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카탈로그> (Catalogue d'oiseaux) 4권 (4e Libre)

7악장 <개개비> (7.La Rousserolle effarvatte (Acrocephalus scirpaceus))

(27시간 동안의 풍광을 30분에 걸쳐 묘사하는 4권 7악장 <개개비>. <새의 카탈로그>를 통틀어 단일 악장 중에서는 가장 긴 악장으로, 무려 752마디에 달하는 대곡이다. 주로 사용하는 선법은 4선법으로, 음계는 C-D♭-D-F-F#-G-A♭-B-C이며, 4음을 옮겼다. 곡의 배경이 되는 지역은 오를레앙 남쪽, 루아르 에셰르 지역에 있는 솔로뉴의 호수다. 사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지며, 저속 카메라로 촬영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작곡가의 저속 카메라는 영상에 비치는 것 이상의 묘사를 해낸다. 특히 그런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은 일출과 일몰 장면인데, 조옮김이 제한된 선법을 총동원해 온갖 선명한 색채로 음의 화폭을 휘감는다. 또한 디기탈리스와 수련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투랑갈릴라 교향곡>에서 사용했던 꽃의 테마를 재활용하고 있다. 주연(…)인 개개비와 해오라기를 비롯해 총 19종의 새가 등장한다.)

* 아래의 글은 곡의 진행 과정에 대한 메시앙 자신의 설명이다.

AM 0 (자정의 호수에 대한 긴 묘사 - 개구리 떼의 굉음 - 해오라기)

(늦은 밤 드넓게 펼쳐진 차가운 호수 위로 해오라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AM 3 (개개비의 긴 독주 - 밤의 장엄 - 늪지의 곤충소리 - 밤의 장엄 - 짙게 깔리는 늪지의 잡음 - 외딴 개구리 - 늪지의 곤충소리(글리산도) - 외딴 개구리 - 밤의 장엄)

(호숫가 갈대 줄기들 사이에 숨은 개개비가 길게 독주를 시작한다. 개개비의 순수하고 맑은 음색이 잦아들면 곤충의 울음소리를 비롯한 다양한 소리들이 퍼져 나와 호수를 한바탕 뒤흔들어 놓는다. 곧 정적이 뒤를 잇는다.)

AM 6 ((일출) 장밋빛, 담자색, 오렌지 빛으로 점차 변화하는 호수 - 검은티티새와 붉은등때까지의 대위법 - 변화하는 호수 - 검은티티새와 붉은등때까치의 대위법 - 변화하는 호수 - 상딱새 - 변화하는 호수 - 검은티티새 - 변화하는 호수 - 검은티티새와 붉은등때까지의 대위법 - 변화하는 호수 - 검은티티새와 붉은등때까지의 대위법)

(해가 떠오른다. 호수의 색은 장밋빛에서 담자색, 오렌지색으로 서서히 변화한다. 검은티티새 한 마리와 붉은등때까치 한 마리가 함께 노래한다. 상딱새도 아침햇살 속에서 노래에 가세한다.)

AM 8 (노란 붓꽃 - 꿩 - 검은머리쑥새 - 청딱따구리 - 검은머리쑥새 - 찌르레기 - 꿩 - 박새 - 청딱따구리 - 검은턱할미새 - 노란 붓꽃)

(만개한 붓꽃들을 배경으로 꿩, 검은머리쑥새, 청딱다구리가 모습을 드러내어 지저귄다. 찌르레기, 박새, 할미새도 가세한다.)

PM 0 (메뚜기개개비)

(메뚜기개개비의 긴 트릴.)

PM 5 (개개비 - 사초솔새 - 자줏빛 디기탈리스꽃 - 개개비 - 사초솔새 - 자줏빛 디기탈리스꽃 - 큰개개비 - 사초솔새 - 개개비 - 외딴 개구리 - 붉은부리갈매기 - 물닭 - 수련 - 개개비 두 마리의 긴 대위법 - 사초솔새 - 개개비 두 마리의 대위법 - 개개비 - 사초솔새 - 개개비 두 마리의 대위법)

(개개비가 다시 등장한다. 개개비의 울음소리는 사초솔새의 트릴, 트레몰로와 섞인다. 큰개개비도 호수의 수련, 디기탈리스꽃들을 배경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붉은부리갈매기의 소리가 늦은 오후의 평화를 더할 무렵, 물닭 한 마리가 꼬꼬 울음 소리를 토해낸다. 물닭이 사라지면 개개비 두 마리의 이중창이 길게 이어진다.)

PM 6 (노란 붓꽃 - 메뚜기개개비 - 물닭 - 종달새 - 개구리 떼의 굉음 - 종달새 - 종달새에 대한 개구리 떼의 응창 - 흰눈썹뜸부기)

(노란 붓꽃 위에서 메뚜기개개비가 다시 한 번 높은 음력의 트릴을 선보인다. 종달새도 하늘 높이 솟아올라 지저귀며, 호수 속 개구리들이 이에 응창한다. 우렁찬 개구리 울음이 잦아들 무렵,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흰눈썹뜸부기가 호수 위로 퍼덕거리며 날아올라 울음을 토하다 저무는 서쪽으로 사라진다.)

PM 9 ((일몰) 붉은 빛, 오렌지 빛, 바이올렛 빛으로 점차 변화하는 호수 - 해오라기 - 변화하는 호수 - 해오라기 - 변화하는 호수 - 해오라기 - 잠자는 태양 - 나이팅게일 - 바이올렛 빛 어둠 속 일몰에의 회상)

(호수는 다시 붉은 빛, 오렌지 빛, 바이올렛 빛으로 점차 가라앉는다. 낙조가 완전히 꺼지고 저녁이 찾아오면 다시 해오라기가 길게 목을 뽑아 호수 전체가 울릴 정도로 거대한 울음소리를 토해낸다. 바이올렛 빛 저녁 속에서 별들이 하나씩 뜨기 시작한다.)

AM 0 (밤의 장엄 - 나이팅게일 - 밤의 장엄 - 나이팅게일 - 해오라기 - 나이팅게일 - 짙게 깔리는 늪지의 잡음 - 늪지의 곤충소리 - 일몰에의 회상 - 외딴 개구리 - 밤의 장엄)

(호수의 고요함 속에서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울음소리는 점점 날카롭고 세차게 변한다. 이에 반응해 인근 늪의 곤충과 개구리 떼의 소리가 다시 한 번 호수를 흔들어 놓는다.)

AM 3 (개개비의 긴 독주 - 개구리 떼의 굉음 - 새벽의 호수에 대한 긴 묘사 - 해오라기)

(서늘한 새벽의 호수는 안개를 피워 올린다. 개개비와 개구리 떼의 울음소리, 해오라기의 독주로 끝을 맺는다.)

 

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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