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협주곡 (Piano Concerto, Op.42)

작곡 시기 : 1942년 6월 5일 착수, 12월 30일 완성.

초연 : 1944년 2월 6일, 뉴욕 NBC 스튜디오에서 에두아르트 스토이엘만의 피아노, 스토코프스키 지휘로 NBC 교향악단에 의해 이루어짐.

헌정자 : 헨리 클레이 슈라이버

출판 : 1943년경. 1944년(2대의 피아노판).

악기 편성 : 독주 피아노, 플루트 2(피콜로와 겸함), 오보에 2, 클라리넷 2, 파곳 2, 호른 4, 트럼펫 2,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종, 공, 심벌즈, 실로폰, 큰북, 작은북, 현악 5부

(1933년에 쇤베르크는 히틀러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는 유럽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여기서 처음으로 협주곡이라는 형식에 손을 댄다. 하나는 1936년에 완성한 《바이올린 협주곡》 Op.36이며, 나머지 하나가 바로 1942년에 완성한 이 《피아노 협주곡》이다. 그가 협주곡이라는 이름을 붙인 작품은 이 두 곡뿐이다. 도미 직전인 1933년에 몬(G. M. Monn, 1717~1750)의 클라브생 협주곡에 의한 《첼로 협주곡》과 헨델의 《콘체르토 그로소》 Op.6-7을 기본으로 한 《현악 4중주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이라는 두 개의 편곡 작품을 썼고, 또 1912년에는 역시 몬의 《첼로 협주곡》과 《쳄발로 협주곡》을 편곡한 것이 있으나, 이것은 나중에 몬의 작품을 다룬 것과 연결 지어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도미 후의 두 작품을 위해 미리 시도해 본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한 1942년에는 Op.41의 바이런의 시에 의한 《나폴레옹 송가》(낭독, 현악 4중주 및 피아노)와 일종의 교과서인 『작곡 초보자를 위한 범례』도 만들었다. 1938년의 《콜 니드라이》 Op.39, 1939년의 《실내 교향곡 제2번》 Op.38b이라는, 조성적인 색채를 가미해서 작품을 만든 쇤베르크가 이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다시 순수한 12음의 기교를 쓰고 있는 것은 조금 색다르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작은 대곡에서는 브람스, 특히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 1번 Op.25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쇤베르크는 1938년에 브람스의 곡을 관현악곡으로 편곡했는데, 이 때 이 협주곡의 아이디어를 품었을지도 모른다.

쇤베르크가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한 이유 중에는 “12음 기법은 감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지성을 이용해 작곡한 음악”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을 제기할 목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 “Heart and Brain in Music(음악에서의 지성과 감성)”에서 “예술에서의 고귀한 가치를 가지는 모든 것은 감성(Heart)과 지성(Brain)을 모두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예시로 바이올린 협주곡 Op.36의 2악장 주제와 피아노 협주곡 Op.42의 개시 주제를 들었다.

곡에는 작곡가가 직접 쓴 짧은 소네트가 붙었다. ‘삶은 원래 즐거웠다(Life was so easy). 갑자기 거기에 증오가 생겨났다(Suddenly hatred broke out). 결국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했다(A grave situation was created). 그러나 삶은 계속된다(But life goes on).’ 부드럽지만 잠언적인 느낌을 주는 이 협주곡을 정확하게 압축하는 소네트라고 할 수 있다.

출판은 뉴욕, 셔머 출판사. 헨리 클레이 슈라이버(Herny Clay Shriver)에게 헌정했다.)

(총 492마디이며 단악장으로 되어 있는 이 곡은, 내용상 4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져 기-승-전-결의 구조가 뚜렷하다. 1부의 평온한 분위기는 2부의 날카로움과 3부의 어두운 분위기로 깨지며 긴장감이 커지지만, 마지막 4부는 그 긴장감을 해소하면서 곡을 끝맺는다.

1부 개시에서 피아노는 전곡의 기초를 이루는 12음 음렬을 제시한다(1).

(1) : (O.) E♭ / B♭ / D / F / E / C / F# / A♭ / D♭ / A / B / G

(R.) E♭ / A♭ / F♭ / D♭ / D / G♭ / C / B♭ / F / A / G / B

O는 원형, R은 반행형反行形인데, 반행형을 완전 5도 내렸을 경우 그 전반 6개음(A♭-D♭-A(B♭♭)-G♭-G-B(C♭))을 원형의 전반 6음(E♭-B♭-D-F-E-C)과 결합하여 완전한 12음을 포함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만년의 쇤베르크는 이 작법을 매우 애용했다. 또한 이 음렬을 3음씩, 또 4음씩으로 나누면 밑에 보이는 (2)와 (3)의 화음이 되는데, 이것들은 전곡의 주요한 화성적 요소로 쓰인다.

(2) : (O.) E♭-B♭-D / F-C-E / A♭-D♭-G♭ / G-B-A // (R.) F♭-A♭-E♭ / D-F#-C# / C-F-B♭ / G-B-A

(3) : (O.) D-F-B♭-E♭ / F#-A♭-C-E / A-C#-G-B // (R.) E♭-A♭-D♭-F♭ / D-F#-A#-C / G-B-F-A

1부 (1.Andante 3/8 - )

(1마디에서 175마디까지. 쇤베르크의 제자인 로베르트 게르하르드가 “괴테와도 같은 평온”으로 가득하다고 언급한 안단테 파트. 독주 피아노가 원형 음렬을 제시하면서 시작하며, 이어 완전5도 내린 반행형의 역행, 이어 원형의 역행, 마지막에 완전5도 내린 반행형의 순행형順行形이 차례로 나타난다. 이 네 가지 악구를 39마디에 걸쳐 제시한다. 여기까지 독주 피아노는 간단한 관현악의 반주와 동행한다.

이어 짤막한 간주가 있은 다음, 제46마디에서 제85마디까지 관현악이 같은 악구(사용하는 음렬은 다르다)로 주제를 확보한다. 이후 독주 피아노가 새로운 리듬을 보이는데, 이것을 도입 악구로 삼아 한 동안 발전부에 가까운 형식이 이어진다.

제134마디부터는 재현부로 생각할 수 있으며, 처음 악구는 단축된 형태로 복잡한 장식 음형을 달고 나타난다. 악상은 점점 2부에 근접해간다. 제160마디에서 포코 피우 모소와 아 템포를 거쳐 제165마디에서 다시 피우 모소가 되는데, 여기서부터 코다로 1마디의 라르고 후에 제2부로 들어간다.)

2부 (2.Molto allegro 2/2 - )

(간주곡 풍의 두 번째 파트는 시간적으로 협주곡 전체를 통틀어 가장 짧다(길이는 176마디부터 263마디까지 총 88마디). 그러나 이 파트의 음악은 협주곡에서 가장 강력한 음악이다. 주요 동기는 1부의 기본 동기에서 유래하며, 제1부의 코다에서 쓰인 재료로 시작하여 여러 가지 재료를 다채롭게 사용하고 있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단순한 4도가 유력해지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완전4도 12개를 사용하는 프레이즈가 나타난다. 1부와는 반대로 전체적으로 강력하고 날카로운 인상을 주고 있다.)

3부 (3.Adagio 4/4 - )

(아다지오. 264마디에서 329마디까지 총 66마디. 소나타로 말하면 느린 악장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크게 2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에는 관현악만으로 주요 음형을 연주한다. 이것은 2성이 한 짝을 이루어 음렬을 만들고 있고, 2개의 음렬을 연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을 피아노로 변형하여 연주한 후, 제286마디부터 피아노 독주로 제2의 음형을 제시한다. 이 두 개의 음형은 간주를 거친 후, 이번에는 양쪽 모두 관현악에서 나온다. 전체적으로 우울한 느낌이 강한 부분이다.)

4부 (4.Giocoso(Moderato) 2/2)

(330마디에서 492마디까지 총 163마디. 론도풍으로 만들어져 있다.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양 손의 트레몰로에 이어 아르페지오가 나타나고, 그 다음에 피아노가 주요 음형을 제시하면서 악장을 시작한다. 제2의 주요 음형은 제349마디의 피우 모소로 점음표를 가진 것이다. 제371마디부터 피아노가 제2의 주요 음형을 연주하는 동안 관현악에서는 제1의 주요 음형이 되돌아온다. 후반부에서는 제3부와 제1부의 음형이 회상되어 대위적인 장식을 통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제468마디부터는 스트레타라고 적혀 있는 악장 종결부로 들어간다. 이 부분의 구성은 비교적 간단하며, 고전적이라고 해도 좋을 수법을 쓴다. 복잡한 형식을 써서 창출한 긴장감을 해소하면서 곡을 종결로 이끄는 셈이다. 참고로 마지막 화음에 쇤베르크는 페르마타 지시를 넣지 않았다.)

 

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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