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일기 / 2018년 10월

음반 2018. 10. 21. 00:38


 2018.10.4 (목)


 히긴보톰 헨델 <메시아> (Naxos)


 고악기 연주를 통틀어 가장 이색적인 존재. 트레블과 아이들의 파격적인 기용으로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던 <메시아> 판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 저그 같은 놈. 다만 성악가들이 좀 약하고, <할렐루야> 합창에서 발음이 심하게 뭉개지는 게 단점이다.



 2018.10.5 (금)


 카라얀 베토벤 교향곡 5번/6번 <전원> 70년대 (DG)


 5번보다 <전원>이 낫다. 난 예전부터 카라얀의 <전원>이 훌륭한 연주라고 생각해왔고, 지금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고 있다.



 2018.10.6 (토)


 카라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70년대) (DG)


 카라얀의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스튜디오 음반만 놓고 본다면, 50년대가 가장 뛰어나다고 본다. 70년대는 50년대에 비해 경직되어 있다. 50>70>60>80 순으로 좋은 듯.


 므라빈스키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6번 (DG) (다시 들음)

 

 어쩌다 보니 다시 들었다. 저번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더 강해졌다. 차콥 교향곡에는 너무 많은 명연이 있어서 이것을 최고로 꼽기는 미안하다. 다만 스튜디오 음반 중에서 Top 10 안에 속하기는 할듯. 참고로 이게 내 첫 차콥 교향곡 음반이다. 생각해보니, 4번 1악장은 클라이맥스가 악장 끝이 아닌 중반부 끝부분에 있어서 이 클라이맥스의 긴장감을 코다까지 가져가는 게 중요한데, 므라빈스키는 거기서 너무 무심하고 무정한게 아닌가 싶다. 4번 3악장도 너무 소극적이다.



 2018.10.7 (일)


 발터 베토벤 교향곡 4번/6번 <전원> (Sony)


 4번은 너무 구려서 언급할 가치가 없으니 <전원>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발터의 <전원>이 아직도 생명력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발터만의 독특한 해석도 있겠지만, 역시 후진 오케스트라와 과거의 신경질적인 성향을 버린 지휘자의 만남이기에 이런 놀라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5악장 현 트레몰로의 디미누엔도 후 크레셴도는 지금 들어도 놀랍다.



 2018.10.13 (토)


 번스타인 말러 교향곡 9번 베를린 필 (DG)


 거칠고 난삽한 말러 9번. 그래도 85년 콘체르트허바우 실황(DG)보다는 이게 낫다. 악장 별로 따져보면 3악장이 제일 낫고 4악장이 제일 못한데, 4악장 클라이맥스 직전에서 연주 안 하는 트롬본은 아직도 미스테리(반유대주의 음모론이 또……). 아무리 생각해도, 4악장은 프레이즈 하나하나를 억지로 잡아 늘린 느낌이 심하다. 비브라토를 줄여 건조한 음향 때문일까. 그러면 뚝뚝 끊어지는 느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018.10.14 (일)


 베르너 하스 드뷔시 피아노곡집 1집 (Philips)


 기제킹의 제자이자, 기제킹의 하위호환이자, 기제킹의 열화판인 베르너 하스의 드뷔시 연주. 색감이 풍성하지 않아 지루하고 단조롭다. 똑같은 색의 물감만을 쓴다고 해도 수묵화처럼 농담을 다채롭게 구사하여 음색의 지루함을 탈피하는 연주가 없는 것은 아닌데(대표적인 예가 헨케만스의 드뷔시) 이건 그것도 아니다. 비추.



 2018.10.15 (월)


 박하우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32번 (Decca)


 이 음반도 '첫 음반의 함정'에 제대로 걸려든 사례. 난 아직도 32번 2악장만큼은 박하우스의 연주에서 헤어나오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거 하나 듣자고 다른 악장들을 듣기에는 좀 지루하다.



 2018.10.17 (수)


 굴다/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9번/브람스 교향곡 1번 (Orfeo)


 멋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연주와 뵘 최고의 브람스 교향곡 1번. 59년 베를린 필(DG) 연주보다 더 날렵하고 강렬하며 장쾌하다. 다만 이 연주가 최고의 브람스 교향곡 1번 연주는 아니다.


 

 2018.10.19 (금)


 카라얀 <짜라투스투라> 70년대 (DG)


 <짜라투스투라>의 표준. 정수리에 대못을 박는 충격과 공포의 서주, 슈트라우스의 원래 의도였던 서주 16분음표의 복원, 완벽한 연출 구도, 푸가토에서 끝까지 볼끝이 살아 있는 박력 넘치는 음향, 슈발베의 최상급 독주 바이올린 등등…… 흠 잡을 데가 없는 완벽한 스튜디오 레코딩 중 하나다.



 2018.10.21 (일)


 아르농쿠르 심포니 컬렉션 CD 1 (Teldec)


 (하이든 교향곡 94, 104번, 베토벤 교향곡 1번)

 아르농쿠르의 미덕 중 하나는, 비브라토를 쓰지 않으면서도 나오는 신선하고 상쾌한 소리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모차르트보다 하이든을 더 좋아하는데, 94번 <놀람>은 민첩하며, 104번 <런던>은 상대적으로 느릿하고 장엄하다. 특히 1악장은 꽤 느린데, 아르농쿠르가 중시하는 것은 빠르기만 한 템포가 아니다. 그가 중시하는 것은 음향이다.

 ※ <놀람> 2악장의 플루트를 듣가가 든 생각. 20세기 플루트 연주는 크게 세 시기로 나뉘는 것 같다. 첫째는 오렐 니콜레를 비롯한 50년대 스타일, 두 번째는 골웨이로 대표되는 60~70년대 스타일, 그리고 파위로 대표되는 현대다. 50년대 스타일은 휘이이- 하는 바람 빠지는 소리가 강하게 들린다. 60~70년대 스타일은 요사스러운 비브라토가 두드러진다. 난 예전 플루트보다는 현대 플루트 소리가 더 청아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플루트만큼은 파위로 대표되는 현대가 더 마음에 든다.


 

 2018.10.24 (수)


 리히테르 라흐마니노프 전주곡/회화적 연습곡 (Alto)


 56세 때인 1971년 전주곡은 내가 라흐마니노프 전주곡을 생각할 때 바이센베르크(RCA)와 함께 가장 먼저 떠올리는 연주들이다. 69세 때인 1984년에 녹음한 회화적 연습곡은 터치의 단단함과 명도가 덜하기는 해도 좋은 연주다.



 2018.10.25 (목)


 뵘 브루크너 8번 69년 실황 (Testament)


 약간 성급하다 싶을 정도로 빠른 템포, 몽케 트럼펫의 되바라진 소리 극대화, 어두운 저현과 밝은 호른의 극단적 대비, 강렬함을 넘어 폭력적인 강주. 하지만 너무 빠른 2악장이 아쉽다. 2악장이 딱 30초만 길었어도 별 다섯 개를 주었을 것이다.



 2018.10.27 (토)


 클렘페러 <독일 레퀴엠> (EMI)


 옛 스타일의 조합을 체현한 오케스트라 소리, 언제나 탁월한 디스카우의 발성, 두텁고 중후한 소리를 만드는 현악기 양날개 배치, 일부러 의도한 어두운 음향의 결합. 물론 클럼페러의 <독일 레퀴엠> 연주는 이것보다 56년 실황(ICA)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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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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