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 6번 F장조 <전원> Op.68

영어 : Symphony No.6 in F major, Op.68 "Pastorale"

 

작곡 시기 : 1808년 여름 완성

작곡 장소 : 하일리겐슈타트와 빈

초연 연도와 장소 : 1808년 12월 22일, 빈의 안 데어 극장에서 베토벤 자신의 지휘로 이루어짐. 이 연주회에서는 교향곡 5번과 6번 뿐 아니라 피아노 협주곡 4번의 초연도 같이 치러짐.

출판 : 1809년

헌정자 : 로프코비츠 후작과 라주모프스키 백작

악기 편성 : 피콜로(4악장),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파곳 2, 호른 2, 트럼펫 2(4악장, 5악장), 트롬본 2(4악장, 5악장), 팀파니(4악장), 현악 5부

 

개설

우선 곡의 부제인 Pastorale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하겠다. Pastorale은 전원적인 분위기를 극적이며 문학적인 연극과 시와 같은 작품에서 사용하며 음악적인 표현은 기악 또는 성악 작품에서 표현한 양식이라 할 수 있다. 이 음악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방 양치기들의 피리 소리를 모방한 곡으로, 6/8, 9/8, 또는 12/8박자로 자장가 분위기를 지니며, 유유히 흐르는 멜로디와 길게 지속하는 드로운 베이스(drone bass) 음이 특징이다. Pastorale은 명사형으로 쓰이는 것으로 전원곡, 목가곡, 그리고 전원극을 지칭할 때 사용하며, Pastoral은 형용사로 쓰이는 것으로 목가적인 분위기의 장면이나 시를 표현할 때 사용한다.

이 곡의 주제 몇 개는 1806년의 스케치 노트에 적혀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이 곡을 스케치하기 시작한 것은 1807 7월 전후로 보인다. 그리고 1808년 6월 경 그가 마음에 들어하던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전체를 완성했다. 공교롭게도 이 곳은 그가 6년 전인 1802년에 요양 왔을 때 유서를 작성했던 장소였다. 

초연 때는 각 악장의 표제들이 오늘날의 그것들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었으나, 다만 곡 자체에 《전원생활의 회상》이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었다. 그리고 사본과 초판 악보에는 단순히 《전원 교향곡》(신포니아 파스토랄레. Sinfonia Pastorale)이라고 적혀 나왔다.

여기서 우리는, 베토벤이 왜 자연을 대상으로 《교향곡 제6번》을 썼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같은 시기에 날카롭게 대비되는 대조적인 성격의 작품을 자주 썼다. 즉 자신의 내면을 불태웠던 격렬한 《교향곡 제5번》을 작곡하고 나서 바깥으로 눈을 돌려 밝은 《교향곡 제6번》을 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비교론적으로 흥미를 끌 수 있겠으나, 곡의 특성을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또 다른 이유는 이 곡을 작곡하던 전후에 자연의 즐거움을 묘사한 음악이 유행하고 있었으며, 베토벤도 거기에 다소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J. H. 크네히트(1752~1817)의 5악장 구성의 《자연의 음악 묘사》나 프라이슈테틀러(1768~1841), 클레멘티(1752~1832)의 작품이 베토벤에게 영향을 주었음이 분명하다.

아울러 개인적인 사랑과 자연에 대한 애착도 빼놓을 수 없다. 요제피네에 대한 열정은 이 작품을 쓸 무렵에는 식어 있었다. 이 사랑의 종말로부터 전원으로 도피하려 했던 것이 《전원 교향곡》을 낳게 했을지도 모른다. 아울러 바깥 세계로 눈을 돌리려 했을 때 《교향곡 3번》을 쓸 때처럼 나폴레옹 같은 인물도 없었으며, 유쾌하지 못한 빈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은 실망만을 안겨줄 뿐이었다. 베토벤은 이런 모습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좋아하던 조용한 자연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베토벤은 이 전후에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가곡이나 피아노 소나타도 쓴다.

베토벤은 잘 알려진 대로 "사람은 속일 때가 있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다", 혹은 "숲 안에 있으면 기쁘고 행복하다"는 말을 비롯하여 자연을 사랑하는 말을 많이 남겼다. 테레제 마르파티에게 쓴 편지에서는 "덤불과 숲을 빠져나와 수목과 풀과 바위 사이를 산책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나처럼 전원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썼다. 세속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자연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 위안을 얻었던 것은 당연했다. 더구나 이 곡을 작곡한 곳은 한적안 하일리겐슈타트였다. 종교적이라 해야 할 정도로 강한 자연 예찬이 나타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분명 이 교향곡은 《전원》이라는 제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각 악장에 붙은 (시골 생활을 예찬하는) 부제에도 불구하고, 베토벤은 이 교향곡이 단순한 자연의 묘사로 그치는 표제음악이나 감상적인 음풍농월이 되어버리는 것을 경계했다. 베토벤은 자신이 직접 말한 것처럼 「묘사라기보다는 감정의 표현」이라는 태도를 취했으며 자연에 대해 자신이 느낀 감정, 경이롭고 신비로우며 근원적인 힘에 대해 자신이 받은 감동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다. 물론 여기서 자연에 대한 회화적인 묘사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제4악장은 전형적인 묘사적 수법을 사용하여 폭풍우 장면을 효과적으로 구사하고 있으며, 그밖에 다른 악장에서도 시냇물 흐르는 소리나 새의 울음소리들이 들어가 있다. 물론 이들은 필연성을 지니고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또한 이 곡은 보통 교향곡이 3, 4악장으로 이루어지는 것과는 달리 5악장으로 이루어진다(다만 4악장을 5악장으로 들어가는 간주적인 역할에 억지로 끼워 넣으면 전통적인 4악장제에 아예 들어맞지 않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제3악장부터 제5악장까지는 악장 간 단절 없이 계속 연주하도록 되어 있으며, 제4악장부터는 연속해서 일어난 일을 표제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표제에 맞춰 연주하게끔 한 것이다. 악장 사이를 쉼 없이 연주하도록 연주하는 것은 음악을 중단하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흐름을 자연스럽고 원활하게 하는 것이어서 후대의 슈만(특히 교향곡 4번), 멘델스존, 리스트를 비롯한 낭만파 작곡가의 교향곡 처리 방법에 강한 영향을 주었다. 또한 이 교향곡 자체도 낭만파의 표제 교향곡이나 교향시의 발달에 커다란 도화선이 되었다.

베토벤이 《교향곡 제5번》의 반대항으로 이 교향곡을 작곡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작곡가가 짝을 지어 출판한 것은 두 교향곡의 특성을 비교해 보라는 의도를 분명 내포하고 있다. 《교향곡 제5번》이 강렬하고 단단하다면 《교향곡 제6번》은 유연하고 온화하다. 《교향곡 제5번》이 분석적이고 체계적이라면 《교향곡 제6번》은 생동감 있고 환희에 가득 차 있다. 이로정연한 《교향곡 제5번》의 관점으로 보면 《교향곡 제6번》은 낭만주의적이다. 피날레 악장을 대표하는 악기가 《교향곡 제5번》은 승리를 상징하는 트럼펫인데 반해, 《교향곡 제6번》은 목가적인 악기로 흔히 거론하는 호른이다.   

아울러 베토벤의 남겨진 스케치에 따르면, 처음에는 제5악장에서 성악을 사용하려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만약 그것이 실현되었더라면 《교향곡 제9번》에 앞서 성악을 사용한 교향곡이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베토벤이 곡에 부제를 붙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각 악장의 성격을 구분 짓는 부제를 기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그런 특성이 이 곡을 제외하면 <고별> 소나타밖에 없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1악장 <시골에 도착했을 때 일어나는 유쾌한 기분> 

(1.<Erwachen heiterer Empfindungen bei der Aukunft dem Lande> Allegro ma non troppo 4/4) (F major)

소나타 형식. 밝고 명랑하며 한가로운 악장이다. 베토벤 교향곡에서는 첫 악장에서 효과를 내기 위해 알레그로 콘 브리오(Allegro con brio)라는 빠르기말을 많이 사용했지만,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Allegro ma non troppo)라는 지시어는 이 곡이 처음이다. 이 지시만으로도 이 악장에서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 느긋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긴장을 확 주는 것이 아니라, 느긋하게 긴장을 푸는 것이다. 1바이올린이 민요적이면서도 매우 전원적인 1주제를 제시하면서 시작한다. 이 주제는 오스트리아의 전원지대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지만 슬로베니아나 모라비아의 농촌에서도 전해지고 있다. 이 주제만으로도 「시골에 도착했을 때의 즐거운 감정」이라는 표제가 타당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시작 부분에서는 F음의 페달 포인트가 있으며, 16마디 이후부터는 C음의 페달 포인트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주제 마지막 음(G)에서 페르마타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당시 베토벤이 즐기던 수법으로, 《교향곡 제5번》 4음 모티브 마지막에서도 찾을 수 있다. 46마디에서는 플루트가 고음의 아포지아투라로 새로리를 모방한다. 제2주제는 C장조로, 그다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역시 즐거운 분위기로 먼저 현이 연주하고 목관이 그것을 받는다. 8분음표의 단순한 리듬이지만 물처럼 흐르는 펼침화음(Broken chord)의 형태를 취하며 하강 음형에서 한번 상승시켜 다시 하강하는 형태를 취하는데 아주 부드럽다. 대위선율이 같이 진행하며, 다소 리듬적인 특성이 두드러지는 1주제와는 달리 민요풍의 멜로디를 좀 더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발전부는 주로 1주제를 다루고 있다. 베토벤의 일반적인 발전부처럼 극적인 성격이나 강렬한 기복은 없으나 온화하며 다양하게 색채를 바꾸어 한가로움과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특히 발전부에서 같은 동기를 72번이나 반복하는 부분은 고전음악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지겨운 부분일 테지만, 교묘하게 악기의 조합을 바꾸며 반복하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변하는 화성 색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고전주의 음악 속의 낭만적 환상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발전부의 조성은 B♭장조에서 3도 관계인 D장조로 옮겨간 후, 잠시 쉰 후 G장조로 옮겨갔다가 E장조로 바뀌며 고전적인 전조에서 점차 멀어져간다. 1주제가 다시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면 곡은 재현부로 들어간다. 곧이어 2주제도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코다는 전원의 느낌을 더욱 강하게 나타내며, 1주제를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피어올랐던 감정들을 정리하듯 조용하고 따스하게 마무리한다. 468마디에서 B♭음과 B음의 대조를 보이는 새로운 반복이 나타난다. 483마디부터 491마디까지의 9마디는 목적 지향적 화음으로 예기치 않는 종지와 음악적 흐름을 유도하며, 클라리넷과 바순은 반복된 종지를 갖는 목가적인 음악을 연주한다. 이 주제는 앞의 레가토 부분에서 가져온 것이지만 확대된 목관악기의 사용법과 단순한 종지는 3악장을 예고한다.

 

2악장 <시냇가의 정경> (2.<Szene am Bach> Andante molto mosso 12/8) (B♭ major)

소나타 형식. 「시냇가의 정경」이라는 표제와 완전히 일치하며, 박자도 길고 유연하다. 시냇물이 조용히 흘러가는 것을 암시하는 미세한 움직임이 첼로를 비롯한 저음 현악기에서 거의 일관되게 주어진다. 1바이올린이 제시하는 사랑스러운 1주제를 반주하는 저음현은 8분음표의 펼침화음과 16분음표의 펼침화음 두 가지가 있다. 이런 지속적인 반주 위에서 전개되는 선율은 18세기 기악곡과 성악곡 느린 악장에서 흔하게 쓰였고, 기원은 17세기까지 거슬러 오른다. 전통적으로도 유유히 흐르는 시냇물의 정경을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적합한 음악적 형태라는 공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악장에서는 플루트의 고음으로 표현되던 새소리가 2악장에서는 바이올린의 트릴로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33마디부터 등장하는 2주제는 훨씬 밝게 바이올린으로 연주된다. 바순의 솔로가 넘치는 기쁨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흐르는 듯 평화로운 발전부 후에 91마디부터 재현부가 시작되는데, 플루트가 1주제를 재현한다. 저현은 제시부와 같이 시냇물의 반주를 맡으며, 바순, 클라리넷, 바이올린의 아르페지오가 추가되어 있다. 재현부가 끝나면 곡은 짤막한 코다로 들어가며 새소리를 모방한 악구가 등장한다. 물론 20세기 음악의 구체적인 새소리가 아닌 '듣기 좋은' 새소리다. 나이팅게일(꾀꼬리) 역할을 맡은 플루트가 F음과 G음을 불다가 F음의 트릴을 연주하고, 메추리 역할을 맡은 오보에는 D음의 부점 리듬을, 뻐꾸기 역할을 맡은 클라리넷은 D음과 B♭음을 연주한다. 새소리 묘사 이후 베토벤은 갑작스레 짧은 침묵을 내놓는데, 침묵은 황홀하면서도 경이로운 순간을 절묘하게 표현한다. 새소리가 주화음에서 다시 등장하면서 막을 내린다.

 

3악장 <시골 사람들의 단란함>

(3.<Lustiges Zusammensein der Landleute> Scherzo. Allegro 3/4 - Trio 2/4) (F major)

스케르초와 트리오. 3악장부터 5악장까지는 아타카로 쉬지 않고 연주한다. 「시골 사람들의 단란함」은 스케르초에 해당하는 악당이지만, 농민들이 즐겁게 추는 음악을 연상시킨다. 연주하는 사이 술에 취해 잠든 악사도 있으며, 소박한 악기를 갖고 서투르게 연주하는 악사도 있다. 바순은 지속적으로 도(F)와 솔(C) 음을 연주한다. 트리오(a Tempo Allegro. ♩=132)는 실제 농민들의 춤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믹소도리안 조가 두드러진다. 역시 농부의 서투른 춤을 연상케 하기 위해 바순과 더블베이스가 기민하게 움직이는데, 바순은 무려 13마디 동안 C 옥타브만을 연주한다. 트리오의 반복이 끝나면 스케르초 1부의 코데타를 확대한 코다를 통해 4악장으로 들어간다.

 

4악장 <천둥. 폭풍우> (4.<Gewitter. Sturm> Allegro 4/4) (F minor)

특별한 형식이 정해지지 않은 (굳이 규정짓자면 자유로운 2부 형식에 가깝다) 간주곡. 전통적인 4악장 제에 간주곡이라 할 폭풍우 악장을 추가한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폭풍우 악장은 나머지 악장들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며, 논리적으로도 매끄럽게 이어진다. 4악장은 3악장과 5악장을 이어주면서, 동시에 충격적인 내용으로 우리의 뇌리에 남는다. 오케스트레이션 측면에서도 전 악장을 통틀어 피콜로와 팀파니는 오직 4악장에서만 등장하며, 트럼펫과 트롬본도 여기서 처음 등장한다. 전 악장의 흥겨운 분위기는 삽시간에 자취를 감추고, 저음 현이 멀리서 들리는 천둥소리를 들려준다. 농민들은 춤을 멈추고 놀라 대피한다. 곧 투티에 의한 폭풍우가 감상자를 강타한다. 단지 음악적인 효과 뿐 아니라, 작곡가의 감정까지 강하게 개입해 정말로 소름끼치는 폭풍우 장면이 몰아친다. 묘사음악에서 이토록 박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곡가는 베토벤 이전에는 그리 흔치 않았다. 관현악 측면에서는 피콜로와 트롬본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특히 급박함을 알리는 피콜로의 고음이 인상적이다. 마지막에 폭풍우가 걷히고 햇살이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밀면, 플루트의 상승 음계가 클라리넷의 목가를 불러온다.

 

5악장 <목가. 폭풍우 뒤의 즐거운 감사의 마음>

(5. <Hirtengesang. Frohe und dankbare Gefuhle dem Sturm> Allegretto 6/8) (F major)

론도 소나타 형식. 클라리넷이 제시하는 목가 주제는 곧 호른으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바이올린이 목가 주제에서 비롯한 1주제를 연주하면 그 주제가 곧 현악기로, 전 관현악으로 퍼져 나간다. 곧 바이올린이 2주제를 연주한다. 이어 1주제가 모습을 드러내며 전개되는데, 새로운 선율도 가세한다. 재현부에 이어지는 코다에서는 1주제를 따스하게 연주한다. 그 사이 1악장 1주제를 연상시키는 악구도 모습을 드러낸다. 마지막 악장다운 화려함이나 강력함은 없으나 그런 만큼 이 전원적인 교향곡을 밝고 평화로운 목가적 분위기로 마무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할 수 있고, 정서적으로 곡을 편안히 마친다는 느낌을 주어 전 악장의 긴장감을 다분히 풀어주는 느낌을 던져준다. 끝부분에서 호른은 약음기를 사용해 멀리서 울리는 느낌을 던지며 편안히 악장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이 악장에서는 트럼펫이 연주할 수 없는 음정을 피하려고 다음과 같은 아주 이상한 성부진행을 한다. 219마디에서 223마디를 보면, 화음이 219-220마디의 F장조 화음에서 221-222마디의 D단조 화음을 경유하여 223마디의 G장조 화음으로 진행한다. C 트럼펫이 D단조 화음에서 넷째 줄의 D음 외의 어떤 음도 연주할 수도, 그리고 중복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일상적 어법에서 벗어난 장9도의 도약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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