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나타 8번 (Piano Sonata No.8 in B flat major, Op.84)

작곡 시기 : 1939년 착수, 1944년 완성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소비에트 작곡가들은 특수한 형태의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것은 전쟁 몇 년 전에 소비에트로 귀국한 후 '창살 없는 감옥'을 만끽하던 프로코피예프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피아노 소나타 3부작’이라 불리는 6번 A장조(1940년 완성), 7번 B♭장조(1942년 완성), 8번 B♭장조(1944년 완성)는 전쟁 전에 착수해 전쟁 중에 완성했지만, 곡의 비틀린 선율과 강렬한 리듬이 전쟁에 대한 예찬 또는 소비에트에 대한 찬양으로 여겨져 화를 면했다. 그러나 전쟁 후에 만들어진 작품들은 전쟁 때와 같은 행운을 얻지 못했다. 만년의 프로코피예프가 가는 길은 곳곳이 가시밭이었다.

프로코피예프는 단순한 멜로디를 좋아했다. 그의 불협화음과 거친 리듬은 단순한 멜로디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1941년에 쓴 자서전에서, 그는 자신의 작품 특성을 고전적(Classical), 혁신적(Innovation), 토카타적(Toccatatic), 서정적(Lyric), 괴기함(Grotesque)의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그는 피아노 소나타라 이름 붙인 독주곡을 40년에 걸쳐 아홉 곡 작곡했는데, 1번 Op.1과 3번 Op.28에서만 단악장 구성이 나타나고 나머지 일곱 곡은 모두 3악장 또는 4악장제를 취했다. 프로코피예프가 직접 한 말, “나는 소나타 형식만큼 완벽하면서도 융통성 있고 내가 목표로 하는 음악구조가 필요한 모든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다른 어떤 형식도 찾을 수가 없다.”라는 말을 통해, 그가 소나타 형식에 얼마나 경도되어 있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 1악장과 2악장은 나중에 다루겠습니다.

 

3악장 (3.Vivace 12/8 - Allegro ben marcato 3/4 - Andantino 4/4 - Vivace 12/8)

총 490마디. 론도-소나타 형식. 12/8박자를 취하고 있지만 변박이 매우 심한 피날레 악장. 제시부는 1마디부터 106마디까지. 아르페지오로 제시하는 첫 주제. 9마디부터는 4/4박자로 변하면서 왼손에서 특유의 스타카토 주제를 사용한다. 71마디부터는 다시 12/8박자로 돌아오며 양손이 모두 넓은 음역의 아르페지오를 구사한다. 연속적인 장3화음이 나타나며 조성은 C장조로 전조한다. 85마디부터 106마디까지는 제시부를 마무리 짓는 부분이다. 발전부는 107마디부터 359마디까지 해당하며 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D♭장조, Allegro ben marcato. 앞에서 4박자 계열을 사용하던 것과는 달리 3박자 계열로 바뀌어 극단적인 대비를 보여준다. 두 개의 특징적인 선율을 사용하는데 이 선율이 반복이나 변주를 통해 나타나기도 하며 또 모든 성부에서 자유롭게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아무런 규칙도 없이 툭 튀어나와 악장을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D♭장조나 3박자 계열의 리듬은 2악장의 특징과 일치해, 작곡가가 2악장과 이 부분을 하나로 묶으면서 동시에 앞뒤 부분과 대비를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85마디에서 188마디 사이에 8성부의 두터운 수직적 화성 진행이 보이며(이 부분의 기교는 잔인하게 어렵다), 수시로 딸림음인 A♭음을 두들겨 조성감을 확고히 하고 있다. 344마디부터는 발전부와 재현부를 연결하는 Andantino의 연결구가 나타난다. 조성은 자유로우며 59마디~70마디가 전조되어 진행하는 부분이다. 360마디부터는 재현부. 제시부와 아치형의 대칭을 이룬다. 442마디부터 곡은 ff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강한 악상과 강세, 그리고 스타카티시모의 3박자가 어울려 최상급의 타격감을 만끽하게 만들어준다. 이 타악기적인 효과와 함께 곡은 원래 조성인 B♭으로 돌아간다. 487마디에서 마지막 구절이 나타나는데, B♭단조로 이조하다가 490마디에서 돌연 강하게 종지한다.

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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