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나타 15번 <전원> (Piano Sonata No.15 in D major, Op.28 "Pastorale")

작곡 시기 : 1801년 완성

출판 : 1802년

헌정자 : 요제프 폰 존넨펠츠

(이 소나타는 소나타 Op.27과 함께 1801년에 작곡했다. 이 작곡 연도는 베토벤 자필악보에 분명하게 적혀 있지만 언제부터 구상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베토벤은 Op.26에서 27까지의 세 곡의 소나타에서 매우 새롭고 대담한 시도를 한다. 즉, Op.27-2에서는 격렬한 감정을 폭발시키지만, 이 소나타에서 그런 적극적이고 투쟁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으며,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모두 온화하다. 강한 주관성의 세계와 평화롭고 조용한 객관적인 세계를 대립시켜 색다른 작품들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은 베토벤 창작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일반인들이 베토벤에 대해 흔히 가지는 오해가 ‘베토벤은 단조의 작곡가’라는 것인데, 베토벤의 곡을 조금이라도 살펴보기만 한다면 그것이 터무니없는 오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중 단조를 중심조성으로 채택한 곡이 불과 9곡이라는 사실만 보아도 그렇다. 즐겁고 경쾌한 데서 그치지 않고 감정의 고양을 불러일으켜 <전원>이라는 표제가 붙은 이 곡 또한 장조 조성을 택하고 있다.

<전원>이라는 표제는 함부르크의 출판업자 아우그스트 크란츠(August Cranz, 1789-1870)가 1838년에 붙인 것이다(당시에는 전원풍의 음악이 유행을 탔다). 당시 존경받던 빈 음악계의 원로 요제프 폰 존넨펠츠(Joseph von Sonnenfels, 1733~1817)에게 헌정했는데, 베토벤과 그가 어떤 관계였는지 상세히 알려주는 문헌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존넨펠츠는 드물게 성실하고 인격이 온후한 음악 후원자로, 만년에 미술학교 교장을 지냈으며, 극작가로서 계몽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베토벤은 그의 도움으로 적절한 출판사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하지만 다른 헌정자들과는 달리 큰 도움은 받지 않았다. 어쩌면 그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받은 것에 감사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의 인격 자체를 헌정의 이유로 삼은 것일 수도 있다.)

 

1악장 (1.Allegro 3/4) (D major)

(총 461마디. 발걸음처럼 이어지는 베이스의 D음은 우리를 자연스레 전원으로 인도한다. 이 D음 위에서 따스한 1주제가 나온다. 주제는 옥타브 위에서 되풀이되고, 40마디부터 음의 세기가 약간 기복이 있는 상승 악구가 나온 후, 이것도 역시 되풀이된다. 여기서 39마디에 걸쳐 D음이 오르겔풍크트로 등장한다. 그리고 느긋하게 흐르듯 경과부로 들어간다(63마디부터). 도중에(77마디) pp의 새로운 경과구적 악상이 나타나고 90마디 후반부터 A장조로 제2주제가 평화롭게 나타난다. 화려한 패시지와 제2주제의 전개가 교대로 등장한 후, 코데타에서 다시 사랑스러운 새로운 악상이 등장하여 f까지 고조된다. 급격하게 데크레셴도하며 제시부를 마치고 다시 반복된다.

발전부에서는 제1주제를 소재로 한 매우 분석적인 전개가 이루어지고, 8분음표에 의한 흐르는 듯 느껴지는 대위법적 전개가 이루어진다. 후반에 긴 F#음을 지속음으로 장장 38마디를 등장시켜 주제의 재현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끝부분에 코데타 주제가 나와 세 번 되풀이한(세 번째는 아다지오) 후, 그제서야 pp의 재현부로 들어간다. 원칙대로 재현부에서는 제2주제도 D장조로 재현하며 제1주제에 의한 코다로 매우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꺼질 듯 끝을 맺는다.)

 

2악장 (2.Andante 2/4) (D minor)

(99마디) (생전의 베토벤이 좋아했던(체르니의 증언에 따르면), 느긋한 분위기의 느린 악장. 조성은 D단조를 택했으나 스타카토 리듬으로 어두운 느낌은 별로 없다. 동기는 먼저 D단조로 제시한 후 바로 A단조로 반복한다. 중간부는 D장조로 점음표를 지닌 리듬과 2개의 셋잇단음표를 쓴 동기가 리듬적 특징을 보이는데, 이 부분의 스타카토는 현악기의 피치카토와 비슷한 효과를 낳는다. 해학적인 느낌으로 8마디 주제를 선보인 후 다시 반복한다. 코다(83-99마디)는 중간부의 주제를 회상하며 pp로 조용하게 끝난다. 참고로 초고에는 스타카토 부분이 스타카티시모로 표기되어 있었다.)

 

3악장 (3.Scherzo. Allegro vivace 3/4) (D major)

(Op.22 이후 오랜만에 등장하는 스케르초 악장이다. 극히 빠르며, 느린 악장보다 더욱 가볍다. 우선 4옥타브에 걸쳐 부드럽게 하강하는 F#음에 이어 주제가 되풀이된다. 주제에는 스타카토가 붙어 있는데, 희한하게도 이 스타카토 음을 제외한 나머지 음들은 잘 들리지 않는다.

71마디부터 94마디까지인 트리오는 B단조. 슬라브 농민들의 노래를 연상시키는 매우 소박한 주제가 등장하고 이것을 반복한다. 반주는 유머러스한 오스티나토 음형으로 일관하며, 반주형과 조성만 바꾸어 다시 16마디를 더 등장시킨 후 스케르초 다 카포로 돌아가 곡을 끝맺는다.)

 

4악장 (4.Rondo. Allegro ma non troppo 6/8) (D major)

(이 악장의 전원적인 정서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동의한다. 카를 라이네크는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또는 산림들의 속삭임을 연상시킨다”고, 에르테라인은 “시끄럽게 뛰노는 시골의 건강한 아이들을 연상시킨다”고 했으며, 조지 그로브도 이 악장을 두고 “목가를 떠올리게 한다.”고 평한 적이 있다. 1악장처럼 D음이 오르겔풍크트로 깔린 채 시작하는데, 이 D음은 어떻게 들으면 종소리같이 들린다. 9마디부터 첫 동기가 복잡하게 얽히며 탁월한 주제 전개를 보인다. 28마디부터 등장하는 B파트(28마디~51마디)는 A장조로, A파트의 전원적인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간다. A를 재현한 후(51마디~78마디) 등장하는 C파트는 G장조로, 3성부의 대위법적인 처리로 시작하여 100마디까지 진행하다 101마디부터 화려한 경과구로 꾸며진다. 112마디에서 D장조의 딸림음 위에서 빛나게 상승하다 페르마타로 잠깐 종지한 후 A파트로 다시 돌아간다. 192마디에서 Piu Allegro quasi Presto로 찬란한 코다를 선보이며 207마디에서 ff로 최고조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며 D장조의 딸림 7화음을 거쳐 으뜸화음으로 종지하며 막을 내린다.)

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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