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소나타 (Cello Sonata in D minor, L.135)

작곡 시기 : 1915년 완성

(왜 작곡가는 만년에 프랑스 고전 형식에 관심을 보였던 것일까? 그것은 전쟁과 관련이 있는가? 그는 왜 곡에 ‘프랑스 작곡가 끌로드 드뷔시’라고 서명했는가? 정치적인 경향과는 별개로, 전쟁은 드뷔시에게 지금까지 추구하던 음악에서 벗어나 프랑스의 고전에 눈뜨게 만들어준다. 그 고전은 륄리에게서 태동해 샤르팡티에를 거쳐 라모와 쿠프랭에게서 활짝 꽃을 피운, 위대한 프랑스(Le grand France)의 시대였다. 프랑스 바로크와 전기 고전파 시대에 유행하던 악장 구성, 느린 악장-빠른 악장-빠른 악장의 구도를 채택한 것만 보아도 그가 이 소나타를 통해 추구한 이상이 이 시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첫 악장인 프롤로그가 가장 짧으며, 2악장과 3악장은 연이어 연주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1악장 (1.Prologue. Lent, sostenuto e molto risoluto 4/4)

(51마디) (소나타 형식의 외피를 입었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소나타 형식과는 거리가 멀다. 1주제와 2주제를 잇는 연결구는 없으며, 1주제와 2주제도 모두 같은 조성(D단조)을 채택하고 있다.

피아노의 3마디 주제 제시에 이어 첼로가 등장하는데, 피아노가 좁은 음역 내에서 순차진행하는 것과는 반대로 첼로는 자유분방하고 폭넓은 도약 진행을 하고 있어 두 악기의 특성을 강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드뷔시는 두 악기가 연주하는 주선율에 약간의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D, B♭, G음이라는 공통음을 부여해 두 선율의 연관성을 강하게 인식시킨다. 화성적인 면에서 드뷔시는 선율에 에올리안 선법을 적용해 색채감을 깊게 부여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전통적인 화성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주제의 음형은 곡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 주제에서도 화성은 거의 변함이 없다. 이탈리아 6도의 사용과 화음의 병진행을 제외하면 줄곧 D단조에 머무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첼로의 8~9마디 리듬인데, 8마디의 리듬을 역행으로 9마디에 이용하고 있어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이 아이디어는 메시앙의 ‘역행 불가능한 리듬’과 매우 흡사하다. 선율은 13마디의 온음음계를 거쳐 잠시 F장조에 머무르며 장조 선법의 밝은 색채감을 한껏 드러낸다. 하지만 다음 마디에서는 다시 D단조가 기다리고 있고, D단조의 7음(C#)을 강조하면서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그대로 넘어간다.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5도 병진행과 장/단 화음의 교체로 이루어지는 3화음의 병진행이며, V-IV-I로 2주제를 마무리짓는다.

발전부는 템포의 변화에 걸맞게 점점 역동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2주제 첼로의 B♭-C-D-E 온음계 음형을 활용하고 있다. 작곡가는 여기에 간간이 C음 대신 C#음을 섞어 선법적인 색채감을 살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발전부의 첫 다섯 마디는 첼로의 주도로 곡을 진행하지만, 그 이후에는 첼로의 오스티나토와 피아노의 32분음표가 어우러지면서 피아노가 곡의 주도권을 잡는다. 동기의 활용을 보면 17마디에서는 1마디 피아노 주제의 단편과 5마디 첼로 주제의 단편을 섞고 있으며, 20마디부터 마지막까지 활용하는 음형은 2주제 첼로 음형의 단편을 활용하고 있다. 화성적으로는 D단조에서 C장조로 조성이 이동한 후, 화음의 병진행을 중심으로 이동하다가 마지막에는 C장조의 V-I로 마무리한다.

재현부에서는 1주제와 2주제를 확대, 또는 변형하여 재사용하고 있다. 1주제는 제시부보다 3마디가 늘어난 10마디이며, 첫 음형을 제시부와는 달리 첼로가 완전 5도 위에서 제시한다. 첼로 파트도 제시부와는 다르게 셋잇단음표의 사용으로 리듬을 변형하고 있으며, 두 마디의 연결구를 부여해 1주제와 2주제를 유연하게 잇고 있다. 이 또한 제시부와 다른 점이다.

재현부의 2주제는 제시부의 8마디와는 달리 6마디로 2마디를 축소했다. 마지막 두 마디의 템포를 Lento로 늦추어 코데타를 예비하고 있으며, 첫 부분과 동일한 템포를 사용해 템포 측면에서 처음과 끝을 똑같은 분위기로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코데타에서는 주로 1주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50마디에서 비로소 F#음이 등장해 피카르디 종지를 이루며 ppp의 고음 하모닉스로 곡을 마무리짓는다.)

 

2악장 (2.Serenade. Moderement anime 4/4)

(64마디) (첼로의 피치카토가 기타 반주를 생각나게 하는 세레나데 악장은 음울하면서도 역동적인 곡으로, 쉴 새 없이 표변하는 드뷔시 음악의 특징을 잘 담고 있다. 전체적으로 A-B-A'의 3부 구성을 취하고 있다.

첼로가 먼저 퉁명스러운 반음계를 제시하고, 곧이어 완전 4도와 증 4도의 도약 진행을 선보인다. 첼로가 4도를 선보일 때 피아노는 첼로의 반음계를 모방한다. 화음은 불완전 3화음, 완전 5도의 병진행, 4도, 2도의 부가화음을 사용하면서 기묘한 느낌을 준다. 앞의 반음계적/4도 진행과, 8마디부터 등장하는 온음음계의 진행은 교대로 등장하면서 드뷔시 특유의 변덕스러운 음악을 만들어낸다.

중간부는 템포를 Vivace로 바꾸고, 박자로 3/8로 바꾸어 첫 부분의 음산함을 벗고 율동적인 곡조를 노래한다. 조성도 곧 A장조로 바뀐다. 37마디부터 첼로는 반음계적 진행을 위주로 움직이며, 화음은 3도 관계의 진행을 보인다. 39마디 첫 화음까지는 C장조를 중심으로 한 온음음계 V9로 진행하다가 두 번째 화음부터 40마디까지는 반음계로 바뀌는데, 여기서 반진행을 사용해 다시 한 번 온음음계와 반음계의 선명한 대비를 주고 있다. 중간부가 막바지에 접어들면 첼로는 증5도를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종잡을 수 없는 2악장 특유의 분위기에 방점을 찍는다.

첫 부분으로 곡이 복귀하면 길이가 대폭 짧아져 고작 10마디만이 주어지며, 그 중에 절반은 사실상 코데타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첫 부분의 중요한 동기들은 빠짐없이 사용하고 있다. 56마디는 첫 부분의 5마디 이후의 변형이자 반복인데, 첫 부분에서 선율적인 진행을 취하던 부분을 여기에서는 두터운 화성(9화음)을 붙인 병진행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58마디에서 피아노는 두 개의 온음음계를 동시에 사용하는데, 상성에서는 하나의 온음음계를 사용하고 있고, 중성과 왼손은 두 개의 온음음계를 섞어 사용하고 있다. 이 두 개의 온음음계는 정확히 반음 차이로 엇갈린다.

코데타는 D단조의 V 페달 포인트가 깔리는 가운데 피아노가 E♭-F♭-D♭-E♭을 사용하면서 끝을 맺는다. 이 때 D단조의 V는 3악장의 I로 이어진다.)

 

3악장 (3.Finale. Anime, leger et nerveux 2/4)

(123마디) (빠르고 경쾌하게 움직이는 피날레 악장. 첼로의 고음역과 피치카토를 조심스럽게 사용해 가볍고 산뜻한 느낌을 준다. 1악장과 구조가 유사하지만 좀 더 많은 반복으로 약간 더 단순하다.

제시부는 1악장과 마찬가지로 연결구가 없지만, D단조를 사용하는 1주제와는 달리 2주제는 D장조를 사용하고 있다. 1주제는 14마디로, 7마디+7마디로 나눠지는데, 화음은 I에서 시작하여 병진행한다. 첼로는 1악장의 도약 진행 요소를 가져와 사용하고 있다. 화성적으로 1주제의 후반부는 1주제의 전반부를 반복하고 있다.

2주제는 8마디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시 4마디로 쪼개진다. 조성은 D장조이며 선율은 E에올리안 선법을 쓰고 있다.

발전부는 62마디에 달하는데, 주로 부분 부분을 반복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선율은 F리디안 선법으로 곧 변하며, 화음은 F#단조의 7화음 연속 진행을 보인다. 29마디부터 첼로는 완전 4도 위에서 이제까지의 음형을 변형, 반복한다. 37마디부터는 1주제에서 유래한 선율을 사용하는데, C장조로 전조하며 음형을 축소하고 있다. 45마디부터는 4마디 단위의 구성을 취하고 있으며, 이 4마디는 a-b-a'의 구성을 취한다. 발전부 속에 3부 형식이 들어있는 셈이다. 이후 2주제의 발전(리듬이 변한다)을 거쳐 재현부로 가는 연결구적 귀절로 들어간다. 여기에서는 5도의 도약이 두드러진다.

재현부는 다시 원래 조성인 D단조로 돌아온다. 드뷔시는 재현부에서 주제에 변화를 거의 주지 않는다. 2주제를 트릴로 연주하는 것을 제외하면 주제는 거의 원형 그대로 다시 등장한다.

112마디부터 시작하는 코데타는 반복적인 화음 진행을 보이며, 갑작스러운 sff-ff로 끝을 맺는다. 특유의 퉁명스러운 피치카토를 그대로 유지한 채.)

Posted by 여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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