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 4중주 4번 (String Quartet No.4 in C chord, Sz.91)

작곡 시기 : 1928년 7월에서 9월 사이 (추정)

작곡 장소 : 부다페스트

헌정자 : 프로 아르테 4중주단

(“현악4중주곡 제4번은 실제로 바르토크의 가장 위대하고 심오한 업적을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나, 이에 가까이 도달해 있다. ……일단 그 비밀이 발견되면, 금세기에 이처럼 의미심장하고 보람된 작품은 드물다.” - 헐시 스티븐스)

(헐시 스티븐스가 버르토크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인정한 현악 4중주곡 4번. 전체적으로 A-B-C-B'-A'와 같은 가교형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두 개의 스케르초 악장이 중간의 느린 악장을 감싸고 있다(5번에서는 반대로 두 개의 느린 악장이 스케르초를 감싸고 있다). 이에 따라 3악장의 중간부가 곡의 중심이 된다. 작곡가의 무르익은 대위법적 기법과 구조적 통합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 그리고 다양한 음악적 소재가 복합적으로 움직이는 명곡이다. 이 곡의 카논 작법은 한두 마디로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방대한데, 거의 모든 음이 고도로 논리적인 전개에 따라 움직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에는 푸가나 푸가토가 하나도 없다. 오직 순수한 대위법적 기교를 동원해 곡을 만들고도 대위법 진행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푸가의 유혹에 전혀 빠지지 않은 셈이다.)

 

1악장 (1.Allegro 4/4)

(첫머리의 동기는 제1바이올린의 주선율에 대하여 제2바이올린이 단 9도로부터 완전 4도로의 사행진행을 하고, 첼로는 대조적으로 6도 음정 연접을 통한 상행진행을 하는 독특한 진행을 취한다. 곡을 통일하는 가장 중요한 동기는 7마디에서 등장한다. 주요 동기는 C#에서 E♭으로 상행한 후, C로 다시 하행한다. 동기는 무한한 전위와 음정적 확대 과정을 거치며 곡 전체를 지배한다. 2주제는 민요풍의 바이올린 연주로 제시하고 발전부와 재현부를 거쳐 긴 코다를 맞는다. 종지에서는 마르카토를 사용하여 음 하나하나의 강한 인상을 남긴다.)

 

2악장 (2.Prestissimo, con sordino 6/8)

(2악장과 4악장은 쌍둥이 스케르초(Gemini Scherzo). 같은 모티브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반음계적인 2악장은 글리산도로 연주하는 데 반해, 온음계적인 4악장은 바르톡 특유의 피치카토로 연주하다. 둘의 느낌은 너무 이질적이라, 둘이 같은 모티브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유추하지 못할 정도다. 같은 얼굴을 한 채 다른 목소리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쌍둥이의 모습이라 해야 할까. 현은 여기서 약음기를 부착하고 연주하며, 개시부의 주악상을 반음계적인 패시지로 반복한다. 2악장과 4악장의 세부를 들여다보면, 2악장이 반음계를 E에서 B까지 상행하는 부분을 4악장은 옥타브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고도로 논리적인 대위법적 과정은 2악장에서도 변함이 없는데, 대위법적 전개에 따라 움직이던 7개음이 G음과 C#음 사이의 지점으로 모두 모여드는 71~72마디의 귀절은 정말 경이롭기 짝이 없다. 카논 작법에서도 작곡가는 훌륭한 재주를 보여주는데, 4대의 악기가 장2도 간격으로 움직이는 카논은 그 귀절이 포함하는 온음계와 증4도로 인해 색다른 느낌을 준다.)

 

3악장 (3.Non troppo lento 4/4)

(전곡을 통틀어 가장 중심에 놓이는 악장으로 앞뒤의 악장이 대칭적으로 놓여있다. 비브라토 없이 연주하는 첼로의 마쟈르 민요적인 전개가 첫머리를 열면 다른 악기들은 배분법에 따라 공통음 없이 화성을 진행한다. 중간부에 ‘새의 노래’가 들어 있는데, 1바이올린의 고음으로 연주한다. 오직 이 중간부만이 다른 악장들과 재료를 공유하지 않고 독자적인 소리를 낸다. 그 뒤 1부가 돌아온다.)

 

4악장 (4.Allegretto pizzicato 3/4)

(악장을 피치카토로 진행한다. 차이코프스키가 피치카토 악장을 만든 선례가 있지만 버르토크의 피치카토는 그가 발전시킨 주법의 확대로 인해 고유의 음악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여기서 현악기들은 다양한 피치카토 주법을 사용하는데, 대표적으로 손톱 피치카토와 스냅 피치카토를 꼽을 수 있겠다. 이 중 현을 튕겨 지판에 강하게 부딪히도록 하는 스냅 피치카토는 ‘버르토크 피치카토’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악상은 2악장의 악상을 온음계적으로 변형한 것이다.)

 

5악장 (5.Allegro molto 2/4)

(1악장의 모티브를 대위법적으로 재생산하는 피날레 악장. 강력한 중음주법의 유니즌으로 시작한다. 1악장의 음형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온음계적ㆍ대위법적으로 변형한 음형을 사용하는데, 그 변형의 과정이 복잡해 듣는 것만으로는 음형을 바로 확인하기가 힘들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1악장 주요 동기의 전위형을 더 확대한 형태가 5악장의 주요 동기로 쓰인다. 춤곡 풍의 리듬도 1악장과 5악장의 구조적 연결을 쉽게 눈치채기 힘들게 한다. 이 주요 동기도 계속 확대와 전위 과정을 거친다. 다만 마지막 악장 중간에서 기본 모티브의 원형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본 모티브는 악장 마지막 순간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계속해서 새로운 옷을 갈아입으며 점점 더 화려하게 변하던 모티브가 원래 형태로 돌아와 끝을 맺는 방식은 스티븐스가 지적하듯 신데렐라의 모습과 유사하다. 열두 시가 지나고 다시 재투성이 처녀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신데렐라 말이다. 그러나 버르토크의 모티브는 결코 재투성이 처녀처럼 볼품없지 않다.)

 

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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