"과 2악장은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목관이 스타카토로 연주하는 이 리듬 위에서 1바이올린이 역시 스타카토로 1주제를 연주하며 바로 첼로가 잇는다. 부주제는 아주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64분음표로 되어 있다. 2악장의 주제와 멜첼의 메트로놈, 그리고 "타타타 카논"에 관한 문제는 다른 포스팅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3악장 (3.Tempo di Menuetto 3/4) (F major)

3부 형식. 교향곡 1번과 2번, 4번의 미뉴엣 악장은 스케르초의 성격이 강한 데 반해, 이 악장은 미뉴엣이라 불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마 스케츠로풍인 2악장과의 대비를 위해 미뉴엣을 쓴 것으로 보인다. 매우 풍자적인 목적이 강한 악장이다. 옛 형식에 과장된 분위기를 집어넣어 고리타분한 음악가들을 비꼬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약박을 강조하는 박절, 엇리듬이 두드러진다. 약박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어떤 악절들은 위악적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트리오는 대조적으로 목가적인 호른의 2중주를 강조하며 현의 분산화음이 붙고, 클라리넷과 바순이 가세한다.

 

4악장 (4.Allegro vivace 2/2) (F major)

소나타 형식. 경우에 따라서는 자유로운 론도 형식(A-B-A'-A-B-A'-A'-B-A-코다)으로 보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1주제가 주도권을 쥔 소나타 형식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Allegro vivace라고 되어 있지만, 거의 Presto에 가깝게 연주하는 것이 좋다. 발전부와 코다가 아주 충실하며, 오케스트레이션에서 바순과 팀파니의 독특한 활용법이 눈에 띄는 악장이다(특히 코다의 팀파니 사용법이 매우 독특하다). 주제 선율은 2악장의 주요 주제와 비슷한 느낌을 던진다. 이것이 ppp까지 작아진 후, 엉뚱한 C#음이 돌출되고는 곧바로 ff로 폭발한다. 셋잇단음의 적절한 사용과 복합 리듬에 의한 클라이맥스 효과도 아주 일품이다. 코다도 독특한데, 화성이 극도로 이완된 으뜸조 패시지를 계속 연주하며 '도대체 이 교향곡 언제 끝나는 거야?'라는 의문을 유발케 한다. 이 코다가 유치하게 들린다는 사실은 어린아이도 다 안다. 베토벤은 이로서 자기 자신을 패러디하고 있다. 

 

 

각주

1) 메이너드 솔로몬에 의하면, 베토벤은 요한이 결혼을 하지 못하게 방해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결혼식은 예정대로 치러졌다.

 

 

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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