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Piano Sonata No.14 in C sharp minor, Op.27-2 "Moonlight")

작곡 시기 : 1800년에서 1801년

출판 : 1802년 3월 (빈의 카피사)

헌정자 : 줄리에타 귀차르디

(두 곡의 피아노 소나타 Op.27은 1801년에 작곡했다. 베토벤이 30세를 전후하던 시기로, 교향곡 1번과 현악 4중주 Op.18이 등장하던 무렵이다. 즉, 이 피아노 소나타는 베토벤이 작곡가로서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던 시기의 작품이라는 얘기다. 두 곡 모두 《환상곡풍 소나타 Sonata quasi una Fantasia》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베토벤이 이 두 곡에 부여하려 했던 음악적 성격과 방향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 시기의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를 통해 다양하고 폭넓은 음악적 시도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이 두 곡은 그 전형적인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이 곡은 전통적인 1악장 중심제를 버리고 종악장에 곡의 중심을 두었는데, 장기적으로 보아 이것은 고전적인 형식을 무너뜨리고 형식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참고로 <월광>이라는 별명은 베토벤 생전에는 없던 것이다. 베토벤이 죽고 3년 뒤인 1830년, 시인 렐슈타프(1799-1860)가 이 곡의 1악장을 가리켜 “스위스 루체른 호수의 달빛에 흔들리는 작은 배와 같다.”는 평을 남겼고, 그 후로 이 곡은 <월광>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 곡은 출판 당시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으나, 베토벤은 이 곡의 인기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E♭장조의 자필악보는 소실되었으나 C#단조의 자필악보는 본의 베토벤 하우스에 보존되어 있다. Op.27의 두 곡은 1802년 3월 빈의 카피(Cappi) 사에서 출판했다.

곡을 헌정받은 줄리에타 귀차르디(1784-1856)는 한 때 베토벤에게 피아노를 배웠던 소녀로, 한 때 그녀가 ‘불멸의 연인’이 아니느냐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으나 신빙성이 적어 잦아들었다. 하지만 베토벤이 그녀에게 호의를 보였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베겔러에게 보낸 1801년 11월 16일자 편지에서는 “이러한 심경의 변화는 매력 넘치는 한 여인 때문입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며, 나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2년 만에 행복한 순간이 찾아온 것입니다. 결혼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서로 신분이 다릅니다.”라고 쓰고 있다. 편지 뒷부분의 씁쓸한 구절처럼 그녀는 1803년 11월 갈렌베르크(Wenzel Robert Gallenberg, 1783~1839) 백작과 결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로 가버린다. 베토벤은 론도 Op.51의 두 번째 곡을 그녀에게 헌정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리히노프스키 공작부인에게 헌정했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베토벤은 1823년 당시 케른트너토어 극장의 악보관리 책임을 맡고 있던 갈렌베르크로부터 《피델리오》 악보를 빌리려고 제자인 쉰틀러를 보냈으나 빌릴 수 없었다고 한다. 이것으로 미루어보아 두 사람 사이에 썸씽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베토벤이 한 때 피아노를 가르쳤던 소녀에게 자신의 곡을 헌정할 리는 없었을 테니.

이 곡과 외면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 키워드는 귀차르디라는 여인의 존재지만, 모든 작곡가가 가지고 있는 새로운 악기에 대한 동경은 이 곡을 이해할 수 있는 또다른 키워드다. 1801년, 당시 10살이던 체르니가 베토벤의 제자가 되기 위해 그를 찾아갔을 때, 베토벤의 방에는 당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발터제의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베토벤은 이 피아노에 만족하지 않고 발터제의 피아노 제작소에 ‘30다가트를 지불할 것이니 용제는 마호가니와 우나코다(지금의 약음페달) 장치를 구비해야 한다.’ 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도 동시대의 다른 작곡가들 못지않게 악기의 개량과 성능의 향상에 목말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새로운 피아노는 Op.27의 소나타를 작곡하는 데 자양분이 되었다. 당시 음악적 유행의 최전선을 달리던 패기 넘치는 젊은 작곡가에게 새로운 음악적 매체에 대한 관심은 금전적 가치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었다.

이 피아노 소나타의 연주가별 템포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악장

음표

체르니

모셀레스

뷜로

슈나벨

1845

1850

1악장

4분음표

54

60

60

52

63

2악장

점 2분음표

76

80

76

56

63

3악장

2분음표

80

92

92

88

88

일단 모든 연주가들이 1악장의 템포를 작곡가의 메트로놈 템포보다 두 배 정도 느리게 지정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체르니의 템포는 1845년에 비해 1850년의 템포가 모두 조금 더 빨라졌다. 뷜로는 1악장과 2악장의 템포를 다른 이들에 비해 조금 느리게 잡았다. 가장 현대적인 템포를 보여주는 슈나벨은 1악장이 가장 빠르며 3악장에서는 중간 정도를 유지한다.)

(사견이지만, 이 소나타 전체를 3부로 이루어진 하나의 환상곡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소나타 전체를 아타카로 계속 연주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1악장 셋잇단음표의 하나인 8분음표가 2악장의 4분음표에 해당하며, 2악장 한 마디의 길이가 종악장의 2분음표에 해당한다는 사실도 곡을 하나로 결합할 수 있는 동기가 될 수 있다.)

 

1악장 (1.Adagio sostenuto 2/2) (C# minor)

(베토벤은 환상곡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소나타 형식 위에 서 있는 첫 악장에 섬세한 지시 사항을 덧붙이고 있다. ‘Delicatissimamente(되도록 섬세하게)’라는 지시사항이 들어 있으며, ‘Senza sordini(금관악기라면 이 지시사항은 ‘약주’가 되겠지만, 포르테피아노에서 이 지시사항은 ‘오른쪽 페달(댐퍼)로 음향을 살리시오’가 된다)‘라는 지시를 두 번이나 넣어 강조하고 있다. 잠시 여기서 설명을 멈추고 그 당시 피아노의 개량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당시 대부분의 피아노에는 페달이 없었고, 대신 무릎으로 밀어 올리는 ’크니헤 벨‘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때에 이르러 발로 밟는 페달이 등장한다. 베토벤의 지시사항은 악기의 개량에 발맞추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베이스의 화음, 중성의 셋잇단음, 상성의 멜로디로 이루어진 단순한 음형에 구성은 매우 간명하고 간결하며, 렐슈타프의 감상적인 제목 붙이기가 떠오를 정도로 달빛이 비치는 호수의 정경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1주제와 2주제 모두 마디의 마지막 셋잇단음표에서 제시되는 것이 특징이며, 주제에 점리듬을 붙여 셋잇단음표 반주 및 베이스의 단화음과 구분한다. 1주제는 G#음에서 점음표가 붙어 나타난다. 10마디에서는 반음 높아져 다시 나타난다. 코데타를 포함하고 있는 2주제는 불안정한 B장조 화음이며, 21마디의 나폴리 화음을 거쳐 22마디에서 F#단조의 딸림음인 C#음으로 떨어져 F#단조 화음으로 마친다. 그와 동시에 발전부는 원조로 돌아간다. 주제는 5도 위로 높아졌을 뿐 같은 형태로 등장한다. 발전부에서도 곡을 이끄는 동력원이자 중요한 동기인 셋잇단음인 점점 원래 형태에서 벗어나 고음역으로 올라가면서 불안한 감정을 극대화한다. 발전부 35마디부터 37마디에 걸쳐 딸림음의 오르겔풍크트(G#)가 있는데, 이것이 상성부가 화음권 내에서 움직이게 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43마디부터 재현부로 들어가면 1주제가 51마디까지 선보인 후 C#장조로 2주제 끝부분이 확대되어 60마디까지 재현한다. 참고로 재현부에서는 2주제로 C#단조로 재현한다. 61마디부터 69마디까지는 코다. 코다에는 두 번의 크레셴도/데크레셴도 지시가 있는데, 62-63마디는 오른손 셋잇단음 리듬에 맞추어, 64-65마디에서는 왼손 주제 리듬에 맞추어 들어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속도 지시는 2분음표에 52~56박이지만 지시사항을 지키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며, 너무 느리게 치지 말아야 한다.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악장임에도 신비함이 감돌며 어찌 보면 순환동기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을 포함해 베토벤이 작곡한 가장 독창적인 악장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2악장 (2.Allegretto 3/4 - Trio 3/4) (D♭ major)

(3부 형식. 미뉴엣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케르초도 아닌 이 소박한 춤곡 악장을 두고 리스트는 “두 개의 늪 사이에 핀 한 떨기 꽃”이라는 평을 남겼다. 중심 조성인 C#의 이명동음인 D♭장조를 조성으로 취하고 있으며(C#/E/G#과 D♭/F/A♭의 차이), 미뉴엣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소박하다. 사실 춤곡이라고 규정짓기에는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운 느낌이며, 애매하기도 하다. 1부는 레가토와 스타카토가 호응하는 주제로 시작하며, 이것이 변주되어 나타난다. 첫 부분 왼손의 하행하는 리듬은 4마디까지 계속 등장하는데, 이미 1악장에서 선보였던 리듬이다. 이 리듬은 9마디부터 달라진 형태로 나타난다. 주제와 같은 리듬을 지닌 평탄한 중간악절을 사이에 두고 주제를 재현하며, 이어 작은 연결구가 나온다. 다시 중간악절을 반복한 후 트리오로 들어간다. 트리오 또한 D♭장조, 2도와 6도 위주의 움직임을 보인다. 오른손의 동적인 움직임에 비해 왼손은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이 트리오에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트리오에 sf의 당김음이 자주 등장하는데 너무 강조하면 좋지 않다. 간결하게 짜여져 있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이 악장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으며, 이 악장을 지나치게 해석하는 것은 마르크스(Berhard Marx)가 이 악장에 억지로 같다 붙이려 한 <이별의 노래>, “오—잊을 건가 나를! 잘 가오 부디” 풍의 해석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3악장 (3.Presto agitato 4/4) (C# minor)

(200마디) (네 파트 모두 1주제와 2주제가 교대로 나타나는 소나타 형식의 악장. 코다가 상당히 커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후 베토벤의 소나타 형식은 코다를 매우 웅장하게 강조하며 제 2의 전개부라 불릴 만큼 충실한 것이 특징이다. 1주제는 p로 시작해 격렬하게 상승하며 sf로 끝을 맺는다. 처음 2마디에서 3회씩 동기를 되풀이한 뒤 이것을 압축하여 2회 반복하는 보기 드문 기교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9마디부터 저음 G와 위 2 점 G음이 외성에서 머무르게 하고 내성의 두 성부가 약간 선율적이며 음계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진행하다 14마디에서 딸림음은 G#음으로 페르마타를 동반하며 일단 정지한다. 이 구절은 삽입구 역할로 다시 6마디 동안 나타나고 2주제가 딸림조인 G#단조로 애수를 띤 조용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이 흐른다. 비선율적인 1주제가 지배하는 3악장 안에서 이처럼 어둡고 빠르게 나아가는 2주제는 훌륭한 효과를 발휘한다. 오른손의 아르페지오와는 달리 왼손은 순차적으로 되어 있으며, 주제 선율을 옥타브화한 변주가 등장, 주제의 성격을 강화한다. 33마디부터 경과부를 10마디 거치면 부주제가 등장한다. 여기서 왼손 최저성부에서 등장하는 4개의 음(E, G#, B, Fx)은 1악장부터 계속 등장했던 음이다. 이 부분에서 장조의 나폴리 6화음(A#)이나 딸림 7음을 많이 쓴 것은 장3도를 느끼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조성이 흔들리고 불안한 느낌을 던져주기 때문에 극적인 표현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43마디부터 16분음표의 움직임은 끝나고 8분음표의 스타카토 화음으로 22마디 동안 부주제를 연주한다.

65마디부터는 발전부. 1주제의 소재로 전개가 도돌이표 다음부터 6마디에 걸쳐 원형이 C#장조로 등장하지만 3~4마디로 조바꿈하며 경과부 부분은 생략한다. 곧바로 2주제부가 F#단조로 조바꿈해 71마디부터 상성에 등장하고 저음부로 내려가 101마디까지 취급하며 음량을 줄이고(pp) 종결을 꾀하는 것처럼 들린다. 발전부의 길이는 그다지 길지 않고 복잡하지도 않으며 끝에 침착한 두 개의 온음표가 재현부를 유도한다.

재현부는 제시부의 충실한 재현에 주력하는데, 1주제는 갑자기 fp로 나타나는 것만 빼면 제시부와 같다. 이 주제를 끝부분 6마디만 생략하고 삽입구 없이 2주제 재현으로 넘어간다. 2주제는 C#단조로 재현한다. 원형 그대로 158마디까지 이어진다.

코다는 1주제로 시작하여 격한 환상을 품은 감7화음의 아르페지오가 163마디부터 등장, 166마디에서 일단락을 짓고 2주제가 164마디부터 시작하며, 카덴차풍의 자유로운 패시지가 177마디에서 선보이며 순차적으로 종결의 기분을 고조시킨 다음 베토벤의 소나타에서 자주 보이는 낮은 겹 F#음과 G#음을 186마디에서 옥타브로 각기 한 마디씩 Adagio의 템포로 연장한다. 그 뒤에는 1주제의 결미인 부주제를 사용한 악절이 등장하다 190마디부터 하행 분산화음으로 반복하면서 p에서 f, f에서 ff로 끝에 가서는 두 개의 화음을 격렬한 감정으로 두드리며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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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협주곡 2번 (Piano Concerto No.2 in G major, Sz.95)

작곡 시기 : 1930년 착수, 1931년 10월 완성

악기 편성 : 독주 피아노, 피콜로(플루트로 대체 가능),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B flat) 2, 파곳 2, 콘트라파곳(파곳으로 대체 가능),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작은북, 트라이앵글, 큰북, 심벌즈, 현악 5부

(비단 연도만이 아니라, 양식적으로도 협주곡 2번은 1번과 3번 사이에 놓인다. 선적인 대위법이 주조를 이루는, 거칠고 강렬하고 날카로운 1번과, 부드럽고 평온하며 신고전주의 양식 속에서 버르토크의 후기 서법을 드러내는 마지막 3번 협주곡 사이에 위치한 2번은 바흐적인 요소, 신고전주의적인 요소, 그리고 버르토크 자신의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현악 4중주 4번이 그렇듯 이 곡 또한 바깥쪽의 두 악장이 서로 연결되며, 아다지오 악장의 양쪽 아다지오가 서로 연결되고, 중간의 프레스토 부분이 아치형 구조의 맨 위에 놓인다. 곡은 활력으로 넘쳐나고, 풍요로운 변화를 수반하며, 무엇보다 피아니스트 출신인 버르토크의 뛰어난 기교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1악장 (1.Allegro 3/4) (G major)

(소나타 형식. 독주 피아노는 불과 20마디를 제외하고는 아주 바쁘게 움직이지만, 현악기군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주로 나타나는 것은 피아노의 다양한 기교와 화음, 금관의 코랄, 그리고 타악기의 갖가지 울림이다. 주요 모티브 6개 중 3개(이것을 모티브 a, b, c라 하겠다)가 첫 5마디 안에 이미 등장할 정도로 주제적 경제성이 대단하다. 상당히 밀도가 높다고 할 수 있는데, 첫 32마디는 이 세 개의 모티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상당한 규모의 경과부(중간부?)에서는 새로 두 개의 모티브가 생겨나며, 진정한 2주제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모티브(모티브 d다)는 5도 코드로 조용히 등장한다(이 직전에 1주제 단편들이 하행 5도 음정의 모방 기법으로 이곳저곳에 등장, 선율적 흐름의 처리를 거친다). 왼손과 오른손이 반대 방향으로 아르페지오를 넣는 이 주제는 복잡다단한 이 악장에서 몇 안 되는 쉼표와도 같다. 발전부는 완전히 폴리포니로 움직이며, 여기서 피아노의 다양한 기교가 쓰인다. 첫 모티브가 도치되면서 곡은 재현부로 넘어간다. 재현부에서 모티브는 순서대로 등장하지만 모두 도치형으로 나타난다(버르톡이 모티브를 수학적 측면에서 심사숙고했다는 얘기가 된다). 카덴차로 향하는 경과구는 또 모티브 a의 역행도치형이 쓰인다. 굉장히 부산스럽고 바쁜 악장이며, 작곡가의 대위법적 기교가 두드러지고, 피아노와 금관에게 높은 기교를 요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2악장 (2.Adagio - Presto - Adagio) (C chord)

(2악장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일변하여 현악기군이 모호한 느낌의 병행 5도 음정으로 이루어진 코랄을 연주한다. 현악기는 약음기를 끼고 논 비브라토로 일관해 안개가 끼인 듯한 인상을 주며, 이런 상황 속에서 피아노가 조용하게 5도 코드를 연주하며 마치 즉흥연주라도 되는 양 다양하게 발전해나간다. 각종 타악기가 피아노 근처를 맴돌듯 반주를 해주는데, 이는 베토벤 <황제> 협주곡의 피아노/팀파니 듀오를 생각했을 때 격세지감이라 생각될 만큼 장족의 발전이다. 피아노가 물러서고 다시 현악기군이 5도의 코랄을 연주할 때, 팀파니가 서서히 트레몰로의 음량을 늘려나가면 그 때 피아노가 갑자기 끼어들어 클러스터 트릴을 연주하면서 200마디가 넘는 프레스토 부분의 스타트를 끊는다. 피아노의 클러스터는 한 옥타브 안의 거의 모든 음을 망라하며, 곧 스케일, 트레몰로 등의 기법을 활용하면서 거의 쉬지 않고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이런 피아노를 목관, 금관, 그리고 현악기군이 따라붙으며 사실상 전음계적인 요소를 보여주는데, 이는 버르토크가 만든 밤의 음악 중 가장 시대를 앞서나간 부분이다. 다시 돌아온 아다지오는 1부에 비해 약간 축소된 형태를 취한다. 피아노는 여전히 드럼을 위시한 타악기들에 의해 반주되며, 반복될 때는 도치형을 쓴다. E장조 스케일이 나오는 가 싶더니 본래 코드인 C단조로 마친다.)

3악장 (3.Allegro molto) (G major)

(세 개 악장 중 가장 타악기적 성격을 취하는 마지막 악장은 7부의 론도 형식이며, 1악장의 모티브들을 활용하고 있어 버르토크 특유의 아치형 구조를 보여준다. 도해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 도입부 - A(새로운 주제) - B(모티브 b와 a) - A - C(모티브 c와 a) - A - D(모티브 d) - 코다 : 주요부 뿐 아니라 경과구와 코다 또한 1악장 자료들에 기초한다. 팀파니의 타격이 각 파트의 등장을 선명하게 구분시켜 주며, 또 각 파트의 구분 또한 1악장에 비해 훨씬 용이하다. 헐시 스티븐스의 해설에 따르자면, 경과적 부분인 195마디와 206마디 사이에서 새로운 모티브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사실 경과적 모티브의 도치와 모티브 a의 도치역행에서 파생한 것이다. 단순한 모티브의 도치역행이 새롭게 탄생한, 중요한 주제라도 되는 양 스트레토 기법으로 처리되는데, 상당히 참신한 시도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청자에게 이 곡은 작곡가의 현악 4중주에 비해 상당히 쉽게 들린다. 전 악장에 걸쳐 반음계보다는 전음계적 모드가 우세하며, 양쪽 끝 악장은 명백히 G장조라는 조성을 취하고 있고, 중간 악장 또한 약간의 방해를 받기는 하지만 기본음인 C를 흐리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헐시 스티븐스. <버르토크의 생애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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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쿠엔차> (Sequenza)

(50년대 아방가르드 작곡가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성채를 쌓아올리기에 바빴다. 변화하는 추세를 받아들이기에도 벅찬 대중들은 그들의 시야에 존재하지 않았다(결국 대중들은 그들에게서 등을 돌려 완전히 다른 음악을 선택한다). 베리오는 이러한 50년대 아방가르드 흐름에 불만을 가졌다. 그는 비록 ‘비웃음을 당할지언정’ 연주자들이 연주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련의 작품집 작곡에 착수했다. 일견 그의 작품집은 힌데미트의 작품목록과 비슷하지만, 그의 곡에서는 힌데미트와는 달리 애정이 느껴진다. 작곡가는 주문 받은 작품을 불만 없이 써야 한다고 믿었던 힌데미트가 콘트라베이스 소나타나 튜바 소나타에서 애정을 담았다고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베리오의 <세쿠엔차>는 악기에 진심어린 애정을 담아 연주하는 연주가들을 위한 경의라고 할 수 있다. 작곡은 1958년 플루트로 시작해 2002년 첼로를 위한 14번째 곡으로 끝날 때까지 무려 44년간 계속되었다. 여성의 목소리, 피아노, 트롬본, 비올라, 오보에, 바이올린, 클라리넷, 하프, 트럼펫, 기타, 바순, 아코디언, 알토 색소폰이 그 사이에 들어가 있다.

작곡가의 말에 의하면 <Sequenza>란 ‘Sequence of harmonic field'의 준말이라고 한다. ’화성적 형태의 순열‘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작곡가는 독주 악기를 위해 개발한 20세기의 거의 모든 기교를 쏟아 붓고 있다.)

 

세쿠엔차 1번 (플루트) (Sequenza No.1 for Solo Flute)

작곡 시기 : 1958년 완성

헌정자 : 세베리노 가첼로니

(플러터 텅잉을 비롯한 고도의 기교를 자유롭게 구사해야 하는 세쿠엔차 1번. 하행 12음 선율로 시작한다. 정해진 템포는 없으며, 연주자는 시간에 맞추어 악절을 집어넣기만 하면 된다. 음의 밀도가 떨어지는 트릴이나 트레몰로는 고저 없이 평온한 바다를, 강세와 억양, 음가에 의해 두드러지는 부분은 바다 사이에서 솟아오르는 섬을 떠올리게 한다.)

 

세쿠엔차 2번 (하프) (Sequenza No.2 for Harp)

작곡 시기 : 1963년 완성

헌정자 : 프랑수아 피에르

(프랑스 인상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애정을 드러내는 하프를 위한 세쿠엔차. 숲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상쾌하고 시원한 곡이다. 작곡가는 하프의 전통적인 주법을 확장하는 데 공을 들인다. 일반적인 글리산도나 아르페지오, 화음형 뿐 아니라 강한 스냅 피치카토와 기타를 생각나게 하는 피치카토를 사용하고, 일부러 거친 소리를 내기도 하며, 페달을 적극 활용하기도 하면서 하프에서 예상하기 힘든 강하고 단단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세쿠엔차 5번 (트롬본) (Sequenza No.5 for Solo Trombone)

작곡 시기 : 1965년 완성

헌정자 : 스튜어트 댐스터

(베리오는 다섯 번째로 완성한 이 곡을 전설적인 어릿광대이며 음악가였던 그록(Grock, 1880-1959. 본명은 샤를 아드리앵 베타시Charles Adrien Wettach)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만들었다. 트롬본으로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다 시험해 보는, 어떤 의미에서는 트롬본을 위한 전설적인 곡이다. 곡은 우스꽝스러운 소리로 시작하며 유쾌하지만 진실된 어릿광대의 모습을 묘사한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7번 주요 주제가 트롬본을 위한 가장 순수한 주제라면, 이 곡은 트롬본의 기교에 경의를 표하는 대표적인 곡이라 할 수 있다. 14곡의 세쿠엔차 중 가장 해학적인 곡.)

 

세쿠엔차 6번 (비올라) (Sequenza No.6 for Solo Viola)

작곡 시기 : 1967년 완성

(독주 비올라를 위해 만든 세쿠엔차 6번은 길이도 길고 기교도 손꼽힐 정도로 어렵다. 그는 이 곡에서 위대한 현악기 연주자의 기교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다. 바로 니콜로 파가니니다. 그에 걸맞게 활대로 브릿지 치기, 글리산도, 아르코와 피치카토의 재빠른 전환 등등 별의별 기교가 다 등장한다.)

 

세쿠엔차 7번 (오보에) (Sequenza No.7 for Solo Oboe)

작곡 시기 : 1969년 완성

헌정자 : 하인츠 홀리거

(이 곡에서는 완전 5도가 자주 등장한다. 작곡가는 오보에의 가장 큰 특징인 정확한 음정에 경탄하면서, 동시에 곡에서 조성적인 특질을 드러낸다(자주 등장하는 B음이 이 곡에 조성적인 성격을 부여한다). 또한 베리오는 오보에라는 악기를 통해 오보에족의 악기인 잉글리시 호른을 절묘하게 사용한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것 같다(바그너는 <트리스탄>의 3막 전주곡에서 잉글리시 호른을 위한 기막힌 패시지를 만든 바 있다).)

 

세쿠엔차 8번 (바이올린) (Sequenza No.8 for Solo Violin)

작곡 시기 : 1976년 완성

헌정자 : 카를로 치아라파

(베리오는 이 현악기를 통해 바흐의 D단조 파르티타, 유명한 샤콘느를 떠올리고 있다. 바이올린은 A음과 B음을 연속적으로 연주하며, 중음주법을 비롯한 현란한 기교를 동원하며 여기에 음을 채워 넣는다. 과거의 기교와 현재의 기교, 그리고 미래의 기교가 이 곡에서 뒤섞인다.)

 

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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