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일기 / 2018년 11월

음반 2018. 12. 30. 16:02


 2018.11.2 (금)


 <전람회의 그림> 호로비츠 51년 라이브 (RCA)


 피아노 버전 <전람회>의 워너비. 호로비츠의 편곡은 신의 한 수였다. 난 피아노 버전은 이 연주로, 관현악 버전은 테미르카노프 실황(예당)으로 듣는다. 다만 <비들로>에서 자의적인 스타카토와 마르카토는 흉하게 들린다. 아마 이 연주의 몇 안 되는 흠일 것이다.

 (전부터 생각하던 것이지만, 전람회는 천재적인 아이디어에 비해 피아노의 이디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작곡가의 역량이 참 아쉬운 곡이다.)



 2018.11.5 (월)


 트레차코프 숏바협 1 (예당)


 애절하다 못해 통곡하는 비브라토가 인상적인 연주. 오이스트라흐가 숏바협의 표준을 제시했다면, 트레차코프는 가장 감정적인 숏바협을 들려준다.


 에트빈 피셔 평균율 2권 CD 1 (Naxos)


 미스터치, 신비한 음색, 소박한 해석. '최초' 이상의 가치가 있는 연주.



 2018.11.11 (일)


 로린 마젤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3번 (Decca)


 '열렬한 해석' 못지않게 '황홀한 소리'도 잘 끌어내는 연주. 1악장 첫머리 목관을 현악으로 살짝 덮어 두터운 질감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감각은 젊은 마젤이 아니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할 경지다.

 (내가 시벨리우스 연주에서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차가운 극한의 땅을 찬란한 오로라로 물들이는 것. 나는 '냉정하고 차가운 연주'랍시고 무감동하고 무가치하게 시벨리우스를 다루는 연주들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연주들을 좋아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시벨리우스에 대한 모독이다.)



 2018.11.25 (일)


 카라얀 브루크너 9번 76년 실황 (DG)


 지북…… 아니, 지복의 브루크너 9번. 3악장 클리아맥스에서 기어이 터져버리는 삑사리는 몇 번을 들어도 너무 통탄스럽다. 그러나 어쩌랴. 수정할 수 없는 결론인 것을.



 2018.11.27 (화)


 요훔 <카르미나 부라나> (DG)


 <카르미나 부라나>의 규범. 야노비츠의 고음(High D)도 디스카우의 발성도 놀랍지만, 피를 끓게 만드는 광포함이 없다. 역시 내 선택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케겔(Berlin Classics)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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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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