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악장 <지금 주 안에서 죽는 이들은> (7.Selig sind die Toten. Feierlich 4/4)

(텍스트 : 요한묵시록 13장 14절)

Selig sind die Toten

Selig sind die Toten, die in dem Herren sterben, von nun an, Ja, der Geist spricht, daß sie ruhen von ihrer Arbeit, denn ihre Werke folgen ihnen nach.

(Offenbarung Johannes xiv. 13)

지금 주 안에서 죽는 이들은

나는 또 “이제부터 주님 안에서 죽는 이들은 행복하다.‘고 기록하여라.” 하고 하늘에서 울려오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자 성령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 그들은 수고를 마치고 안식을 누릴 것이다. 그들이 한 일이 그들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요한묵시록 14장 13절)

다른 악장들, 즉 2악장과 6악장, 3악장과 5악장이 아치형으로 짝을 이루는 것처럼, 마지막 7악장 또한 첫 1악장과 대칭을 이루고 있다. 가장 좋은 예로 1악장과 7악장은 모두 ‘Selig(복된)’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시작한다는 사실을 들 수 있겠다. 다만 '애통함'에 대해 다루고 있는 1악장과는 달리, 7악장의 기본 주제는 '안식'이다. 브람스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가는 이 곡을 통해 슬픔의 끝에는 안식이 있다는, 보편적이면서도 거대한 위로를 주고자 했다. 

이제 죽음의 공포는 F장조 상행 8분음표의 흐름에 휩쓸려가고, 영원한 안식에 대한 갈구만이 남는다. 따뜻함과 자애로움으로 가득한 첫 선율 F-D-C는 1악장의 상행 선율 F-A-B♭과는 정 반대 방향으로 내려간다. 하나님의 축복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는 것을 선율로 표현하는 것이다. 소프라노가 선율을 마치면 베이스가 C-A-G의 하행 선율로 응답한다. 관현악의 반주 안에서 사람들은 푸가로 노래한다.

48마디부터는 A장조의 중간부가 이어진다. 첫 부분보다는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합창단이 “그렇다. 그들은 수고를 마치고 안식을 누릴 것이다”라고 부른다. 63마디부터 조성은 E장조로 변화하고, 그 조성에 따라 “그들이 한 일이 그들을 따라가기 때문이다”라는 가사가 나온다. 성악이 노래를 부르면 플루트와 오보에는 이 선율을 그대로 모방한다. 이 두 악구는 마치 다리처럼 이어진다. 앞의 수고(Arbeit)와 뒤의 안식(Ruhe)을 잇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수고함의 끝에는 안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처럼.

A장조의 중간부가 F장조의 주부로 돌아가는 부분. 그 전조 부분은 정말 황홀하리만치 아름답다. 가사는 테너 파트가 먼저 부르지만, 첫 부분과는 달리 한 파트의 낭창이 끝나면 모든 파트가 같이 노래를 부른다. 더 이상 어느 누구도 홀로 있지 않게 되는 셈이다. 158마디에 이르러 조성은 확고한 F장조의 으뜸화음에 안착하고, 하프의 아르페지오가 그들을 맞이한다. 하프는 1악장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등장한 적이 있다. 브람스는 하프를 자주 사용한 작곡가는 아니지만, 하프의 특성을 잘 알고 이 악기가 얼마나 대단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프는 VI-V-I-IV로 화음형을 연주한 후 아르페지오로 천천히 마지막 음계들을 수놓는다.

브람스는 1악장과 7악장의 대칭 구조를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게 꿰어 맞추고 있다. 1악장 154마디-158마디의 “getröstet werden(위로를 받다)”와 7악장 162마디에서 165마디 “selig(복된)”은 동일한 선율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이 두 부분은 소프라노와 알토 파트가 선창하고 테너와 베이스 파트가 따라오는 순서마저 똑같다. 브람스는 음악적 표현 뿐 아니라 선율에 있어서도 곡이 대칭을 이루도록 한 것이다. 즉, 주에게 위로를 받는 것은 복되다(Es soll getröstet werden, ist selig)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음악적 장치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두 부분은 모두 긴 지속음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지속음 끝에는 페르마타가 있다. 브람스는 위로가 영원할 것이라는 소망을 음표를 통해 넌지시 암시한다.

 

참고문헌

김신정.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에 나타난 대칭적 구조에 관한 연구 : 1악장과 7악장을 중심으로>,

장로회신학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 2010.

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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